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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1조원 클럽’ 가입한 종목 보니 - 주가 상승의 힘은 불황 파고 넘은 ‘실적’

‘시가총액 1조원 클럽’ 가입한 종목 보니 - 주가 상승의 힘은 불황 파고 넘은 ‘실적’

올 들어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올 들어 12월 12일까지 각각 13조원, 14조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IM(IT·모바일) 사업 부진, 현대차는 한국전력 부지 매입 여파와 엔저 영향 탓이 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장주를 비롯한 상장사들이 녹록하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컴투스·삼립식품· 메리츠금융지주 등은 실적 개선으로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 처음으로 가입했다. 박성칠 동원F&B 사장, 송병준 컴투스 대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하지만 이런 불황 속에서도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들이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07개 상장기업 가운데 올 들어 12월 12일까지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는 기업은 14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14개 기업 중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이 10곳,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이 4곳이다. 시가총액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회사로 평가 받으면서 동시에 대형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업들에게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올해 시가총액 1조원을 넘은 기업은 게임·식음료·의류·항공등 소비주가 많았다. 14개 기업 중 시가총액 상승폭이 가장 큰 기업은 모바일 게임 업체인 컴투스다. 컴투스 주가는 12월 18일 종가 기준으로 13만7600원이다. 올 들어 430%나 급등했다.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었던 요인은 단연 실적이다. 컴투스의 지난 3분기 매출은 86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매출은 1509억원이다. 이런 성장은 송병준 게임빌 대표가 지난해 10월 컴투스 지분 21.37%(주당 3만 2470원)을 700억원에 인수한 이후부터다.
 컴투스 주가 올 들어 430% 급등
게임빌은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이와 달리 컴투스는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자체 게임을 개발하며 역량을 키워왔다. 송 대표는 게임빌의 플랫폼을 컴투스에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경쟁력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그 결과 컴투스에서 개발한 게임인 ‘낚시의 신’과 ‘서머너즈워’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컴투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송 대표가 컴투스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시장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2012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인수했다가 재미를 보지 못한 선례가 있었던 만큼 두 회사간 시너지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의견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컴투스 인수 후 두 회사의 주가는 하락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반년 만에 사라졌다. 컴투스의 주가가 오르면서 송 대표의 주식 평가액도 올 들어 1000억원 넘게 늘었다.

식음료 기업도 선전했다. 3개 기업이 시‘ 총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삼립식품과 동원 F&B, 무학이다. 삼립식품의 주가는 12월 18일 14만1500원으로 올 들어 50% 가까이 올랐다. 덕분에 시가총액도 지난해 말보다 7100억원이 늘었다. 삼립식품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은 윤석춘 삼립식품 사장이 식자재 유통을 강화한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다. 윤 사장은 집기 비품과 식자재를 도매 유통하던 식품유통 사업부를 지난 7월 1일 별도 자회사로 떼어내 삼립GFS을 설립했다. 삼립GFS는 SPC그룹 계열사로 SPC그룹 관계사인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파스쿠지 등의 6000여 가맹점에 식품 원재료를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더욱 급등했고 10월 23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17만8500원을 찍었다.

동원F&B는 박성칠 사장의 해외 공략이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3월 경쟁사인 대상에서 동원F&B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박 사장은 중국 참치캔 시장에 진출했다. 동원F&B는 참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로 하고, 그 해 중국 최대 식품 업체인 광명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참치 3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더불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양반김의 매출도 오르면서 실적은 더욱 개선됐다. 박 사장이 부임한 2013년 상반기 2%대였던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4%대로 올랐다.

동원F&B은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원F&B는 12월 10일 알래스카의 연어어획회사인 ‘실버베이 씨푸드(Silver Bay Seafoods)’의 지분 12.5%를 2000만 달러(약 217억원)에 인수했다. 박 사장은 연어를 참치에 이은 ‘국민 수산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참치캔과 양반김 등에 이어 냉동식품(만두)·육가공(햄)으로 제품 라인을 늘리고, 연어캔 시장도 확대 되면서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락앤락·포스코ICT 등 10곳은 ‘1조원 클럽’ 밖으로
부산 경남지역 소주 업체인 무학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다. 올 들어 12월 18일까지 50%가 뛰었다. 무학은 저(低)도 소주인 ‘좋은데이’를 앞세워 수도권 진출에 나서며 수도권 소매점 입점이 빠르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서울 홍대 등을 중심으로 ‘좋은데이’의 순한 소주 마케팅을 펼치며 인지도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식음료주가 불황 속 돌파구로 투자 규모를 늘리는 등 여러 노력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결과”라고 말했다.

올 한 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린 금융 업종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로 주가가 크게 오른 곳이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계열사인 메리츠종금증권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3월 조정호 회장이 복귀한 후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조 회장은 복귀와 함께 지주회사 설립 3주년인 만큼 최고 금융 전문그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에 미국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였던 이정복사장을, 메리츠증권 증권영업 총괄 사장으로 자본시장 전문가인 최희문 사장을 영입했다. 또 금융 업황이 어려울 때 투자를 늘려 계열사들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며 7월 말에는 사재 115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 6400원 이었던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12월 18일 8860원으로 올랐다. 이 밖에 반도체 관련장비업체인 원익IPS와 이오테크닉스도 반도체 시장 호재로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이와 달리 부진한 실적 탓에 올 들어 ‘1조원 클럽’에서 탈락한 기업도 여럿 있다. 포스코ICT·락앤락·CJ헬로비전·스카이라이프 등 총 10곳이다. 밀폐용기업체 락앤락은 올 들어 12월 12일까지 시가총액이 6500억원으로 급감했다. 중국 판매 감소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락앤락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2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3%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0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감소했다. 락앤락 전체 매출 중 60% 이상은 중국 시장에서 나온다. 락앤락 제품은 중국에서 판촉물과 선물로 각광을 받았다. 실제로 락앤락의 중국 선물용 특판(기업간 거래) 시장 매출은 전체 중국 매출 중 30% 안팎을 차지한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범 이후 중국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관료와 기업 간 선물·기념품 등 지급을 일체 금지했다. 이 때문에 중국 도소매 시장이 위축 되면서 실적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락앤락 주가는 올 들어 12월 18일까지 20% 넘게 하락했다.

미디어 업체인 CJ헬로비전과 KT스카이라이프 시가총액도 5000억원 이상 떨어졌다. 올해 미디어 관련주는 전반적으로 국내외 광고 경기 침체, 방송 플랫폼 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유료방송 대표주인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과 IPTV 결합상품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약정 만료 가입자가 증가한데다, 케이블 TV와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심해졌다. CJ헬로비전도 강원방송 인수에 따른 비용과 무료 서비스 방송인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프라 투자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CJ헬로비전과 KT스카이라이프의 12월 18일 주가는 연초 이후 각각 49%, 33%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 침체와 실적 하락으로 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계속되는 경기 부진으로 일부 소비재 기업 등 경기를 덜 타는 기업 중심으로 그나마 성장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미국 경기회복 등의 영향으로 올해보다는 업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허 부사장은 “해외 여행객 증가와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수혜가 가능한 하나투어와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고려제강 등이 내년에 시총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시가총액 톱 10 기업은 - 한국전력 순위 오르고 현대모비스 떨어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07개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시가총액 부동의 1~2위를 차지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각각 10조원 넘게 빠졌지만 순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지난해 3위였던 현대모비스는 올해 7위로 내려앉았다.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3년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대모비스 자리엔 지난해 5위였던 SK하이닉스가 이름을 올렸다. 중국 내 롱텀에볼루션(LTE)폰 수요와 애플 신제품 판매 호조에 따라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매출 4조 3120억원, 영업이익 1조30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분기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시가총액이 8조원 늘었다. 지난해 시가총액 9위였던 한국전력은 4위로 올랐다.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 성공과 배당 확대 기대감에 주가는 올 들어 30% 넘게 올랐다.

시가총액 10위 안에서 순위 변동은 있었지만 ‘톱10’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기업은 없었다. 10위권 진입을 목전 앞에 둔 기업은 있다. 바로 SK텔레콤이다. 지난해 13위였던 SK텔레콤은 현재 11위로 올라섰다. SK텔레콤은 LTE 가입자가 늘고 지난 10월 정부의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개정으로 마케팅 비용 등이 줄면서 주가가 올랐다. SK텔레콤의 3분기 매출은 4조67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최근 정부가 주주환원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배당성향이 높은 SK텔레콤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 것도 시가총액이 늘어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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