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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음악활동으로 건강 챙긴다

사내 음악활동으로 건강 챙긴다

요즘 런던 곳곳의 많은 회사원들이 사내 음악활동에 참여한다. 단체 음악활동은 개인의 창조성을 자극하고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 법률회사 래그 로렌스 그레이엄의 버밍엄 본사. 화요일 점심 시간 변호사들과 사무지원직원들이 식사 후 볼일을 보러 나가거나 휴식을 취하는 대신 모여서 노래를 한다. “합창은 회사에서 평상시에 잘 못 만나는 사람들과 알고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창단 3년째인 이 회사의 합창단을 지휘하는 젊은 변호사 롭 브리지맨이 설명했다. “다른 법률팀이나 IT 부서, 혹은 사업개발부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래그의 런던 지사도 합창단을 발족했다. 단원들은 오전 8시에 모여 연습을 한다. “사내 음악활동은 사람들에게 직장에서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런 활동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빼앗지도 않는다.” 기업의 책임 관련 부서를 이끄는 로나 개빈이 말했다.

한편 런던 빅토리아 지역에 있는 구글 사무실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앨 커터는 사내 음악실에서 휴식 시간을 보낸다. 그는 자신이 속한 펑크 밴드의 단원들과 함께 즉흥 연주를 한다. 음악실에는 최신 녹음장비와 전자 기타, 베이스 기타, 피아노, 드럼, 그리고 많은 악보가 갖춰져 있다.

“긴장을 풀고 두뇌를 재충전할 곳이 필요하다”고 커터가 말했다. 구내식당(각종 음식이 풍성하게 갖춰져 있으며 직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이 음악실은 24시간 개방되지만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여러 밴드와 아카펠라 그룹들, 그리고 개인 이용자(첼로 연주자 한 명과 “러시아 성악가” 한 명 포함)들이 이 음악실을 함께 이용하기 때문이다.

래그와 구글은 다른 부문에선 유사성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사내 음악활동 붐에 합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랫동안 세계 합창의 수도로 꼽혀온 런던은 법률회사와 은행, 회계회사, 첨단기술 회사들을 중심으로 이런 풍조를 확립해 가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거물 로레알도 사내 합창단을 지원한다. 이들 중 일부는 구글과 같은 스타일의 음악실을 만들었고 일부는 주중에 직원들에게 음악 레슨을 제공한다.



“우리가 사업을 시작한 14년 전만 해도 사내 음악활동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기업의 합창단 운영을 돕고 지휘자와 기악 강사를 소개해 주는 회사 시티 뮤직 서비스의 하워드 찰스가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판촉활동이 필요 없을 정도다. 큰 변화다. 최근엔 기업들이 직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음악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 지휘자 개리스 멀로니는 최근 BBC TV의 프로그램 ‘더 콰이어(The Choir: Sing While You Work)’에 출연해 기업의 합창단 창단에 도움을 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요즘 런던 곳곳의 많은 회사원들이 사내 음악활동에 참여한다. 또 다른 법률업체 앨런&오버리의 교향악단은 최근 어느 토요일 동료 직원들 앞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다. 이 회사는 또 글린드본 오페라하우스를 대관해 전직원이 참여하는 오페라(모차르트의 ‘마술피리’) 공연을 하기도 했다.

변호사들과 기술전문가들이 쓸데없이 이런 일들을 벌이는 건 아니다. “단체 음악활동은 개인의 창조성을 자극하고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직원들에게 성악과 피아노 레슨을 제공하는 세계적 법률회사 클리포드 챈스의 지식경영 담당 이사 마크 포드의 말이다. “장시간 일할 때는 이런 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게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런 활동을 한 뒤엔 상쾌한 기분으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런던의 법률회사 아우터 템플 체임버스의 사업개발 담당 이사이자 이 회사가 주최하는 합창대회 ‘리걸 하모니’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리셉셔니스트든 CEO든 45분 동안 업무에서 벗어나 음악활동을 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은 말할 수 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음악과 웰빙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인 퇴레스 테오렐(스웨덴 스톡홀름대 심리사회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노래 부르기는 직원들의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발성법 훈련은 신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것은 심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성악가처럼 깊게 숨쉬는 법을 배우면 폐활량이 증진된다. 심호흡은 노래를 부르지 않을 때도 도움이 된다.” 테오렐은 올해 스프링어 출판사에서 펴낸 ‘음악 체험의 심리적 건강 효과(Psychological Health Effects of Musical Experiences)’에서 “노래 부르기는 상처를 빨리 낫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호르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사내 음악활동은 사람들에게 직장에서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런 활동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빼앗지도 않는다.클리포드 챈스 같은 회사들은 예술 견학(artistic outings)의 기회를 제공한다. 포드는 “예술이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붙들어두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구글의 런던 빅토리아 사무실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는 벨기에 출신의 바트 호바르트는 이 회사의 음악실을 설립하는 데 일조했으며 쉬는 시간이면 그곳에서 자주 피아노를 연주한다(“요즘은 주로 스칼라티의 곡을 연주한다”). 그는 사원을 모집하려는 HR(인적자원 관리) 담당자들이 이 음악실에 들리곤 한다고 말했다.

업무 외의 분야에서 단체 활동이 줄어드는 요즘[하바드대의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이 유명한 연구 ‘나 홀로 보울링(Bowling Alone)’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기업들이 그런 활동을 직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시민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호바르트는 직장 내 음악활동을 단지 ‘선을 위한 힘(a force for good)’으로만 볼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구글의 신입사원들이 일을 하든, 음악활동을 하든,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내든,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는 일이 많은 현실을 생각할 때 그렇다.

구글 본사의 HR 혁신 사례를 다른 회사들이 따른다면 이제 사무실은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의 희생으로 모든 것을 갖춘 환경으로 탈바꿈할지 모른다. 하지만 점심 시간에 모여 합창 연습을 하는 래그의 합창단원들은 이렇게 심각한 생각을 하진 않는 듯하다. 그들은 올해 리걸 하모니 합창대회에서 다시 우승하는 데 더 마음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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