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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with bike | 신안 증도 - 거대한 염전-장대한 백사장 품은 보물섬

Travel with bike | 신안 증도 - 거대한 염전-장대한 백사장 품은 보물섬

썰물 때만 드러나는 노두길은 증도와 화도를 연결한다. 길이 1.2km.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은 실로 섬들의 천국이다. ‘신안’이라는 하나의 지역명으로 묶여 있지만 섬의 본질이 원래 ‘단절’이어서 같은 신안이라도 섬마다 풍경과 풍속이 조금씩 다르다. 국토 최서남단의 가거도까지 신안에 속하니 신안의 영역은 최대폭이 165km에 달해 웬만한 도(道)에 버금간다.

별처럼 때로는 보석처럼 산재한 1004개의 섬은 각자 특색과 매력이 있지만 증도(曾島)는 가장 특별한 섬에 속한다. 2007년 완도 청산도와 담양 창평면, 장흥 유치면과 함께 국내 최초로 느림과 친환경, 여유로운 삶을 내세우는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됐다. 어디에 있는지 존재감조차 없던 증도는 웰빙 열풍과 함께 시의적절하게 맞아떨어진 ‘슬로시티’ 홍보효과로 삽시간에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그보다 앞서 1976년에는 송나라와 원나라 시대의 물건을 잔뜩 실은 운반선이 증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이 발견됐다. 8년 간의 발굴 결과 고려청자를 포함해 무려 2만8000여점의 귀중한 유물이 쏟아져 증도는 말 그대로 ‘보물섬’이 됐다. 침몰 연도는 고려 말인 1323년으로 확인됐다. 침몰 해역 부근 바닷가에는 기념비와 복원된 운반선이 서 있다. 전시관과 휴게소로 쓰이는 복원 선박은 700년 만에 발견된 것을 기념해 ‘700년 전의 약속’으로 명명됐다.
 슬로시티로 지정
1. 바위섬인 소단도 위에 유물선을 복원한 ‘700년 전의 약속’. 유물 전시장과 휴게실로 사용된다. 2. 태평염전 가운데로 아득하게 도열한 소금창고. 소금창고 옆으로 횡단도로가 나 있다. 3. 우전해수욕장을 따라 길이 3km의 울창한 솔밭이 펼쳐진다. 바닷가를 들락거리는 숲길이 매혹적이다. 4. 갯벌 위를 지나는 짱뚱어다리는 길이 470m의 가냘픈 나무다리로 밀물 때 특히 운치 있다.
슬로시티인 만큼 증도 여행은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어울린다. 길이 9km, 면적 40㎢의 꽤 큰 섬이지만 일주 해도 38km 정도이고, 고개와 험로가 적어서 초보자도 도전할 만하다. 서울을 기준으로 신안도 먼 곳이지만 증도는 더 멀다. 서해안에 있다지만 서해안고속도로(북무안IC)를 나와서도 40km를 더 가야 한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연륙교가 연결되어 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점이랄까.

증도는 원래 상하 두 개로 나뉜 섬이었으나 두 섬 사이를 간척해 염전으로 활용하면서 하나의 섬이 됐다. 떡 시루처럼 물이 잘 빠져나가 시루섬이어서 증도(甑島)였다가 다시 증도(曾島)로 됐다. 대표적인 볼거리는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 최대인 태평염전과 복원된 고려시대 ‘보물선’, 넓은 솔밭을 끼고 있는 길이 3km의 우전해수욕장을 들 수 있다.

증도대교를 건너면 외지인에 한해 1000원의 섬 입장료를 받는다(2015년부터 폐지 예정). 매표소를 지나 좌회전, 3km 가면 태평염전 입구의 소금박물관이다. 이곳을 여행의 기점으로 잡으면 편하다. 태평염전(1, 2공구)은 폭 1km, 길이 2.5km의 직사각형 형태로 질펀하게 펼쳐져 있다. 염전 한가운데로는 소금창고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관통도로가 뻗어나며 1, 2공구를 나눈다. 비포장인 이 길로 진입하면 염전을 한층 가까이 볼 수 있는데 마음은 조금 아프다. 염전 작업은 힘들기로 악명이 높아서 뙤약볕에서 작업 중인 일꾼들의 어깨가 무척이나 무거워 보인다. 고품질의 천일염은 햇살과 함께 인간의 노역이 더해져야만 비로소 만들어진다.

염전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면 면사무소와 학교 등이 모여 있는 섬의 중심지인 증동리다. 증동리에서 북쪽의 방축마을로 가면 호젓한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해안선이 하트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하트해변이라지만 비금도의 원조 하트해변보다는 못하다.

하트해변을 벗어나 산줄기를 돌아가면 해저유물이 발굴된 해역이다(정확한 침몰 장소는 기념비에서 서북쪽 2.75km 해상). 해역이 마주보이는 일대는 기념비와 전망대, 복원 선박이 어우러져 증도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바위섬인 소단도 꼭대기에 얹힌 ‘700년 전의 약속’은 전망대로도 좋다. 다시 증동리로 나와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갯벌 위로 실낱 같은 다리가 길게 걸려 있다. 목제 ‘짱뚱어다리’로, 폭이 좁고 낮아서 470m의 길이가 한층 더 길어 보인다. 다리를 건너가면 바로 우전해수욕장 북단이다. 해변을 조금 따라가다 길이 끊기면 울창한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서서 산책로를 이용하면 된다. 백사장이 잠깐씩 보이는 숲길은 대단히 매혹적이다.

백사장 남단 언덕에는 엘도라도 리조트가 그림 같다.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대초리로 동진하면 증도에 딸린 작은 섬인 화도 진입로로 이어진다. 증도와 화도는 화성의 제부도처럼 썰물 때만 연결되는 1.2km의 ‘노두길’이 나 있다. 따라서 화도에 진입할 때는 물 때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화도 진입로에서 나와 북진하면 태평염전 3공구를 거쳐 출발지로 돌아오게 된다. 태평염전은 북쪽부터 1, 2, 3공구로 구분되며 1, 2공구는 같이 붙어 있고, 3공구는 남동쪽에 따로 분리되어 있다. 마지막 여정은 태평염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소금밭 낙조전망대를 걸어 오르는 것이다. 전망대는 소금박물관 뒤편 야산 정상에 있으며, 10분 정도 걸어 오르면 된다. 서쪽으로 드넓은 염전을 바라봐서 노을 질 때 한층 아름답지만 어느 때든 광활한 염전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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