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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5인의 펀드시장 전망 - 실적 악화-달러 강세로 반등은 ‘글쎄’

고수 5인의 펀드시장 전망 - 실적 악화-달러 강세로 반등은 ‘글쎄’

한여름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식시장이 가을 찬바람에 휘청거린다. 코스피 지수는 일주일 새 2.5% 가량 하락했다. 안팎으로 악재가 몰린데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2000선까지 무너지자 투자심리마저 얼어붙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도 심상치 않다. 여름에 잠깐 형성됐던 기대감은 완전히 무너졌고, 박스권 탈출이란 오랜 꿈도 사실상 올해 안으론 달성이 어렵게 됐다.

당장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란 점에선 전문가의 인식이 일치 한다. 김홍일 IBK자산운용 부사장은 “주가는 결국 기업의 실적이 좌우한다”며 “기업 성장성에 대한 회의가 싹 트고 있는게 가장 뼈아프다”고 말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삼성전자 등 주도주의 실적이 좋지 않고, 그렇다고 뚜렷하게 괜찮다고 할 만한 업종도 안 보이는 상황이니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 역시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이익이 전년 대비 약 15 조원에서 20조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상쇄할 만큼 좋은 실적을 나타낼 기업들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강 대표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마땅한 호재가 없다”며 “최근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한전 부지 매입이 시장의 기대를 훼손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지 매입 발표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약 10% 가량 빠졌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가 현실화하는 분위기에서 괜찮다고 할 만한 나라가 안 보인다.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는 “유럽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중국 등 이머징 시장도 경기 둔화가 뚜렷하다”며 “미국 경기 회복세가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달러 강세 여파로 이머징 시장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최근 고용이 꾸준히 늘고, 설비 투자와 민간 수요도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경기 회복 자체는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환율이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은 미국으로선 돈줄을 조이는 기조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달러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속도조절은 하겠지만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성 투자 자금의 수급에 따라 증시가 불안정하게 요동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복할 수 없는 정도의 위기는 아니야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으로서는 중국 경제의 침체 분위 기도 부담스럽다. 최근 철강·조선·화학 등 중국 투자 관련주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보다는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흐름인데 중국으로서도 성장률이 너무 떨어지면 고용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선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중국의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경기 불황기에 경쟁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시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좋은 기업이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또 “지금은 양적 성장 기조 속에서 무임승차해 시장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던 기업들이 정리되는 과정”이라면서 “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 기업이 태어나고 죽는 정상적인 순환구조를 복원한다면 중국의 투자환경은 더 좋아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반등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위기인 것도 아니다. 강신우 대표는 “금리가 더 낮아지면 시장의 돈이 주식시장을 외면하긴 어려운 상황이 온다”며 “코스피 지수가 1900선 아래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이머징 시장 중 한국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괜찮기 때문에 당장 돈을 거둬야 할 시장은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일 대표는 “올해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강력한 매수세가 형성되면 어느 정도 수급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이미 주가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저가 매수 분위기도 주가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석규 대표는 “올 여름 한 국 증시가 랠리를 할 수 있었던 건 이른바 ‘초이노믹스’라는 정책 이슈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그간 이 정책들이 실행단계로 넘어갈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많았는데 최근 여야가 정치 복원에 합의한 것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지수 흐름에 민감한 묻지마 투자를 자제하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입을 모았다. 강신우 대표는 “시장 전체 이익이 줄어든 이런 상황에서는 이익의 질, 성장의 질이 높은 회사가 결국 승자가 된다”며 “시장의 분위기나 외부 환경보다는 자체 경쟁력이 있는 회사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최준철 대표는 “지금은 개인투자자에게 매우 힘든 시기인데 변동의 파도가 큰 상황에서 서핑을 잘 타면 즐겁지만 반대로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면서도 “극심한 변동성과 양극화가 투자자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방천 회장은 “이미 돈을 많이 벌어둔(시가총액 대비 이익잉여금 비중이 높은) 기업의 주주에 대한 환원 정책을 잘 살펴보라”며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힘든 상황인 만큼 배당 등으로 부가 수익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일 대표는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지만 수출경쟁력을 갖춘 대형주를, 김석규 대표는 내수주를 잘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최준철 대표는 “알고 보면 좋은데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여전히 많다”며 “직접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선 이런 기업을 잘 발굴하는 운용사를 믿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업종이나 테마에 의존하는 펀드보다는 괜찮은 기업을 잘 골라 넣어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펀드가 좋다”면서 ‘메리츠코리아펀드’를 예로 들었다.





‘장기투자의 힘’ 메리츠코리아펀드 추천 철저한 장기투자 원칙으로 운용하는 메리츠코리아펀드는 가치 투자 펀드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중형 성장주 펀드에 가깝다. 미래의 성장과 가치를 겸비한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면서 매도회전율을 극도로 낮춰 길게 투자하는 게 특징 이다. 설정액이 크지 않지만 올해 가장 좋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 중 하나로 꼽힌다. 강방천 회장은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이탈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흥분과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며 “지금 많이 떨어졌다고 공포를 느끼기보다는 좋은 펀드를 골라 시장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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