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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미국의 치부

드러난 미국의 치부

CIA로부터 물고문 15회를 비롯한 각종 고문을 받았다고 밝혀진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
12월 9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오랜 준비 끝에 중앙정보국(CIA)의 소위 “선진 취조 기술”에 대한 보고서 요약본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고문”이라 부르는 기술이다. CIA는 자신들이 이전에 그런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오직 테러리스트나 테러 계획에 관해 “다른 방식으로는 얻지 못하는 고급”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는 CIA가 고문으로 그런 정보를 거의 얻어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부 관료 다수에게 그 효과를 과장해 보고했다고 시사했다.

이 요약본을 보면 CIA가 수용자들에게 행한 잔혹한 취조 행태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CIA가 사용한 기술 중 가장 잔인한 것은 수용자의 코와 입에 물을 쏟아붓는 물고문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CIA 내부 기록은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를 물고문하면서 ‘몇 차례나 익사시킬 뻔했다’고 서술했다.” CIA 내부 기록에 종종 KSM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무함마드는 물고문을 15차례 당했다. 한번은 “쏟아붓는 물을 마시지 못하도록 손으로 KSM의 코와 입을 2.5㎝ 깊이 접시에 갖다 댔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의원은 CIA가 “미국의 법과 가치를 위반했다”고 규탄했다.
또 취조자들은 “수용자의 손을 머리 위로 묶고 180시간 동안 선 채로 혹은 힘든 자세로 잠들지 못하게 했다. 최소 5명의 수용자가 장기간 수면 박탈을 당하면서 환각을 경험했다. 그 중 두 명에겐 그럼에도 수면이 허락되지 않았다.” CIA 문서에 따르면 취조자들은 수용자가 불편을 겪게 만들기 위해 장시간 힘든 자세를 유지하게 했다. “30분 동안 실시된 KSM의 첫 물고문 다음엔 CIA본부가 승인한 적 없는 수평고문자세가 이어졌다”고 위원회 보고서는 밝혔다. “법적인 문제를 우려한 본부장은 현장 의료관계자에게 취조 내용을 CIA 외부에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 취조자들은 수용자 아부 주바이다를 “관 크기” 상자에 11일 2시간 동안 가뒀다가 “폭 53㎝, 길이 76㎝, 높이 76㎝ 크기 상자”에 추가로 29시간을 더 가뒀다.

보고서는 “숙련된 취조자”를 인용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아무도 수용자를 쳐다 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 취조자의 팀은 한 수용자를 ‘처분이 결정되기까지’ 17일 동안 벽에 쇠사슬로 묶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안면 폭행, 강제 옷벗기기, 벽에 밀치기 등 다양한 고문 방법이 사용됐다. 심지어 취조자들은 한 수용자에게 “네 어머니를 데려와서 네 앞에서 성폭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수용자들은 끌려 나오는 과정에서부터 거친 대접을 받았다. “CIA 요원 다섯 명이 수용자 한 명을 향해 소리지르면서 그를 감옥에서 끌고 나온 뒤 옷을 가위로 잘라 벗기고 테이프로 몸을 묶는다. 그 다음엔 머리에 두건을 씌워 때리면서 끌고 간다.”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수용자들에겐 직장을 통해 음료와 음식을 주입했다. 한 수용자는 강제로 영양보조셰이크 2병을 비롯한 음식물을 직장에 주입당했다. 또 같은 날 후무스, 파스타, 견과류, 건포도를 갈아서 그 수용자의 직장에 밀어넣었다.”

몇몇 수용자들은 취조를 더 당하지 않으려고 자살을 시도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은 요약본 서문에 CIA가 수용자에게 취한 조치는 “미국 법과 수용자대우 의무, 미국의 가치를 위반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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