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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에서 손을 떼라

운전대에서 손을 떼라

테슬라의 신형 자동차 모델 S는 자율주행기술을 장착했다.
로라 헌트(48)는 일리노이 교외에서 운전하던 중 차로 모터사이클을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모터사이클 운전자 애니타 재 프케는 60미터를 날아가 사망했다. 헌트는 자신이 운전하면서 손톱을 칠하느라 모터사이클을 미처 보지 못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첨단기술 덕분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조만간 사라질지 모른다. 운전 중에 손톱을 칠하거나 샌드위치를 먹거나 문자를 보내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면서 앞을 보는 대신 무엇이든 다른 작업을 해도 사고를 일으킬 일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첨단기술과 데이터는 향후 수십 년 내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괴혈병만큼이나 보기 드물면서 예방은 쉽게 만들 수 있다. 변화는 이미 목전에 와 있다. 10월 10일 모습을 드러낸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대표적이다. 자동차나 트럭이 움직일 때마다 수집되기 시작한 새 데이터들 또한 도움이 된다.언론은 마치 쥐를 보고 눈이 튀어나오는 만화 캐릭터처럼 에볼라를 보며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에서 에볼라 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단 한 명이다. 매년 교통사고로 미국인 3만 3000명이 사망한다. 매일 100명 가량이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래 자동차 추돌사고는 전세계적으로 2500만 명을 죽게 만들었다. 3세부터 33세 인구가 사망하는 원인 1위다. 사망사고 거의 대부분은 주의산만, 음주운전, 졸음운전 등 운전자의 과실이다.

그러니 사실은 빠르게 달리는 쇳덩어리를 사람의 손에 맡긴다는 생각 자체가 매우 어리석다. 인간이 운전하는 차는 지상 핵실험 만큼이나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하다.

최근 무인자동차가 실험 단계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특히 구글에서 말이 많이 나온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나 나오던 미래세상에 대한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차에 타고도 운전 대신 게임을 하면서 출근하는 미래 말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긴 하겠지만 아주 먼 미래일 것이다. 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는 조금 더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개념을 제시했다. 신형 테슬라 모델S는 머스크가 “운전자가 있기는 있어야 할 것”이라며 항공기 자동항법장치에 비유하는 시스템을 달고 나온다. 운전자가 완전히 자유로워지진 못하지만 다른 것에 주의를 기울일 때 차가 운전을 대신할 수는 있다.

모델 S 자율주행 기술은 센서 12개, 카메라, 레이더를 사용해 속도제한표지를 읽고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방향을 유지하며 다른 차나 보행자 같은 사물을 인식한다. 안개나 빗속에서도 사람보다 더 대상을 잘 인식한다. 시험주행을 해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 차는 이미 길 위에서 운전자가 문자를 읽거나 뒷좌석에 탄 자녀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동안에도 도로를 벗어나지 않는 놀라운 기능을 선보였다. 머스크는 내년 초면 신형 테슬라로 고속도로 주행 시 전체 주행의 90%는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선언은 첫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의학자 조너스 소크의 선언만큼이나 중요하다. 자동차 회사 대부분은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 중이지만 대개 5년에서 15년 내엔 개발이 어렵다고 말한다. 머스크는 조금 더 빨리 내놓으라고 업계를 재촉한다. 운전자가 과실을 일으키려 할 때 차가 재빨리 운전대를 넘겨받아 브레이크를 밟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안전성 측면에서 안전벨트나 에어백을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 기술이 있었더라면 운전자가 주행 중에 손톱을 칠하더라도 모터사이클과 충돌을 일으키진 않았을 것이고, 모나코의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가 몬테카를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구글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또 한 가지 중요한 기술은 주행 자료다. 아직도 놀랄 만큼 적은 양이 수집되지만 점차 나아진다. 오늘날 자동차들은 속도, 가속도, 브레이크 등 여러 요소를 추적 가능한 컴퓨터와 센서로 가득하다. 그런 데이터 대부분은 차량에만 남는다. 그러나 보험회사들은 차량에 데이터 전송장비를 설치하고 좋은 운전습관을 입증하는 운전자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오토매틱 같은 회사는 운전자의 운전습관과 자동차의 성능을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그런 프로그램이 점차 인기가 많아지면서 그동안 손에 넣지 못했던 자료들이 축적된다. 막대한 데이터는 이를테면 어떤 운전습관이 교정이 필요할 정도로 위험한지 식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추돌사고가 어디서 일어났고 왜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데 필요한 많은 자료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통사고를 체계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 조슈아 섕크 이노교통센터 CEO는 뉴욕타임즈에 말했다.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 만약 지난 수 년 동안 자동차와 운전자 데이터가 축적되고 분석됐더라면 수십 명을 죽게 만든 GM의 차량 점화스위치 결함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테슬라 같은 자율주행 차량은 운전자를 교정한다. 데이터는 위험한 도로나 기계적인 결함 등 그밖의 문제를 바로잡는다. 교통사고 사망에 막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는 뭐가 남았을까? 물론 인간이다.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정당한 우려가 있다. 게다가 우리는 주행이 마치 불가침한 권리라도 되는 듯이 운전을 하길 원한다. 그토록 즐거운 스포츠를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이 화가 났을 때 서로 목숨을 걸고 결투를 벌이던 시절도 있었다. 오늘날엔 그 누구도 그런 결투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동차의 핵심은 사람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안전하게 운송하는 것이다. 기술은 운전을 수송에서 분리하기 시작한다. 조만간 인간이 혼자 힘으로 운전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으로 여겨지는 날이 오리라.

물론 테슬라가 14만 달러짜리 스포츠카를 만드는 이유는 단지 사람을 수송하기 위해서 만은 아니다.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3초밖에 안 걸린다. 만약 차가 사람 대신 운전한다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만큼 주행이 재미있을까? 롤러코스터를 타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운전해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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