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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끌리는 컨셉의 법칙> 김근배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 보편적인 개념부터 하나로 꿰어라

저자 인터뷰 <끌리는 컨셉의 법칙> 김근배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 보편적인 개념부터 하나로 꿰어라

김근배 숭실대 교수(경영학)는 ‘콘셉트(Concept)’가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현장 실무자들이 어떤 개념을 가지고 일하는지, 중간 간부는 어떤 근거를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지, 나아가 CEO가 사업 방향을 잡을 때 제품과 시장, 고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관찰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그는 콘셉트와 관련된 선구적 연구와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콘셉트를 놓고 20년 넘게 씨름한 김 교수는 2013년 9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CEO’에서 ‘끌리는 컨셉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13번의 동영상 강의를 진행했다. 그의 강연 대부분은 주간 베스트와 월간 베스트에 꼽혔다. 좋은 평가 덕에 삼성 사장단 강연자로 초대받았고, 몇몇 계열사를 찾아가 강의도 진행했다.

강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었다. 제목은 강연 타이틀과 같은 ‘끌리는 컨셉의 법칙’이다. 12월 4일 숭실대에서 만난 김 교수는 “콘셉트는 건물로 치면 토대가 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개념을 잡아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책은 비즈니스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성공과 실패 사례를 넘나들며 콘셉트가 마케팅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알기 쉽게 소개했다. 파산 위기에 몰린 할리 데이비슨이 명품 모터사이클 기업으로 자리매김 한 이야기, 스웨덴 에그솝과 여성용품 화이트의 성공 사례, 피카소 그림을 용기에 넣으며 주목 받은 덴마크 우유의 성공담, 여성용 담배 말보로가 마초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 래미안 아파트가 대형 연못을 만든 이유 등 흥미로운 실제 사례를 들며 각 기업의 전략을 분석했다. 소비자의 선택과 기업의 반응을 소개하며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순간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단순히 사례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한걸음 더 들어 간다. 마케팅의 성패에 콘셉트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며 실무자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콘셉트 전략부터 제품 개발, 브랜딩, 스토리 개발 등 실무자가 챙길 내용을 정리했다. 그는 “각 사례를 통해 콘셉트의 중요성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책을 읽으며 이를 실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한 콘셉트는 ‘Con’과 ‘Cept’ 두 단어의 조합이다. Con은 여럿을 하나로, Cept는 잡다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모아서 붙잡는다’는 의미다. 주요한 사안의 핵심을 한데 모으면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국에선 개념이란 단어로 사용된다. 그는 콘셉트를 이야기하며 논어에 나오는 사자성어인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예를 들었다. 공자는 제자 자공에게 묻는다. “너는 내가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이 많은 줄 아느냐?” 자공이 궁금해하자 공자는 다시 설명했다. “나는 일이관지로 안다.” 세상이 돌아가는 보편적인 개념을 하나로 꿰고 있기에 더 많은 것을 이해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빠르게 변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면 개념을 명확하게 잡아야 한다. 실무에서 방향을 잡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업무 상황에 흐트러지지 않고 하나로 꿰어야 한다.

김 교수는 “콘셉트를 주제로 책을 쓰다 보니 책에서 소개한 여러 주제들이 한 콘셉트로 통일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쓰며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 책엔 모두 17개의 장이 있다. 각 장은 각기 다른 마케팅 전략을 다루고 있다. 시장에 먼저 진출한 점유율 1위 기업, 신상품을 내놓은 도전자, 위기에 직면한 중견기업의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하다. 제각기 다른 주제를 논하지만 책 전반을 아우르는 주제는 콘셉트다. 소개한 기업들이 시장과 소비자를 분석한 기준, 자신의 역량을 파악한 방법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김 교수는 책을 마지막까지 읽어주기를 바랬다. 특히 마지막 장을 강조했다. 17장 제목은 ‘모든 법칙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법칙을 만들라’다. 처음부터 16장까지 마케팅 법칙을 소개하던 김 교수는 돌연 마지막 장에서 이를 무시하라고 한다. 모순 아닌가? 그는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변증법적으로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절대 진리는 절대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 고려해야 하는 상황과 그에 적절한 법칙이 있다. 효율적인 전략과 전술이 있지만 절대불변이 아니라는 의미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입니다. ‘전쟁에는 고정된 형세가 없다.’ 매순간 상황이 바뀌는 것이 전쟁입니다. 상황을 파악하며 최선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지 굳어진 사고로 몇 가지 법칙만 적용하려다간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은 이를 경계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그는 책에서 소개 못해 아쉬운 점도 있다고 한다. 방법론 부분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에 마케팅 강연을 하면 꼭 방법론을 소개한다. 개념을 잡았으면 이를 어떻게 실행할지 구체적인 전술을 세워야 한다. 이론은 실제 행위로 이어져야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있다. 방법론 역시 방대한 주제다 보니 이번 책에서 소개하지 못했다. 그는 추후에 이와 관련한 책을 저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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