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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미래는 어둡다

기술의 미래는 어둡다

지금의 컴퓨터는 우리가 매일 만들어내는 막대한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한다.
기술은 정체됐다. 인구과밀화, 환경오염, 바이러스, 인질참수로 뒤덮인 지구엔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전환점이 필요하지만 기술은 멈춰섰다. 차세대의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TV, 핵폭탄, 인터넷은 언제쯤 나타날까?

우버, 아이폰, 가상현실 체험고글 등 온갖 첨단기술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에 기술이 정체됐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 법하다. 그러나 크게 보면 오늘날의 최신 기술은 새롭지 않다. 이미 있던 것들을 보다 더 향상시키고 최적화했을 뿐이다. 기술 업계에서 우상파괴자로 널리 알려진 피터 티엘은 “우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원했지만, 그 대신 140자 메시지를 손에 넣었다”고 말했다.

사소하지 않은 지적이다. 만약 기술이 정체된다면 인류 또한 정체된다. 인간 사회는 더 복잡한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갈수록 증가하는 인구를 부양할 수가 없다. 더 복잡한 사회 체계는 현 단계에서 한 차원 도약할 전환점을 필요로 한다. 최근 일어나는 일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기술이 얼마나 별 볼 일 없는지 보여준다. 버진걸랙틱의 우주여행선 폭발 사고를 보라. 라이트 형제는 1903년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띄웠다. 보잉은 1958년에 최초의 제트여객기 보잉 707을 발표했다. 그때 이후로 운송 기술은 약간 더 나아지는 데 그쳤다. 보잉707과 보잉787 사이엔 최초의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와 요식업체 파이브가이즈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버진그룹을 설립한 리처드 브랜슨은 누구나 우주여행을 하는 수단을 개발하고 싶었다. 지구 궤도를 활용해 런던에서 뉴욕까지 45분만에 이동하는 기술도 그 일환이었다. 버진걸랙틱의 우주여행선은 이동수단의 신세계를 열어젖히고자 했다. 34번째 비행까진 문제가 없었다. 35번째에 추락했다. 당분간 뉴욕에서 LA로 가려면 중력에 묶여 6시간 동안 비행하는 방법밖에 없으리라는 암울한 징조였다. “우주는 어렵다.” 브랜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10월 말 IBM은 인지컴퓨터 기술과 관련된 컨퍼런스를 열었다. 300명의 참가자 중 대다수가 컴퓨터 기술이 정체됐다는 데 동의했다. “컴퓨터 기술은 지난 60년 동안 한 가지 패러다임 하에 발달해왔다”고 PDA 팸파일럿을 발명한 제프 호킨스는 말했다. 현재 그는 뇌 구조 컴퓨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오늘날 컴퓨터 작업은 1950년 처음 공개된 프로그램식 컴퓨터와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컴퓨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다 빠르고 작아졌지만 이제 그런 개선의 여지도 거의 사라져간다. 더 나은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마치 더 나은 양말을 만드는 일처럼 됐다.

이 컨퍼런스에서 존 켈리 IBM리서치 이사는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발생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표를 보여줬다. 자료량을 나타내는 곡선이 마치 에베레스트 산맥처럼 보였다. 현재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컴퓨터는 결코 그 데이터들을 다 다루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 쏟아지는 것들을 처리할 시스템을 만드는 경쟁은 지금 한창 벌어지는 중”이라고 켈리는 말했다.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의 삶과 수많은 산업을 향상시킬 기회를 놓칠 것이다.”

더 안 좋은 소식은 따로 있다. 이 컨퍼런스에서 아무도 새 시대를 열어젖힐 컴퓨터를 만들 줄 모른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IBM은 퀴즈쇼 제퍼디에서 승리한 인지컴퓨터 왓슨머신을 거론했지만, 이는 새로운 문제해결 방식이라기보단 전통적인 컴퓨터를 보다 세련되게 가공한 기계다. 호킨스는 자신의 회사 누멘타에서 거의 10년째 개발 중인 계층적임시기억장치 시스템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컴퓨터는 프로그램이 없이 외부의 막대한 자료를 흡수해서 스스로 학습한다.

다른 발표자들도 저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난립하는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의견일치가 빠져 있었다. 호킨스는 그 상황을 “난잡하다”고 평했다. “우리는 지능형 컴퓨터의 탄생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2020년쯤엔 새로운 컴퓨터 기술 패러다임이 나타날 것이다.” 호킨스가 맞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급진적인 선택을 했다. 특허를 경쟁자들에게 개방한 것이다. 자동차 기술이 정체됐기 때문이었다. 테슬라는 전기차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여전히 일반 차량을 도로에서 끌어 내려서 지구의 운명을 바꾸기엔 경쟁력이 부족하다. 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는 스스로 느낀 당혹감을 블로그에 적었다.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기차 프로그램은 탄소를 태우지 않는 다른 모든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적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도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테슬라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전기차는 완전히 실패했다는 애기다. 테슬라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업계와 협력해야 한다. 아니면 애틀린타가 물에 잠겨 해변도시가 될 때까지 내연기관 차를 몰아야 할 것이다.

가장 최근에 세상을 바꿔놓은 기술은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이었다. 아이폰 전에도 휴대전화는 있었지만 아이폰은 걸어다니면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시대의 막을 열었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고,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핵심기술은 이미 완성됐다.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얘기다. 기기 자체와 무선 네트워크 기술은 갈수록 좋아지지만 단지 그뿐이다. 아마 한 10년쯤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서 새 아이폰을 사더라도 여전히 친숙할 것이다.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다음 전환점이 눈앞에 와있는데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다는 가능성이다. IBM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선 밥 칸은 인터넷의 주요 창시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인터넷 개발 당시를 돌이키며 단지 흩어져 있는 연구실들의 컴퓨터를 연결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연구 집단의 필요에 의해 만들었을 뿐 사회적인 요인은 전혀 없었다”고 칸은 말했다. “인터넷은 서서히 발생했다.”

어쩌면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한 사물인터넷이 “서서히 발생해서” 우리 삶을 바꿔놓을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 호킨스나 IBM,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뇌구조 컴퓨터 기술을 완성해서 마치 개인 비서처럼 똑똑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를 만들 수도 있다. 이 컴퓨터는 기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것이다.

나노기술, 상온 핵융합, 인공지능, 초전도체 등 기대를 받다가 사장된 기술도 많다. 초전도체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기라도 한지 의문이다. 게다가 아직도 하늘을 나는 차는 없다. 거기에 가장 가까운 것이 상품을 배송하는 무인항공기다. 그게 무슨 수로 세상을 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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