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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토지 고수들의 몰락

대한민국 최고 땅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던 J씨, 자칭 국내 부동산 박사 1호로 수많은 고정 팬을 몰고 다녔던 Y씨.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땅투자 전문가로 절정을 구가하며 삼태기로 돈을 쓸어 담다가 어느 한 순간 몰락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면을 살펴보면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흥망성쇠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전성기를 달리던 시기는 1998년 ‘건설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 이후 형성된 부동산 시장 대상승기(1999~2006년)와 정확히 일치한다. 한때 절정의 땅 고수로 군림하며 땅을 사고 팔아 거금을 손에 넣었다가 몰락한 이들에게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그 많던 땅 고수들은 어디로 갔나J씨는 1997~2010년 국내 토지시장을 주름잡던 최고수 땅 전문가다. 시골 출신의 가난한 고시생에서 출발해 제1회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뒤 부동산 업계에 투신, 대한민국 최고의 토지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다. 그랬던 그가 2012년 재판에 넘겨져 2년 6개월의 형을 판결 받았다. 죄목은 ‘사기’다. 그는 춘천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다가 지난 6월 출소했다.

잘 나가던 토지 고수는 왜 갑자가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됐을까. 사연은 이렇다. 2004년 J씨는 경기도 용인의 임야 6만㎡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쪼개 팔았다. 개별등기가 아닌 지분등기 방식이다. 그런데 J씨는 이때 땅을 쪼개 팔면서 투자자에게 계약 시점에서 2년이 지난 다음 투자금 대비 200%의 수익률을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투자를 하면 부동산 시행사 등에 땅을 되파는 방식(제3자 매각방식)으로 투자 원금을 두 배로불려주겠다는 조항을 투자자와의 계약서에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실물경기 침체와 정부 규제로 토지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J씨가 원하는 가격에 땅을 사겠다는 업체가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땅값도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투자자들이 J사장을 상대로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사실 토지시장에서 J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땅 전문가가 한둘이 아니다. 1985년 부동산 중개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땅 투자로 큰 성공을 거뒀던 또 다른 J씨 역시 2006년 사기죄로 피소돼 곤욕을 치렀다. 그는 한때 땅 투자를 통해 전국에 사모은 땅만 992만여㎡에 이르는 땅 부자이자 수백 명의 고정 팬을 몰고 다니는 토지 투자 전문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이다. 그러나 2002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해안의 한 폐염전을 쪼개 판 게 화근이 됐다. J씨는 땅을 팔면서 주변에 대형 리조트단지가 들어선다고 홍보했다. 그렇게 되면 쓸모없이 버려져있는 폐염전이 머지않아 황금 알로 바뀔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하지만 리조트 개발계획은 결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취소됐다. 투자자들은 2006년 그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J씨는 이후 부동산 시장을 완전히 떠났다.

이들과 더불어 토지시장 1세대 투자 전문가로 꼽히던 Y씨도 현재 복역 중이다. 그는 1990년대 대학원에서 부동산마케팅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 부동산 박사 1호’로 자신을 포장했다. 그리고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강원·제주·경북 등 지에 땅을 사놓고 리조트·테마파크를 개발한다며 수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개발사업에 투자하면 3년 이내에 원금의 최대 5배 수익을 보장하고, 개발이 되지 않으면 연 10%의 지연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이와 같은 Y씨의 말을 믿고투자한 사람이 7000여명, 투자금액은 3000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십 수 년이 넘도록 어느 한 곳도 제대로 개발이 진행된 곳이 없었다. 그는 결국 2009년 유사수신 행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적발돼 구속됐다.



토지 업계에선 이들의 몰락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대표적인 것이 ‘토지시장 패러다임 변화론’이다. J씨와 Y씨는 모두 국내 토지시장에서 ‘시세차익형 투자의 귀재’로 꼽히던 인물이다. 실제로 이들의 컨설팅을 받아 알짜 땅을 싸게 잡은뒤 비싸게 되팔아 큰돈을 번 사람이 주변에 부지기수다. 그만큼 돈이 될 만한 땅을 골라내는 그들의 안목은 탁월하다는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시대가 완전히 저물었다는 말이나온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토지시장의 세대교체를 거론하는사람도 있다. 이들의 몰락이 단순히 한 개인의 몰락이 아닌 한시대의 몰락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토지시장을 풍미하

던 ‘묻어두기’ 식 시세차익형 투자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흔히 국내 토지시장을 2005년 ‘8·31 부동산 종합 대책’ 전(前)과 후(後)로 나눈다. 이때를 전후로 토지 시장의 투자 여건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유다. 8·31 대책은 겉으로는 종합 부동산대책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토지시장을 정조준한 땅 종합 대책이라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8·31 대책을 분석해 보면 주택보다 토지를 겨냥한 대책이 더 많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토지 거래 규제 관련 대책이 많다. 굵직한것만 해도 토지거래허가 제도 강화, 부재지주 양도세 중과, 땅 실거래가 등기부등본 기재 제도를 꼽을 수 있다. 이들 규제는 토지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 왔다. 대표적인 변화로 이른바 ‘출입금지장세’ 형성이 꼽힌다. 거미줄처럼 촘촘해진 규제의 그물로 토지시장에 신규 투자자의 진입은 막히고, 기존 투자자의 퇴로는 차단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토지시장 침체를 불렀다. 사실 정부가 8·31 대책을 통해 토지시장에 던지려 했던 메시지는 간단하다. 실수요가 아니면 땅을 사지도 팔지도 말라는 거다. 땅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묻어두기 식 투기 수요가 더 이상 토지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8·31 대책의 효과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즉시 나타났다. 땅 투자 메리트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토지시장에시세차익을 챙기려는 가수요가 급속히 빠져나갔다. 토지시장의 DNA 구조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토지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이다.


캠핑장·창고·주말농장으로 임대수익 챙겨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전혀 달라진 토지시장에는 완전히 새로운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토지시장에 땅을 사고 팔아 이익을 챙기는 시세차익형 투자가 어려워지자 임대수익을 챙기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토지 임대사업으로 캠핑장·컨테이너창고·주말농장등이 있다. 캠핑장 개발·운영 업체인 캠프메카의 이호정 대표는 “땅 주인들이 토목 공사비를 대고 캠핑장 운영까지 맡는 조건으로 땅 임대료(1000평당 연간 200만∼400만원)와 캠핑장운영수익(전체 수익의 40%)을 챙기는 토지 임대차 계약서를 쓰기도 한다”며 “땅이 팔리지 않아 꼬박꼬박 세금만 물고있던 지주들에게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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