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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으로 진로를 돌려라

북극으로 진로를 돌려라

얼음이 떠 있는 북극해를 항해하는 중국의 쇄빙선.
일반적으로 중국은 북극지방의 강대국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 쑨시안성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그는 중국의 북극 관심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1월 19일 북극권 안으로 날아갔다.

쑨 대표는 북극권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노르웨이 북부항구 도시 트롬쇠(인구 7만2000명)에서 북극지방의 미래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중국은 북극의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에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극을 포함해 멀리 떨어진 세계의 구석구석에 중국이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이야기였다. 쑨 대표는 실크로드와 마르코 폴로가 입증하듯 중국은 ‘600~700년 동안’ 세계 무역에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탐사팀이 북극해의 거대한 해빙에 깃발을 꽂고 있다.
그런 중국이 이제 북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고 수입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북극 자원의 적극적인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쑨 대표는 2015 기후와 에너지에 관한 북극프런티어 연례 컨퍼런스 개막일에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37개국에서 1400명이 참석했다. 북극을 둘러싼 국가들(미국, 캐나다, 러시아, 그리고 노르웨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만이 아니라 아주 멀리 떨어진 인도 외교관들도 포함됐다. 15개국의 기자들도 북극의 어둠(지금은 해가 뜨지 않는 시기다)과 매서운 추위(영하 18℃)를 무릅쓰고 모여들었다.

쑨 대표는 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중국과 북극권 국가들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시추 계획은 물론 독립적인 탐사 계획도 없다.” 그는 뉴스위크 기자의 질문에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기회가 있다면 다른 회사들과 협력하겠다. 우린 이제 시작이다.”

중국은 현재 북극 주변에서 정보를 캐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똑같이 북극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은 ‘북극 근접 국가’임을 선포해 주변국들의 허를 찔렀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행되는 글로브 앤 메일 신문은 1년 전 이렇게 평했다. “중국 회사들이 채굴 가능한 석유와 자원을 탐사하고 있고 중국 외교관들은 북유럽 국가들과 친분을 쌓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는 예외다. 중국은 또 남극과 노르웨이의 극지방 연구 프로젝트에도 재정지원을 한다. 더 중요한 점은 중국 선박들이 갈수록 접근이 용이해지는 북극해의 동북 항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와 스칸디나비아 북부의 바다 얼음을 깨고 항로를 열고 있다. 그런 움직임은 아시아로 가는 원자재 운송 방식과 유럽으로 가는 제조 상품 운송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쑨 대표는 CNPC(2013년 시가총액 3784억 달러)가 북극권 국가들의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NPC의 국제 투자는 해외에서 일자리 10만 개 창출, 병원과 학교 건설 등으로 현지 주민에게 혜택을 주고 경제와 사회 발전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중국의 북극 무대 데뷔가 전적으로 순조로운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아이슬란드에 대규모로 진출해 의혹을 샀다. 그곳의 중국 대사관 직원 수는 나머지 모든 외국 대사관 직원을 합친 수의 두 배다. 게다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중국과 노르웨이의 관계도 경색됐다.

북극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군사적 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그러나 쑨 대표는 중국이 결코 적대적인 국가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연설 후 뉴스위크 기자의 질문에 “도대체 우리가 어느 나라에 적대적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 국가주석과 아주 가깝다. 미국과 중국도 좋은 친구다.”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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