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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일본 증시 - 엔저·저유가 타고 올해도 달린다

주목 받는 일본 증시 - 엔저·저유가 타고 올해도 달린다

1월 26일 한 여성이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앞에 설치된 전광판을 지나고 있다. 지난해 랠리를 했던 일본 증시가 2015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지 관심을 모은다. / 사진:뉴시스
2014년은 주가 상승과 엔화 하락, 저금리가 동시에 진행된 해였다. 특히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책을 실시한 지난해 10월 이후, 그 흐름은 더욱 가팔라졌다. 닛케이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고, 엔-달러 환율은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채금리는 과거 최저치를 갱신했다. 올해도 엔저와 저금리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목표 2% 달성을 위해 일본 은행이 또 한 차례 완화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견해도 강하다. 완화책이 계속되는 동안에 국채금리가 상승 기조로 돌아서긴 어렵다. 완화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는 유럽은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착수했다. 중국 역시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지난해 11월 금리인하를 실시했다. 미국은 금리 정상화를 위해 연내에 금리인상에 돌입할 것이 확실하지만 세계 경제 회복을 감안해 완만한 인상폭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 또 한번의 완화책 내놓을 수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완화’ 흐름이 당장 바뀌긴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금융 환경 아래에서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눈높이를 ‘저위험’에 맞추고 안전한 운용에 매진하는 것이 마냥 좋을까? 현재 일본에서 정기예금에 1000만엔(약 9100만원)을 맡겨도 이자는 연 3000엔(약 2만7000원) 정도다.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또 한 차례의 엔저 진행을 예상해 외화 예금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고금리 통화로 불리는 호주 달러조차도 이자율이 2%를 넘지 않는다. 연초부터 유가 하락 등을 배경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험난한 전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주가 상승 기대는 꺾이지 않는다. 금융완화로 풀린 자금이 어디로 이동할지 생각해보면 사실 주식시장이 가장 유력하다.

라쿠텐 증권경제연구소의 구보타 마사유키는 “유가 하락이 미국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셰일오일 채굴업자 파산 등 부정적인 이슈가 당장 부각되지만 유가 하락이 정착되면 가솔린 가격 하락으로 소비 확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소비가 늘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한층 강해지고 미국 주식 등 달러 자산으로의 자금이 더욱 몰릴 것이란 예상이다.

일본에게도 유가 하락은 훈풍이다. 엔저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을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를 억제하는 악재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원유 관련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기업이 원자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필요한 원유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에게는 여러모로 혜택이 크다. 미국 경기의 호조와 엔저와 함께 일본 소비도 부양된다면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질 것이다. 해외 투자 동향에 밝은 경제 애널리스트 도시마 이츠오는 “드디어 연기금 등 미국의 장기 투자가가 일본 주식 매입을 위해 움직일 것 같다”고 전망한다. 2014년 말 총선거로 아베 정권이 장기적인 통치 기반을 확보했고,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이 세운 장기 전략의 실현 가능성이 커진 것도 호재다.

일본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계 금융자산 잔고는 주가 상승 등을 바탕으로 과거 최고치인 1654조엔(약 1경510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그 내역을 들여다보면 ‘현금과 예금’이 870조엔으로 여전히 절반을 점하고 있다. 주식이나 투자신탁 등을 포함한 ‘증권’ 비중은 270조엔에 그친다. 물론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과 경제 침체가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불안이 머릿속을 스쳐가는 만큼, 내 자산을 내가 지켜야 한다는 의식 또한 더욱 강해질 것이다. 엔저·저금리와 맞물려 개인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대폭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개별적으로 어떤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지난해 12월 닛케이 지수는 7년 만에 1만8000엔대에 올라섰다.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을 살펴보면 경영 효율화로 단기적 성과를 낸 기업도 있지만 장기적인 영업 확대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성장형 기업이 주를 이뤘다. ‘주식 투자는 종목이 아닌 기업을 사는 것’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보면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기업에 일단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5년 간 도쿄증권거래소 1부(대기업) 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1463개였는데 이 중 84%인 1222개 기업의 매출이 증가했다. 시가총액 1000억엔 이상의 대형주에 한정할 경우에도 5년 전에 비해 주가가 오른 172개 기업 중 158개가 영업이익이 늘었다.

대형주일수록 기관투자가의 매매비율이 높은데 이를 통해 전문가들이 장기적인 실적 성장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있다. 표에 나오는 기업은 모두 상장한 지 20년을 넘었고, 지난해 12월 상장 이후 최고치를 갱신한 기업이다. 20년 전에 비해 주가가 크게 상승했고, 매출도 크게 늘었다. 버블 이후 일본 경제의 침체를 ‘잃어버린 20년’이라 표현하지만 표에 나온 기업에게는 ‘약진의 20년’이었을 것이다. 아식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1995년 사보를 보면 ‘동기 경상흑자화 어려울 듯’ ‘기초누적 손실 약 12억5000만엔’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회사가 1996년 1월 초 2분기 만의 흑자 전환을 예상했으나 스포츠웨어의 부진으로 실적 회복이 더뎌진 것이다. 동시에 ‘중국을 축으로 현재 약 25% 해외 생산을 서서히 늘려갈 것’이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시간은 꽤 걸렸지만 아식스는 2003년 이후 해외 시장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했다. 올 1월 발표한 분기 매출은 1995년 1월 대비 2.4배 증가했다. 27% 수준이던 해외 매출 비중은 곧 70%를 넘어선다. 섬유와 의류 업종을 불황의 상징으로 분류하던 당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단한 반전이라 할 만하다. 아식스와 비슷하게 기코망(간장회사)과 도요수산(식품회사) 등도 국내 시장 포화로 성장의 한계를 지적 받았지만 북미시장 개척에 성공하며 실적과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맹신 말아야
최근 몇 년 간 기관투자가들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ROE는 세후 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 지표로 ROE가 높을수록 적은 자본으로 큰 이익을 올리는 효율적인 경영을 했다는 의미다. 여전히 유효한 지표지만한 대형 증권회사 법인영업 담당자는 “지금 ROE 인기는 저성장 시장에서 잠깐 반짝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중에 여윳돈은 넘치지만 성장 종목이 적기 때문에 적은 성장 종목 대신 고 ROE 종목을 입을 모아 칭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영효율화에 따른 이익율 상승엔 한계가 있다.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려면 도전적인 경영에 따른 매출 증가 만한 게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대부분의 고 ROE 종목은 이미 지난해 많이 올랐다. ‘주식이 아닌 기업을 산다’는 기본을 다시 떠올리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것이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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