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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으로 산다는 것은 - 조직의 심장이자 동네북

부장으로 산다는 것은 - 조직의 심장이자 동네북

신입사원 눈에 ‘부장님’은 한없이 높고, 힘센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 미디어에선 그들을 때론 악당처럼, 또는 수퍼맨처럼 그린다. 하지만 그들 역시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며 아버지이자 친구다. 20년 가까이 버텨 그 자리에 오른 월급쟁이일 뿐이다. 본지는 대·중견·중소·벤처기업 부장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부장’은 어떤 모습일까? ‘부장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미생> 에 등장하는 마 부장은 여자 신입사원을 성희롱하고, 후임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다. 성과를 내기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내 라인’에 집착하는 ‘최악의 상사’로 그려진다.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렛잇비’라는 코너에 나오는 이 부장 역시 야근과 회식을 강요하고, 후임들 위에 군림하는 캐릭터다.

우리 시대 ‘진짜 부장의 모습’은 무엇 일까. 본지는 대·중견·중소기업과 공기업 부장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부장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직접 듣고 싶었다. 조사는 1월 26~30일 닷새간 대·중견·중소·벤처기업 부장급 300여명을 상대로 e-메일을 보내고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설문지는 기초조사(4개 문항), 회사생활(14개 문항), 라이프스타일(8개 문항), 경제생활(10개 문항), 사회 인식 및 정치관(11개 문항)으로 구성했다. 설문지는 한국리서치의 조언을 받았다. 설문 마감 시한까지 189명이 응답했다.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만 44.8세. 남성이 87.8(166명)%, 여성이 12.2%(23명)였다. 대기업 소속은 119명(63%), 중견·중소기업은 59명(31.2%), 공기업은 11명(5.8%)이었다. 부장 경력은 평균 3.8년이었다.
 업무에 만족하지만 외로움 많이 느껴
우리 시대 부장들은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기업의 심장’ ‘전쟁터의 장수’ ‘부서의 가장’ ‘플레잉 코치’로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동네북’ ‘미생’ ‘위아래로 낀 샌드위치’ ‘샌드백’으로 여겼다. 부장을 ‘비에 젖은 낙엽’ ‘벼랑에 선 외로운 사람’ ‘방전 직전의 배터리’ ‘액받이 무녀’ ‘완전체이길 요구 받는 불완전체’라고 정의한 응답자들도 있었다.

‘실무를 하는 마지막 월급쟁이’인 부장들은 동기들을 꺾고 그 자리에 올랐고, 더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임원을 바라볼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간한 ‘2014년 승진·승급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부장으로 승진하는 데 평균 17.9년이 걸린다. 또한 신입 1000명 중 24명만이 부장을 달 수 있다. 또한 부장이 임원이 되려면 대기업은 4.7년, 중소기업은 4년이 걸린다. 부장 10명 중 7명은 임원 승진 경쟁에서 탈락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부장들의 업무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응답자 중 87%가 ‘매우 만족’ 또는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회사 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6.9%(13명)에 불과했다. 또한 10명 중 7명은 주 2~3회 이상 야근을 하고, 85%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임원이 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답한 부장은 10명 중 4명이었다. 부장이 된 후 탈모나 건강 악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60%에 달했다.

그들은 ‘스스로 업무 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업무가 성과가 나고 연봉이 오를 때’ 행복을 느끼는 보통의 직장인들이었다. 10명 중 8명은 집이 있고, 10명 중 6명은 자신의 경제적 위치가 상위 30% 이내에 든다고 여겼다. 경총에 따르면,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의 부장급 연봉은 평균 7800만원(2014년 기준)이다. 본지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는 부장급 연봉이 7000만~1억원 사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주택담보대출이 있고(54%), 로또를 사 본적이 있는(43%) 평범한 월급쟁이다. 10명 중 3명은 ‘노후 준비를 전혀 못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엔 중도(54%)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수행 평가에 대해서 매우 냉소적이었다. B학점 이상을 준 응답자는 7.4%(14명)에 그쳤다. 또한 57%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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