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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구매 제한 강화하는 중국 - ‘APEC 블루(APEC 회의 기간 맑았던 베이징 하늘)’에 차량 보유대수 억제

자동차 구매 제한 강화하는 중국 - ‘APEC 블루(APEC 회의 기간 맑았던 베이징 하늘)’에 차량 보유대수 억제

지난 1월 15일 스모그로 뿌연 베이징의 톈탄 공원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의 하늘이 이렇게 맑을 수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개최된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의 하늘이 색다른 풍경을 자아냈다. 스모그로 악명이 높았던 베이징의 하늘이 한국의 가을 하늘 못지않게 맑고 청아한 색을 띄었던 것. 중국 정부가 APEC 회의를 위해 초강력 대책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 베이징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에서는 열흘 동안 차량 2부제가 시행됐다. 진행 중이던 모든 건설현장의 공사도 잠시 중단됐다. 베이징을 포함한 허베이성과 산둥성 북부 일대 공장도 일시 가동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결과 ‘APEC 블루’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베이징은 180도 변신했다. 이런 베이징의 모습은 중국 전체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왔다. 행사 종료 후 베이징 환경보호국은 여러 조치 가운데 차량 운행 제한 조치가 대기오염 감소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은 현재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요국으로 부상했다. 자동차 보유량이 급증하면서 대기오염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12년 훙청 베이징 부시장은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22%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유발된다고 발표했다. 항저우 환경보호국은 항저우 초미세먼지 발생 요인의 35.9%가 200만대가 넘는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번호판 추첨에 경쟁률 150대 1
공기만 나빠진 게 아니다.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심각한 교통 체증도 발생했다. 2013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자동차 보유량이 100만대가 넘어서는 도시는 29개다. 이 중 200만대가 넘는 도시는 10개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2000달러인 광둥성 선전시는 2016년 말에는 도시 전체 자동차 보유대수가 4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선전시는 지난해 12월 신규 자동차 등록대수를 연간 10만대로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의 여덟 번째 ‘자동차 구매 제한’ 도시로 선전시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선전시는 올해부터 5년 동안 연간 신규 등록되는 10만개 차량의 번호판 중 8만개는 일반 자동차에, 2만대는 친환경 전기차에 배정할 계획이다. 허베이성 성도인 스자좡은 스모그 문제가 심각하자 최근 차량 2부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도시 구조때문에 만성적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구이양은 번호판 발급 방식을 추첨제(소형차)와 발급제(일반 자동차)로 구분해 시행 중이다. 일반 자동차는 시 중심 도로 진입 때 2부제에 따르도록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구매 제한 정책을 실시한 곳은 상하이다. 10여년 전인 1994년 처음 시행했다. 그 뒤 2011년 1월 베이징이 자동차 구매 제한 도시를 선언하며 점차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신규 자동차 증가 억제를 위해 차량 번호판 발급을 제한하는 베이징은 신규 번호판 발급 수량을 월 2만대, 연간 24만대로 묶어두고 있다. 나머지 7개 도시 역시 연간 10만~12만대 수준으로 억제했다. 자동차 번호판을 발급받으려면 ‘경매’ 또는 ‘추첨’을 통해야 하는데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경매 방식을 시행 중인 상하이는 2014년 기준 차량 번호판 낙찰가격이 7만~8만 위안(약 1200만~1390만원)이다. 웬만한 소형 자동차 1대 가격이다. 베이징은 추첨 방식으로 신규 번호판을 취득하도록 한다. 추첨 참여 조건이 까다롭고 경쟁률 또한 치열하다. 신청비용은 없지만 베이징에 호적을 둔 시민이나 베이징에 주둔하는 현역 군인, 경찰에 한한다. 만약에 베이징에 호적이 없을 경우 5년 이상 사회보험 및 개인소득세 납세 실적을 요구한다. 외국인은 베이징에서 1년 이상 거주해야 신청자격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자격이 있어도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최근 당첨 경쟁률은 무려 150대 1을 훌쩍 넘겼다. 사정이 이러니 번호판 추첨제 방식을 놓고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불법 번호판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난다. 하지만 베이징 정부는 현행 방식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러 도시의 자동차 구매 제한 정책으로 만성적 교통체증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모양새다. 톈진시는 2014년 3월 1일 자동차 구매 제한 정책 시행 이후 3월 한달 간 시내 중심지 차량 통행량이 전년 동월 대비 20%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대중교통 이용은 8%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출근시간, 퇴근시간, 일반시간대 교통체증이 각각 83%, 74%, 65%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자동차 구매 제한 정책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의 자동차 소비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들은 규제가 아닌 도시기능 재정비를 통해 교통체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중국 도시 내 병원, 학교, 거주지역이 상대적으로 멀어 개인의 자동차 사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반대에도 중국의 자동차 구매 제한 정책은 예상보다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올해 자동차 판매대수를 전년 대비 7% 증가한 2513만대로 예측했다. 자동차 보유대수 억제를 위해 정부가 자동차 구매제한 정책을 다른 도시까지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산시성 타이위안은 시정부는 최근 “2015년 자동차 보유량을 110만대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시안·지난·칭다오 등과 같이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들이 조만간 구매 제한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격적 마케팅 전략 필요” 의견도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자동차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어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시장의 자동차 구매량은 2349만대로 전년 대비 6.9%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2013년 판매증가율 14%에서 크게 밑도는 수치다. 실제 베이징은 구매 제한 정책을 실시하기 전인 2010년 신규 자동차 등록대수가 89만1000대였으나, 정책 시행 1년 후인 2011년에는 40만3500대로 줄었다. 전년 대비 55%나 하락한 것이다. 선전시도 자동차 구매제한 정책으로 2015년 연간 40만 대에 이르는 차량 구매 감소가 예상된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판매 증가세가 주춤한 원인으로 내수경기 침체와 함께 자동차 구매 제한 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현지 컨설팅 회사인 ‘Way-s’는 ‘광저우 중심의 남방 지역은 일본 자동차회사의 주요 타깃 지역인데 광저우에 이어 선전이 구매 제한 정책을 실시하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도 중국의 도시별로 기습 시행되는 구매 제한 정책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 시행 전 선 구매 물량을 잡기 위해 파격적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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