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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예의주시하는 대만

홍콩을 예의주시하는 대만

2014년 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대(對)중 서비스 시장개방 협정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의 상징인 해바라기 등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중국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 정부가 시위대와의 유혈 충돌을 잘 피해가는 중이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가들과 공산주의 수호자들의 충돌은 홍콩뿐 아니라 중국 각지에서도 반향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대만을 평화적으로 병합하려는 희망도 멀어져 간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은 대만 사업가들에게 암울한 신호를 보낸다. 지난 수 년 동안 대만과 중국 사이의 통상관계가 좋아지자 많은 대만인들은 두 국가가 지나치게 빨리 가까워진다고 우려했다. 홍콩에서 일어나는 충돌은 중국과 더 가까운 관계를 지지하는 대만인들에게 좋지 않은 징조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중국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그 어떤 전임자보다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조약 다수를 체결했다. 그럼에도 9월 말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세상에 알려지기도 전부터 이미 젊은 대만인들은 마잉주의 친중국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중국과 맺은 무역조약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마잉주가 이끄는 국민당은 11월 29일 지방선거에서 야당 민주진보당의 강한 도전에 직면했다. 그러자 마잉주는 중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 편에 서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새로운 리더십이 맞이한 중대한 시험”이라고 대중국 관계를 관리하는 대만의 고위 외교관은 말했다. 중국 비판이 민감한 사안이니만큼 익명을 요청한 그 외교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한 지 2년이 채 안 됐기 때문에 아직 그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진핑이 홍콩 시위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그 결과에 따라 중국 국내 문제를 다루는 그의 능력만이 판가름날 뿐 아니라 이웃나라와의 관계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홍콩 사태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시진핑은 정치적인 둔감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대만의 친중국 사업가들을 중국으로 초청해 “일국양제”가 중국과 대만의 재결합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라. 홍콩의 상업지구가 시위자들에게 점거당한 상태다. 중국이 홍콩에서 일방적으로 일국양제를 저버린 시점에서 그 모호한 발상을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중국은 ‘일국양제’의 이름 아래 홍콩에 완전한 자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충돌을 보면 중국이 홍콩에 민주주의가 번성하도록 내버려두리라는 희망은 끝난 듯하다. 중국은 2017년 예정된 행정 장관 선거에 나설 후보를 직접 선정하기로 결정했고 시위자들은 홍콩 시민이라면 누구나 입후보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맞섰다.

시진핑이 대만 내 친중파와 만남을 갖자 마잉주는 대만 국경절 연설을 통해 조심스럽던 평소 말투를 버리고 중국 정부에 민주화를 촉구했다. “중국은 그저 17년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 홍콩 주민이 홍콩을 통치하도록 허용하고 높은 수준의 자치권과 보통선거를 통한 지도자 선출을 보장한다는 약속 말이다. 이제 13억 중국인이 어느 정도 부유해졌다. 당연히 중국인들도 더 많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누리길 바랄 것이다. 그런 욕구는 서양 국가들뿐 아니라 모든 인류가 공통으로 갖는 권리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거대 이웃나라와 공존하는 법을 발견한 대만 총통의 말치고는 아주 대담한 발언이다. “마잉주는 중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조약 20여 개를 성사시켰다”고 중국 전문가 제롬 코언 뉴욕대 교수는 말했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양국을 오가는 정기 항공편이 생기면서 관광교류가 늘었을 뿐 아니라 대만의 첨단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고 문화교류도 늘었다. 대만해협을 오가는 무역액수는 2013년 197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02년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지금은 “마잉주가 시진핑을 만나고 싶어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그를 규탄하고 있다”고 코언은 말했다. 홍콩 시위가 일어나기 전, 마잉주가 중국과 양안서비스무협혁정에 서명하려 하자 많은 대만 학생들과 사회 지도층은 중국과의 성급한 경제 병합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대만이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 지나치게 노출될까 우려한 탓이다.

지난 3월 대만에서 시작된 평화시위 ‘해바라기 운동’은 마잉주에게 조약 서명을 늦출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은 대만 시위를 눈여겨봤다고 빈센트 왕 리치먼드대 정치학과 교수가 말했다. 두 운동이 점차 밀착되기 시작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대만과 홍콩의 시위 지도자들은 서로 대화를 시작했고 시위 전략과 정보를 교환했다. “해바라기 운동은 평화 시위를 계속하면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왕 교수는 최근 대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말했다. 대만 시위는 “홍콩에서 시위자들이 매우 성숙하고 평화로웠던 이유 중 하나”라고 그는 말했다.그럼에도 중국 정부와 홍콩의 친중파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 중국 외교관에게 홍콩 주민의 선거 입후보를 거부하는 것이 일국양제를 유지한다는 영국과의 조약을 위반하는 게 아닌지 물었다. 그는 즉시 내 질문을 바로잡았다. “일국양제가 아니라 자치권 연장”이라고 그는 말했다. 일국양제란 개념은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던 덩샤오핑이 1980년대에 만들어냈다. 대만을 평화적으로 병합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나중에 홍콩에 적용했을 뿐이다. 오늘날까지도 이는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대만 합병계획으로 남아 있다. 중국은 여전히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여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홍콩에 민주주의 체제를 허용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함에 따라 대만이 언젠가 홍콩과 비슷한 형태로 중국에 병합되리라는 환상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마잉주의 친중국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대만인도 평화적인 병합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수잰 셔크 샌디에이고대 21세기중국프로그램 책임자는 말했다. 홍콩과 대만은 모두 중국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과 구별되는 독자적 정체성을 키워왔다. 중국이 완전히 놓치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이 정체성 문제를 인식하는지조차도 잘 모르겠다”고 셔크는 말했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대만을 향한 강제 병합 위협도 늦추지 않았다. 통상관계는 확대됐지만 대만을 겨냥하는 중국 미사일 갯수도 늘어났다. 대만에서 선거가 다가오면 미국의 방어용 무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반드시 나오리라고 왕은 말했다. 예를 들어 대만은 새 잠수함을 건조하고 노후한 함대를 보강하기 위해 미국의 디젤 잠수함 청사진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대만을 강제 병합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저지하고 대만의 방어능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01년 미국이 대만에 잠수함 8척을 판매한 이후로 최신 미국 무기 체계가 대량으로 대만에 판매된 적은 없었다. 최근 대만이 신형 F-16 전투기를 구입하려 하자 오바마 정부는 그 대신 대만이 보유한 구형 F-16 전투기를 개조하는 쪽을 택했다. “대만과 중국은 미국의 무기판매 정책에 변화가 있는지 주시할 것이고, 미국은 가급적 바꾸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셔크는 말했다. 셔크는 클린턴 대통령 시기에 국무부 고위 관료로 중국, 대만, 홍콩, 몽골을 담당했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파는 것과 별개로 대만과 중국의 관계 악화와 중국의 지역 정책 강성화가 향후 군사 대치나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을까? “갈등이 고조될 수는 있겠지만 적대행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코언은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릴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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