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틈새시장 제대로 뚫었다

틈새시장 제대로 뚫었다

프로야의 팡위유 대표는 “지금까지 틈새전략으로 기업의 기반을 구축했다면 앞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로레알은 글로벌 브랜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대도시부터 공략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1급 도시부터 청두·다롄·항저우 등 2급 도시까지 진입했다. 하지만 로레알 같은 고급화장품 브랜드는 대부분 백화점에 입점해 있어 중산층이나 일반 소비자가 다가 가기 어려웠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됐다.

이때 찌아란, 프로야, 오스먼 등 중국의 로컬 화장품기업은 선양, 시안 등 당시 3·4급 도시와 농촌지역을 주목했다. 이들은 전문매장을 개설하며 유통망을 넓혀갔다. 때마침 10억 명에 가까운 중국 농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중국정부가 나서 농촌의 소비를 적극 장려하면서 화장품시장의 규모가 점점 확대됐다. 절대적인 점유율을 가진 기업이 없던 시장을 개척하며 중국의 로컬 화장품기업들은 ‘중국 자국의 세계급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프로야(Proya)도 그중 하나다. 2008년 저장성 농촌시장에서만 6억 위안(약 1080억원)을 벌어들였다. 농촌시장에서의 매출을 기반으로 도시 상점과 대형마트 진출을 모색했다. 현재 중국 내 500여 개 도시에 진출해 있고, 입점한 백화점 수가 800개를 넘는다. 10월 마지막 날 중국 베이징 왕푸징 지역의 장강상학원 E2빌딩 20층 토론실에서 프로야의 팡위유(Fang Yuyou) 대표를 만났다. 밖엔 오랜만에 비가 내렸고 프로야 관계자들은 “내일은 하늘이 좀 맑아지겠군”하며 환하게 웃었다.

프로야는 현재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로컬 브랜드 중 매출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2003년 말 팡위유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지인이 공동 창업했고 지금도 모두 경영 일선에 서 있다. 시장경쟁력을 묻자 팡위유 대표는 “첫 번째는 가격 경쟁력, 두 번째는 포지셔닝”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중국의 3·4급 도시와 농촌지역부터 공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후 북경 최고 백화점까지 진출했다. 거대자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틈새시장을 제대로 뚫은 것이다.”

프로야의 효자상품은 보습용 화장품이다. 건조한 중국 날씨 탓에 인기가 높아 프로야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팡위유 대표는 “보습용 로션은 아침·저녁용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스킨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 저녁으로 따로 사용하는 보습용 스킨을 내놓았다”며 “한국의 달팽이크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기업에서 원재료를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미용 산업은 부동산, 자동차, 여행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시장은 지난 10년간 매년 10% 전후의 고속성장을 거듭해 왔다. 중국산업연구망은 중국 화장품시장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13.3% 성장해 2022억 위안(약 36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팡위유 대표는 “특히 로컬 화장품기업이 디자인, 서비스 혁신에 나선 결과 중국 소비자의 자국산 브랜드 선호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화장품시장에서 중국 로컬 기업들의 성장세가 거세다.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브랜드 신뢰도가 약하며, 자본이 빈약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현지 유통망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AC닐슨에 따르면 2009년 5월 기준 글로벌 화장품기업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57.9%이었으나 2012년 5월에는 44.5%로 하락했다.
 한국기업과 R&D 통해 고급화 전략
특히 그동안 수입 브랜드에 눌려왔던 고급 화장품의 도약이 눈에 띈다. 높아진 소득수준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가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BB크림, 안티 에이징 기능이 있는 미백 제품과 썬케어 제품 등에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향후 5년 동안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는 대중 브랜드의 성장률을 초과해 2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로야 또한 고급 화장품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한국기업으로부터 원재료를 사들여 와 가공하는 형태였지만 최근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팡위유 대표는 “2007년 한국을 방문해 화장품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 등 선진화된 시설을 둘러봤다”며 “8년째 한국콜마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물건을 파는데 급급했지만 이젠 연구개발, 포장디자인 등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원재료 납품, 연구개발 진행, 디자인과 포장 등의 분야에서 수십 개의 한국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최근엔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17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최된 ‘프로야의 밤’ 파티는 그 신호탄이다. 칸국제영화제 기간에 개최된 이 행사에는 중국의 오우삼 감독, 배우 장쯔이·금성무, 한국에선 배우 송혜교가 참석했다. 파티현장에서 장쯔이는 프로야의 광고모델로 계약했고, 송혜교와 함께 영화 ‘태평륜’ 출연을 확정지었다. 프로야가 영화 태평륜에 투자하고, 태평륜에 출연하는 장쯔이가 프로야의 광고모델을 하는 셈이다. 중국 인터넷신문 봉황망은 “칸에서의 파티는 프로야의 글로벌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동안 프로야가 모색해 왔던 글로벌시장 진출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팡위유 대표는 장강상학원 출신이다. 이미 EMBA 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최고경영자과정에 다니고 있다. 인터뷰 후 그는 유엔여성기구와 장강상학원이 공동 주최한 ‘여성 리더십 포럼’의 패널로 참석했다. 포럼은 ‘중국의 오프라윈프리’로 불리는 중국 국영 CCTV 앵커 출신인 양란 양광미디어 회장이 사회를 봤다. 포럼에서 팡위유 대표는 “핸드폰이나 화장품 등에서 사용자 경험이 많은 여성들이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 회사의 인터넷 매출이 5배 이상 증가한 것도 여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온라인쇼핑몰의 혁신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우리회사는 여성에게 창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출산은 대체할수 없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남녀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의 미래산업연구원은 ‘중국 화장품업계시장 수요예측과 투자전략기획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래 중국 화장품시장은 인터넷상거래가 이끌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인터넷상거래가 가격에 민감한 중국의 소비자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최대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는 의류와 전자제품 다음으로 스킨케어 제품의 매출이 높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16회 로또 1등 ‘15·16·17·25·30·31’...보너스 번호 ‘32’

2 의협, 의대 자율 증원안 수용 거부...의료개혁특위 불참

3이창용 한은 총재 "중동 확전 않는다면 환율 안정세 전환"

4권은비부터 김지원까지...부동산 큰손 ‘연예인 갓물주’

5현대차그룹 계열사 KT?...대주주 심사 받는다

6尹, 24일 용산서 이재명 회담?...“아직 모른다”

71000만 영화 ‘파묘’ 속 돼지 사체 진짜였다...동물단체 지적

8비트코인 반감기 끝났다...4년 만에 가격 또 오를까

9‘계곡 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혼인 무효

실시간 뉴스

11116회 로또 1등 ‘15·16·17·25·30·31’...보너스 번호 ‘32’

2 의협, 의대 자율 증원안 수용 거부...의료개혁특위 불참

3이창용 한은 총재 "중동 확전 않는다면 환율 안정세 전환"

4권은비부터 김지원까지...부동산 큰손 ‘연예인 갓물주’

5현대차그룹 계열사 KT?...대주주 심사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