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현대重 주식 추가 매입한 KCC - 혈연 앞세운 악수냐 시세차익 노린 묘수냐

현대重 주식 추가 매입한 KCC - 혈연 앞세운 악수냐 시세차익 노린 묘수냐

정몽진 KCC 회장.
“우량주를 저점에 매입해 장기 투자한 뒤 수 년 후 차익을 실현한다.” 벤자민 그레이엄이나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의 투자 전략이 아니다. 건축자재·도료사업 전문인 KCC의 주식 투자를 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대기업이 여유 자금을 주식에 묻어두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자산 배분이나 경영권 확보, 혹은 원활한 협업을 위해 일정 자산을 주식에 투자한다. 하지만 유독 KCC가 주식에 투자한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에게 화제다. 웬만한 자산운용사나 투자 고수 뺨칠 정도로 KCC의 주식 투자 성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KCC가 주식 투자 의사결정을 밝히면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실제로 KCC가 11월 2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3000억원에 현대중공업 주식(243만900주)을 추가 매입하기로 결정하자, 당일 주식 시장이 들썩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에 KCC가 범현대가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선 행위를 ‘악수(惡手)’로 판단하고 KCC 주식을 처분했다. 당일 KCC 주가는 하루 만에 3만3000원 빠지며 5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와 달리 11월 19일 11만6000원이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하루 만에 7000원(5.96%)이 오른 데 이어 4거래일 연속 상승해 11월 25일 13만3500원으로 올랐다. 현재 현대중공업 지분 .04%를 보유 중인 KCC는 지분 매입이 완료되면 6.25%로 지분율이 증가한다.
 정몽진 회장은 주식 투자의 고수?
*제일모직 장부가액은 공정가치 기준, 제일모직 상장시 구주매출에 일부 주식 포함 예정. *지분 매입 완료되면 현대重 지분율은 6.25%로 상승. / 자료: 금융감독원
KCC의 주식 투자 이력은 화려하다. KCC는 2012년 현대중공업 주가가 하락하기 직전 보유했던 현대중공업 주식 249만주를 매각해 무려 6208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KCC는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 주식 33만주와 현대상선 주식 373만주를 각각 주당 20만원과 4만원대에 매각했다. 2003년 취득 당시 주식의 평균 단가는 현대차가 3만1460원, 현대상선이 2만3500원. 이 거래로 KCC가 얻은 수익은 1000억원에 가깝다.

이게 다가 아니다. 2008년 KCC는 옛 계열사 만도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한 한라그룹의 백기사로 나섰다. 한라그룹이 만도 지분을 인수할 당시 KCC는 전략적 투자자로 2670억원을 투자했다. 2년 뒤 만도가 재상장하자 KCC는 보유 지분의12.93%를 공모가(8만3000원)에 처분해 1445억원을 손에 쥐었다. 1년 뒤엔 나머지 만도 지분(17.06%) 전량을 6370억원에 처분했다. 투자금 2670억원이 3년 만에 7815억원으로 불었다. 약 5140억원의 차익이다.

게다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이 12월 18일 상장하면 KCC는 또 한 번 대박을 친다. 현재 제일모직은 희망공모 가격으로 4만5000원~5만3000원을 제시한 상황. 이대로라면 2011년 제일모직 주식 42만5000주(지분 17%)를 매입했던 KCC는 가만히 앉아 1860억~356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다. 상장 후 제일모직 주가가 오를수록 시세차익은 더욱 커진다.

때문에 KCC 본업이 건자재·페인트가 아닌 자산운용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올해 3분기 말 연결보고서를 기준으로 KCC는 총자산 7조180억원 중 1조 7000억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정몽진 KCC 회장이 ‘재조(在朝, 재야(在野)의 반대말) 고수’라는 말도 나온다. 정 회장과 고려대 경영학과-조지워싱턴대 경영전문대학원(MBA) 동문인 임석정 JP모간 한국대표가 KCC의 주식 투자에 조언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JP모간은 과거 KCC가 만도 지분을 처분할 때 주간사였다. 이에 대해 KCC 측은 “아는 바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손대는 주식마다 큰 시세차익을 거두며 주목 받는 KCC지만 이번 의사결정은 단순히 범현대가 지원에 나선 것이 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정몽진 KCC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는 사촌이며, 정 회장의 부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현대중공업은 근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조9346억원에 달한다. 매출도 12조40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조460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위기에 몰린 현대중공업그룹을 KCC가 지원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였다는 해석이다.

현대중공업의 실적 전망도 썩 좋지 않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자회사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던 포스코 지분 1%, KCC 지분 7.6%를 매각해 각각 2598억원, 4152억원을 마련했다”며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의 배경이 대규모 손실에 따른 미래 재무상태 악화에 대한 대응이기 때문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KCC가 현대중공업에 투자한다고 밝히자 주요 증권사들은 줄줄이 KCC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70만5000원에서 67만1000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75만원에서 68만원으로, 키움증권은 71만5000원에서 65만 원으로 KCC 목표가를 낮췄다.
 증권가에서 KCC 목표가 줄줄이 낮춰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KCC의 현대중공업 주식 취득이 장내 매수인지 현대중공업 계열사로부터의 매수인지는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최근 현대중공업 관계사들의 보유 주식 매각사례를 감안할 때 이번 주식 취득으로 KCC의 직간접적인 현대중공업 지원 가능성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의 이런 분석에 대해 KCC 측은 “사실이 아니며 오해”라고 반박했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현대중공업에 투자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KCC는 올 3분기 말 현재 현대중공업 외에도 현대종합상사(12%), 한라(11.66%), 벽산(7.29%), 현대산업개발(2.5%), 코엔텍(2%), 동양건설산업(0.36%), 현대자동차(0.32%), 벽산건설(0.1%), 남광토건(0.01%)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

2 비트코인 반감기 완료...가격 0.47%↓

3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제작자의 끝없는 고민

4‘순천의 꿈’으로 채워진 국가정원… 캐릭터가 뛰노는 만화경으로

51분기 암호화폐 원화 거래, 달러 제치고 1위 차지

6중동 이슈에 출러이는 亞증시…달러·유가만 '고공행진'

7'2000명 증원' 물러선 정부 "내년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 허용"

8중동서 전쟁 확산 우려에 국내 건설사들…이스라엘·이란서 직원 철수

9크로커다일 캐리어, 국내 최다 4종 캐리어 구성상품 런칭

실시간 뉴스

1“말만 잘해도 인생이 바뀝니다”…한석준이 말하는 대화의 스킬

2 비트코인 반감기 완료...가격 0.47%↓

3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제작자의 끝없는 고민

4‘순천의 꿈’으로 채워진 국가정원… 캐릭터가 뛰노는 만화경으로

51분기 암호화폐 원화 거래, 달러 제치고 1위 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