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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전환점 맞은 애플리케이션 시장 - ‘스타트업 벤처의 블루오션’은 옛말

Issue | 전환점 맞은 애플리케이션 시장 - ‘스타트업 벤처의 블루오션’은 옛말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놀라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곳.’ 흔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을 수식하던 말이다. 앱 하나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앵그리버드’ ‘페이스북’ 등의 사례가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모바일 메신저 앱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런데 최근 앱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밖에서 바라보는 앱시장은 여전히 순항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앱시장 규모는 약 3조 원이다. 2012년 2조 원 수준에서 급격히 성장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연 평균 20% 이상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앱시장 규모를 26조4300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2015년에는 47조57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규모는 쑥쑥 커지는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 앱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온다. 신규 스타트업 벤처의 시장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는 척박한 환경 때문이다. 수년간 시장이 크면서 강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크는 시장을 노리고 거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던 시장은 아이디어와 기술력, 자본력의 3박자를 갖춰야 겨우 성공 가능성이 있는 시장으로 변했다.
 게임 앞세운 대기업이 앱 순위 장악
실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를 보면 1~10위까지의 앱 대부분이 대기업에서 만든 것이다. 그마저도 모두 게임 관련 앱일 정도로 시장 편중 현상도 심하다. ‘클래시 오브 클랜’을 출시한 수퍼셀을 비롯해 넷마블·넥슨·컴투스 등 기존 모바일 게임회사가 차트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국민게임 ‘애니팡’을 성공시킨 선데이토즈가 순위권에 있기는 하지만 앱시장으로 치면 이미 중견기업으로 봐도 좋을 만큼 기반을 갖춘 회사다.

과거 선데이토즈라는 스타트업 벤처가 ‘애니팡’으로 성공을 거둘 때까지만 해도 앱시장이 스타트업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애니팡의 성공 이후 비슷한 류의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애니팡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심리를 정밀하게 분석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게임 자체의 기술적 수준은 다른 제품보다 월등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카카오톡 모바일 메신저 가입자 간의 경쟁구도를 도입했고, 게임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하트’를 가입자 간에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은 혼자서 즐기지만 실직적으로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 이후 대부분의 게임이 경쟁구도와 각자만의 ‘하트’를 게임에 도입했다. 이 조건이 같아지고 나니 그래픽·기술력·광고 등으로 성패가 갈렸다. 결국 자본이 필요한 요소들이다.

자본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클래시 오브 클랜’이다. 핀란드의 개발사 수퍼셀이 만든 이 게임은 현재 주요 앱 순위 차트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에 출시되기 이전부터 세계 시장에서는 성공을 거둔 제품이다. 국내 출시 초반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012년 8월 애플 앱스토어, 지난해 9월 구글플레이스토어를 통해서 국내에 소개됐다.

올 초까지도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6월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이용자가 늘고 있다. 막대한 광고비 지출 덕이 크다. 현재 공중파를 포함한 TV, 지하철, 버스 등에서 이 게임의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오죽하면 “게임보다 광고가 더 유명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업계에서는 수퍼셀이 국내에서 지출한 광고비만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신한 금융투자가 1조 원 시장으로 평가한 배달 앱시장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음식점의 배달 주문과 결제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앱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앱은 ‘배달의 민족’이다. 스타트업 벤처 우아한 형제들이 2010년 출시한 앱이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하지만 독일 온라인업체 딜리버리히어로가 출시한 ‘요기요’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요기요가 든든한 자본을 바탕으로 유명 배우 박신혜를 앞세운 광고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다. ‘배달의 민족’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배우 류승룡과 계약을 맺고 TV 광고를 시작해 겨우 점유율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최근에는 업계 3위 ‘배달통’까지 가세해 광고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앱 개발 회사의 고민은 또 있다. 대중이 앱시장에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새로운 앱이 나오면 ‘이런 신기한 것도 있다’며 놀라던 이용자들이 이제는 웬만한 앱은 다운로드조차 받지 않는다. IT 전문 매체 블로터닷넷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66.6%의 스마트폰 이용자가 최근 한 달 동안 1~5개의 앱만 다운로드 받았다. 한 달 동안 한 개의 앱도 다운로드 하지 않은 이용자도 8.2%나 됐다. 외국의 상황도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이트는 8월 ‘올해 들어 신규 앱을 다운로드 받지 않은 영국 스마트폰 이용자가 31%나 된다’고 발표했다.
 배달 앱 시장의 광고전쟁
상황은 어렵지만 앱 시장은 분명이 크고 있는 시장이다. 포화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블루오션이 많이 남아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더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벤처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정부도 이런 시각을 가진 듯하다. 창조경제를 밀고 있는 박근혜정부는 최근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2017년까지 4조 원을 풀어 스타트업 벤처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줄기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세부 시행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는 12월에 패션 관련 앱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한 개발사 대표는 “정부 지원이 느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고민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앱 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 제품이 출시된다고 해도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것은 2~3년 후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국민앱이라 불리는 카카오톡도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이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단한 알고리즘만 있으면 되는 앱을 만들든,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앱을 개발하든 지원금액을 일괄적으로 책정한다. 이제 겨우 제품 개발을 마쳤는데 매출 보고서를 요구하고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일도 있다. 정작 가장 많은 자금이 필요한 기획 단계에서는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 기획서 한 장 달랑 있는 기업에 많은 금액을 지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그러나 어렵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타트업의 옥석을 가리고,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임지훈 K큐브 벤처스 대표 - 다윗이 골리앗 이기는 시장 되길
사진:지미연 기자
K큐브 벤처스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 투자회사다. 2012년 김범수 다음카카오(당시 카카오) 의장이 “바람직한 벤처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설립한 회사로 화제를 모았다. 자금 지원이 절실한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다. 현재 상황과 관계 없이 가능성만 보고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지금까지 3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했고, 그중 문을 닫은 회사는 2곳에 불과하다. 국내 벤처 환경을 생각하면 놀라운 확률이다. 김범수 의장과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한 임지훈 대표가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다. 과거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를 발굴·투자해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를 만나 앱시장의 가능성과 과제를 물었다.



국내 앱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마다 이렇게 크게 성장하는 시장을 포화상태라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아직까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여전히 스타트업 벤처에게 기회가 열려있고 노려볼 만한 분야가 많다.”



앱 시장에도 거대 자본을 앞세운 회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앱 시장은 소규모 스타트업이 굴지의 대기업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다. 우리 회사가 투자한 ‘키즈노트’ 같은 앱이 대표적 사례다. 유치원 선생님과 학부모가 알림장이 아닌 앱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소프트웨어다.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후 SK가 유사한 앱을 출시했지만 ‘키즈노트’에 밀리고 있다. 대기업과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장착하면 된다. 이는 굳이 앱 시장이 아니라 어떤 시장의 어떤 회사 라도 당연히 갖춰야 할 역량이다.”



새로운 앱에 대한 아이디어가 고갈됐다는 인상을 준다.


“시장 흐름이 변했다. 지금까지는 PC에서 사용하던 기능을 모바일로 대체하는 성격의 앱이 주류를 이뤘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타트업 벤처의 호황기였다. 누가 먼저 PC의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가져오는가의 싸움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났다. 이제는 모바일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분야와 새로운 기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대자본 공세를 타개하기 위해 스타트업 벤처가 보완해야 할 점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항목별 평균 점수가 높은 기업보다는 한 분야의 점수가 월등히 높은 기업을 좋아한다. ‘이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 하나’를 찾는 일이다.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은 아주 쉽다. 마케팅이 약하고, 팀워크가 별로이고, 그래픽이 떨어지고 등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은 누구나 한다. 부족한 부분은 나중에 채우면 된다. 하지만 눈에 띄는 장점 하나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또 하나는 철학이다. ‘내가 왜 이 사업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지루하고 외로운 싸움이다. 수익도 성공에 대한 확신도 없이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왜’라는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으면 중간에 길을 잃는다. 팀원들끼리 와해될 확률도 높다. 그래픽·기술·아이디어는 금방 비슷하게 만든다. 다른 기업이 따라 하지 못할 철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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