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하는 中 인민은행 양적완화 - 티 나지 않게 계속 돈 푼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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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모하는 中 인민은행 양적완화 - 티 나지 않게 계속 돈 푼다

변모하는 中 인민은행 양적완화 - 티 나지 않게 계속 돈 푼다

인민은행의 전략은 연말까지는 ‘작은 칼(맞춤형 유동성 공급 정책)’로 버텨보자는 것 같다. 그러다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어쩔 수 없이 내년 초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나 기준금리 인하 같은 ‘큰 칼’을 꺼내 들어야 할지 모른다.

인민은행의 전략은 연말까지는 ‘작은 칼(맞춤형 유동성 공급 정책)’로 버텨보자는 것 같다. 그러다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어쩔 수 없이 내년 초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나 기준금리 인하 같은 ‘큰 칼’을 꺼내 들어야 할지 모른다.

흔히 양적완화(QE)라고 하면 중앙은행이 국채나 모기지증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 수단을 떠올리기 쉽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이상 기준금리를 내릴 수 없게 된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폈던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는 협소한 의미의 양적완화다. 본질적으로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인위적으로 방출하는 정책을 아우른다. 연준처럼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방식도 있지만, 중앙은행이 은행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것도 양적완화의 한 형태다. 올 들어 중국 인민은행이 선보이고 있는 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인민은행은 고강도 부양책을 지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수시로 내놓는 정책을 다 합해보면 이미 ‘티끝 모아 태산’ 수준이 됐다. 이름을 바꿔가며 빈번해지는 인민은행식 양적완화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구멍이 난 중국의 자금조달 시스템을 살피는 게 먼저다.

 외자 유입-그림자금융 위축
경제 주체들이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은행에서 빌리든가 자본시장에서 유가증권(회사채나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하든가. 중국의 경우 증시와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다. 대부분의 자금 조달은 은행에 의존해 왔고, 최근 5년 동안에는 그림자금융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졌다.

인민은행 통계를 보면 7월부터 은행권의 신규 위안 대출과 사회융자 규모(은행대출과 그림자금융 등을 합한 총 자금 조달)가 빠르게 줄고 있다. 기관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거나 경제 주체들이 더 이상 빚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9월 신용통계를 보자. 한 달간 늘어난 사회융자 규모는 1조500억 위안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의 1조4000억 위안과 비교하면 25% 감소했다. 앞서 발표된 7월과 8월 사회융자 규모의 감소폭은 이보다 더 크다. 7월 신규 대출과 사회융자 규모의 경우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이래 가장 작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림자금융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신탁상품과 이재상품 등 그림자금융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그간 중국 부동산과 철광석 석탄업 등 굴뚝산업에 공급돼 성장을 떠받쳐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가파르게 꺾이고 굴뚝산업 내 디폴트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이제는 돈이 신탁상품이나 이재상품으로 향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그림자 금융을 억누르기 위한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도 한몫 했다.

은행권 신규 대출도 그림자금융의 빈 곳을 다 메우지는 못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산업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여신 심사 자체가 팍팍해졌다.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재연장하기보다는 일부라도 회수에 들어가는 은행이 늘고 있다. 경기가 꺾이고 집값이 하락하자 기업들이나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신규 사업을 꺼리게 마련이다. 한계상황에 내몰린 부동산 업체나 중소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대출 수요가 늘어나기 힘든 여건이다.

여기에다 유동성 공급원 중 하나였던 외부 자금 유입도 예전만 못하다. 오히려 자본 유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8900억 달러에 머물렀다. 석 달 새 1000억 달러 가까이 줄었다. 유로화 가치 급락 탓에 달러로 환산한 외환보유액 평가액이 줄어든 영향도 있겠지만 3분기 중 꾸준한 무역흑자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본토 내 달러 자금 유출 가능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림자금융 상품을 통해 부동산으로 들어왔던 핫머니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3분기 중 빠져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미국 연준 의 양적완화 종료로 앞으로 중국 내 자금 유출이 더 심화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위안화 가치가 크게 약세를 보이지 않 고 있는 배경에는 자금 이탈 속도를 막기 위해 인민은행이 기준 고시 환율을 조정, 위안화 강세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정리하면 이렇다. 중국 실물에 유동성을 공급했던 채널 중 두 개가 흔들리고 있다. 하나는 그림자금융이고 나머지 하나는 외자 유입이다. 두 채널의 유동성 공급 기능이 약해지다 보니 인민은행이 나서서 그 빈 곳을 메워야 하는 거다. 따라서 최근 인민은행이 내놓고 있는 맞춤형 유동성 공급책은 중국 내 유동성을 순증시킨다기보다 듬성듬성 구멍 난 파이프를 메우는 정도다.

인민은행은 바빠졌다. 수시로 새로운 정책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해 SLO(7일물 단기 유동성 공급)와 SLF(최장 3개월 유동성 공급)를 선보이더니 올 들어선 PSL(3년짜리 담보부 유동성 공급)과 MLF(3개월 이상 유동성 공급)라는 정책 수단을 내놨다. 이들을 통해 공급된 자금의 사용처는 삼농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부 주도 정책사업에 대한 대출로 한정돼 있다. 그래서 맞춤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0월 말 현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중기차대편리(中期借 贷便利), 즉 MLF(Mid-term Lending Facility)의 경우 최장 3개월짜리 유동성 공급 수단인 SLF와 유사하다. SLF를 3개월마다 차환해서 공급하면 될 것을 MLF라는 것을 굳이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좋게 해석하면 인민 은행이 금리 개혁을 앞두고 다양한 정책 수단을 만들어 실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혹은 주식시장이나 경제 주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 마침 후강퉁 시행연기로 상하이 증시가 60일선을 이탈하려는 순간 MLF라는 변종 SLF가 등장했고, 덕분에 10월 마지막 주 주가는 탄력을 받고 다시 위로 방향을 틀었다.

인민은행은 매 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라는 문구를 약방의 감초처럼 삽입한다. 실제로 정말 수단은 다양해졌다. 공개시장조작(OLO), 공개시장조작의 변형인 SLO(12개 은행에 14일물 레포 공급), 재대출, 재대출의 변형인 PSL, 그리고 SLF, SLF의 변형인 MLF, 여기에다 가장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인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이 있다. 이름을 바꿔 가며 유사한 정책을 계속 내놓기보다 그냥 은행권 지급준비율을 0.50%포인트 떨어뜨리는 게 훨씬 간단하고 명료하다. 그럼에도 인민은행이 MLF라는 것까지 고안해 내며 지키고 싶은 것은 ‘최소한 지준율과 기준금리까지 손대지는 않았다’는 자존심인 것 같다.

 무분별한 부양책 억제하고 있지만…
이는 후진타오-원자바오 지도부 아래에서 이뤄졌던 무분별한 부양책을 억제하고 구조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추구하겠다는 시진핑 지도부의 노선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 고안된 유동성 공급 수단들을 통해 올 들어 은행권에 공급된 자금만 합쳐봐도 이미 2조 위안에 육박하고 있다. 지준율을 0.50%씩 4차례 낮춘 것과 다를 바 없다.

당국의 전략은 연말까지는 ‘작은 칼(맞춤형 유동성 공급 정책)’로 버텨보자는 것 같다. 그러다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어쩔 수 없이 내년 초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나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큰 칼’을 꺼내 들어야 할지 모른다. 경기 연착륙을 향한 당국의 돈 풀기는 빈번해지고 있지만 비효율을 제거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개혁 과제의 진척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새 것을 외치지만 예전 레퍼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채 한 단위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급감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대출 확대를 지원하기보다 근본적 구조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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