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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SCOPE / NORTH KOREA - 차 받고 오리발 내밀기안

PERISCOPE / NORTH KOREA - 차 받고 오리발 내밀기안

북한이 서방세계에 진 최고의 매입채무는 그들의 기준으로도 해괴하다. 북한은 지난 40년간 매년 빚을 갚지 못했다. 그때마다 지난 세기 최고의 정치적 황당뉴스 중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김일성이 스웨덴으로부터 볼보 144 세단 1000대를 받고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일이다.

아주 희한한 스토리다. 그리고 2014년 현재 시점에서 자신들의 자금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북한의 고질적인 무능력은 그들의 원대한 야심과 갈수록 호전성을 더해가는 성명이 얼마나 공허한 울림이 될지 보여준다. 또 한편으론 흘러나오는 관광객 동영상과 이른바 게릴라 다큐멘터리로 판단할 때 스웨덴 공학 기술의 내구성을 방증하는 뜻밖의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현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고립주의와 지정학적 광대극의 유산을 계승했다는 표현만으로는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31세의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지 3년도 안 됐지만 이미 세계 언론에 짜릿한 전율을 여러 차례 던져줬다. ‘선제적’ 핵타격 구상, 고모부 장성택의 깜짝 처형, 그리고 전 NBA 미국 프로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과의 싹트는 브로맨스(bromance, 남자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 등등. 그만큼 사고를 많이 쳤는데 외부세계를 더 놀라게 할 일이 또 있으랴 싶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지난 7월 다시 한번 인권단체들을 아연케 했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의 눈 앞에서 곧 거창한 국가적 프로젝트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였다. 수중 호텔과 고급 빌라 단지를 갖춘 ‘관광도시’를 원산에 새로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스웨덴에서도 그 정도 오래된 중고차를 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택시가 아주 잘 정비돼 있었다. 신차에 가까운 상태인 듯했다.”
그 발표는 북한이 국제적 사업가들의 레이더망에 잡혔다는 또 다른 지표다. 지난 3월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내밀기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미국인 투자자 짐 로저스가 ‘북한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회를 가진 이후 그 존재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일부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들이 관광산업과 경제확장의 꿈에 묻혀버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아래선 많은 투자자가 대북 투자 문제를 재고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안심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일정 부분 북한의 대외 대차 계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이한 외채 항목 하나가 소리도 없이 소규모 헤지펀드 규모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결산기마다 스웨덴의 수출신용보증위원회는 자신들의 전체 국가 채권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 항목의 채권 이자를 계산한다. 그것은 1974년 이후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그 정부기구는 볼보, 건설장비 업체 아틀라스 콥코, 조선업체 코쿰스 그리고 기타 스웨덴 기업들의 수출보증 업무를 맡게 됐다. 최초 구매자인 북한 최고지도자 김일성에게 보내는 수출이었다. 그뒤 위원회는 반 세기 가까이 북한으로부터 3억 유로를 받아내려는 불가능한 과업을 한없이 되풀이해 왔다. 북한은 국제법이 자본주의의 사냥개들이 고안한 정교한 책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반년 주기로 결제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통보한다.” 위원회의 리스크 자문단 책임자 스테판 칼손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러나 널리 알려졌다시피 북한은 계약에 따르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 스웨덴이나 북한 모두 알려진 고집불통으로 더없이 완고한 입장이다.

스토리는 1953년 한국전 휴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과 북을 갈라놓은 휴전선이 정착되는 동안 다른 국경에 더 많은 구멍이 뚫리면서 많은 유럽 중립국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철의 장막이 걷히며 격동기 지정학적 아수라장의 완전히 새로운 막이 열렸다. 호전적 태도와 자주의 꿈을 가진 혈기왕성한 소국 북한이 미국의 반대편에 서서 인상적인 흑자를 올리며 25%에 달하는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스웨덴은 남들보다 먼저 기회를 움켜잡은 나라 중 하나였다. 1970년대 초 스톡홀름과 평양 정부의 유대 관계는 좌파와 산업적 이해의 보기 드문 결합에서 비롯됐다. 북한의 사회주의자 그룹들은 자신들의 신생 공산국가가 스웨덴에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기업가들은기업가들은 북한의 움트기 시작하는 채굴산업을 활용하고자 했다.





볼보는 북한 시장에 진출한 초창기 유럽기업 중 하나였다. 그리고 곧바로 1000대의 주문을 받았다.북한의 자화상을 묘사하면서 모두 ‘천국’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단명한 그 통상 모험을 기록한 주요 저술가로 손꼽히는 사람들이다. 북한의 성공을 감안할 때 어울리는 단어는 그뿐이었다고 북한의 선전 기구는 큰소리쳤다.

북한은 곧 거창한 산업화 프로젝트와 경이적인 건축물로 그런 에덴 동산의 자화상을 정당화해야 한다는 충동을 느꼈다고 람 노르덴스키올드는 시사한다. 비용은 거의 생각하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다. “현실과 북한의 상상 간에 괴리가 있다”고 그녀가 말했다.

자아도취에 빠진 정권에 곧 고가의 명품 취향이 생기는 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144 GL 세단 내부에는 가죽이 깔려 있습니다.” 볼보가 북한 구매자들에게 필시 보냈을 법한 명확한 메시지의 1970년대 마케팅 자료 문구다. 볼보는 동시대의 대기업들 아틀라스 콥코, 코쿰스와 함께 북한 시장에 진출한 초창기 유럽기업 중 하나였다. 그리고 곧바로 1000대의 주문을 받았다. 1차분이 1974년에 배달됐다. 그러나 1년도 채 안돼 평양에서 개최된 북한-스웨덴 무역박람회에서 그 모험사업은 와해됐다. 김정일 정권이 사실상 수입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음이 갑자기 명확해졌다. 박람회를 위해 주문한 기계들조차 대금을 치르지 않았다. 대금 청구서만 계속 한없이 쌓여갔다.

수출업자들은 자신들의 모험사업이 크게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앞서 수년 간 북한 열풍이 스웨덴을 휩쓸었다. 외교 및 기업적 유대 관계 구축에 무수한 시간과 자본을 쏟아부은 판이었다. 대실패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수가 북한의 인상적인 경제성장에 눈이 멀었다. 모두가 남보다 먼저 발을 들여놓으려 열을 올렸다”고 람 노르덴스키올드가 말했다. “스웨덴이 가장 먼저 이 신시장의 빗장을 여는 나라가 될 참이었다.”



많은 기업이 체면을 살리려고 대금결제 협상을 계속 밀어붙였다. 하지만 스웨덴 언론은 근래 역사상 가장 해괴한 무역 재앙 중 하나를 연일 파헤쳤다. 1976년 일간지 엑스프레센의 아게 람스비는 ‘김일성 - 파산한 공산주의자’라는 설명과 함께 그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양면에 걸쳐 실으며 한풀이를 했다. 김정일 정권이 상환하지 않은 다른 부채 관련 보도를 일일이 열거했다. 스위스 롤렉스에 지불하지 않은 무려 500만 유로의 대금이 대표적이다. “김일성 기증”이라고 새겨진 손목시계 2000개를 주문했었다고 전해진다.

“북한은 외채 상환대금으로 구리와 아연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북한 경제전문가들의 계산이 너무 낙관적이었다.” 사진은 북한 청진시의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
“북한은 외채 상환대금으로 구리와 아연을 보낼 생각이었다.” 스웨덴 신문 다겐스 니헤터가 1976년 썼다. 수입한 채굴장비로 캐낼 예정이던 지하자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북한 경제전문가들의 계산이 너무 낙관적이었다. 그리고 이들 광물의 국제시장 가격도 갯값으로 떨어졌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계산착오와 자금부족은 북한 채무 불이행 원인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말해주는 두 가지 정황증거가 있다. 첫째, 무역박람회 중 김일성 정권이 광범위한 산업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소문이 전기작가와 제조업체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돈을 주고 사들이는 기술의 사양을 훔쳐내려고 작당하는 짓은 김일성 정권의 기준으로도 해괴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외교관으로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를 지낸 에릭 코넬이 저서 ‘북한, 천국으로의 특사(North Korea: Emissary to Paradise)’에서 돌이킨 문제다. 미 제국주의에 맞서는 글로벌한 투쟁에서 마침내 서방 세계가 “광명을 얻었다”는 믿음이 북한에 널리 퍼져 있었다. 용맹한 인민공화국을 지원할 책임을 유럽이 깨달았으며 누가 누구에게 얼마나 빚을 졌다는 식의 무의미한 논쟁은 자본주의를 송두리째 말살하기 위한 거창한 노력 속에서 곧 눈 녹듯 사라지리라는 인식이다.

금리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계산하면 북한이 스웨덴에 진 빚은 현재 30억 스웨덴 크로나(4300억 원)를 돌파했다

돌파했다. 이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더욱이 북한 통화 가치가 당초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으로 떨어진 판이다.

김정은과 심복들이 1000대의 자동차를 모두 수거해 현재 장부가격인 대당 2000유로 선에 모두 매각한다고 해도 부채의 0.6%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북한에 판매한 제품이 모두 증발해버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근래 들어 그 스토리에 새로운 진전이 있었다.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게릴라 영화제작과 다큐멘터리 동영상의 등장이다. 평양의 원래 우중충한 도시 풍경에서 녹색의 볼보 편대가 여전히 주요한 볼거리임이 잘 드러났다. 게다가 멀쩡해 보이기까지 한다.

“평양에는 소규모이긴 해도 택시들이 분명 존재한다. 볼보 중 다수가 택시로 투입됐다”고 토르 라우덴 칼스티겐이 말했다. 스웨덴 사진작가이자 사업가인 그는 2008년 자신의 신생 벤처기업 노코 진스 사업차 평양을 방문했다. 어느 날 아침 그들의 지정 운전기사가 늦잠 자는 틈을 이용해 현지 주민처럼 차를 몰고 다닐 기회를 잡았다.

“스웨덴에서도 그 정도 오래된 중고차를 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택시가 아주 잘 정비돼 있었다. 신차에 가까운 상태인 듯했다.”

2008년 당시 북한 정권은 스웨덴을 미국의 거짓말쟁이 꼭두각시 인형으로 간주했다. 제국주의자들에게 조종 당해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화를 낸다고 빚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김정은은 워터파크와 해변 방갈로의 청사진을 그리기 전에 아버지의 차고를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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