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관심 끄는 수입차 업계 ‘인증 중고차’ - 브랜드 파워 앞세워 질주 채비

관심 끄는 수입차 업계 ‘인증 중고차’ - 브랜드 파워 앞세워 질주 채비

서울 양재동 서울오토갤러리에서 소비자가 중고 수입차를 둘러보고 있다.
직장인 오지환(35)씨는 3000만원대 수입차를 찾고 있다. 신차를 고르자니 가격 부담이 컸다. 타깃을 출시 3년 이내의 중고차로 잡았다. 지인의 자문을 받으며 인터넷으로 알아봤지만 결국 포기했다. 허위나 미끼 매물이 불안해서다. 사고 이력에 대한 정보도 구하기 어려웠다. 그가 찾은 답은 수입차 업계의 ‘인증 중고차’다. 수입차 브랜드가 자사 중고차를 구매해 상태를 확인한 다음 되파는 방식의 중고차를 일컫는다. 서울오토갤러리를 찾은 오씨는 “가격이 2~10% 정도 비쌌지만 믿고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니 시간을 두고 꼼꼼히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해마다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엔 판매량 2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시장이 성장하며 중고차 거래도 늘었다. 지난해 10만대를 훌쩍 넘겼다. 중고차 시장이 커지자 국내 수입차 업체들도 속속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인증 중고차를 내세워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수입차 판매량 늘며 중고차 거래도 증가
가장 먼저 인증 중고차 제도를 도입한 곳은 BMW코리아다. 2005년 인증 중고차 사업부인 BPS(BMW Premium Service)를 설립한 BMW는 매년 무섭게 성장했다. BPS는 2010년 판매 1000대를 기록했다. 이후 2011년 1500대, 2012년 2000대, 2013년 2900대로 급성장했다. 지난해는 3600대의 인증 중고차를 판매했다. BMW코리아는 12개월, 2만km 무상보증과 투명한 정비이력 제공, 리스· 할부 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PS 설립 멤버인 장준호 BPS 전무는 “중고차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 신차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BMW가 글로벌 정책으로 BPS 제도를 도입한 덕에 한국에서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BMW가 성공을 거두자 다른 수입차 브랜드도 관련 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벤츠를 수입 유통하는 KCC홀딩스는 2011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양재 서울오토갤러리에 벤츠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주행기간 4년, 주행거리 10만km 이내 무사고 차량에 한해 178가지 정밀점검을 거친 다음 차량을 판매한다. 일반 중고차 딜러와의 가장 큰 차이는 사후판매에 대한 책임이다. 에프터서비스(AS)가 가능한 중고차 딜러인 셈이다. 입소문과 함께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벤츠가 올린 성적표도 준수한 편이다. 지난해 100여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매년 30~40%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현호 KCC홀딩스 상무는 “벤츠가 인증 중고차 시장에 참여한 지 3년째”라며 “아직 시작 단계지만 올해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사업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도 지난해 서울오토갤러리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인증 중고차 판매는 재규어·랜드로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처음 시작한 사업이다. 1월엔 볼보코리아가 인증 중고차 시장 참여를 선언했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는 “중고차 인증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스웨덴 본사 인력들이 찾아왔다”며 “사업 타당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보코리아는 올 상반기에 자체 중고차 인증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BMW와 벤츠의 성공을 지켜본 아우디코리아도 시장 참여 시기와 방법을 논의 중이다.
 벤츠 인증 중고차 매년 30% 성장 중
수입차 브랜드가 인증 중고차 제도를 통해 차별화를 강조하자 온라인 중고차 기업도 대응에 나섰다.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사이트인 SK엔카는 1월 14일 중고차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했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 가운데 처음이다. 정보보호 관리체계란 기업의 주요 정보자산을 지속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종합 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SK엔카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수입차의 구체적인 정보를 심사한 후 보증한다. 박홍규 SK엔카 본부장은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종합적이고 수준 높은 정보보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공인하는 인증 중고차 정보를 제공하며 안전성과 신뢰도를 유지해나겠다”고 말했다.

수입 인증 중고차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엔 불투명한 중고차 거래가 있었다. 영세한 중고차 판매 시스템 탓에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조금 비싸더라도 더 믿을 수 있는 수입 인증차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기존 중고차의 취약점인 허위 매물이나 정비 이력 속이기가 인증 중고차에선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공식 판매사가 보증을 해주는 만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성장과 함께 수입 인증 중고차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입차 브랜드가 직접 인증한 차량이기 때문에 믿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 판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브랜드도 적극적이다. 수입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격전장이다. 신차 판매와 AS로만 수익을 올리던 중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견했다. 경쟁이 심화되며 신차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인증 중고차 사업을 키우면 보다 안정적인 사업 구도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인증 중고차는 신차와 병행 판촉이 가능하고, 기존 서비스센터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거래가 늘면 계열 금융사와 연계한 판매 수수료도 챙길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 확보다. 중고차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신차를 제값 받고 팔 수 있다. 구매하자마자 값이 폭락하는 모델을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 수입 브랜드는 의도적으로 출시 반년 된 중고차를 인증 중고차 시장에 내놓고 있다. 예컨대 5000km 주행한 최신 모델을 기존 차량의 90% 선에 내놓으면 중고차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인증 중고차 업체가 출시 3년 미만의 중고차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이유다. 조금 더 주고 구매해서 시중 가격보다 조금 더 받고 판매해 중고차 시장 가격을 유지한다. 정준호 BPS 전무는 “인증 중고차 사업은 큰 수익을 올리기보다 중고차 시장 가격을 유지를 통해 신차 판매를 이끌어 내는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불투명한 거래가 인증 중고차 시장 키워
다만, 호락호락한 시장은 아니다. 예컨대 오랜 시간 손해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BMW가 지난해 문을 연 용답동 지점이 좋은 예다. 지난해 400대의 중고차를 거래했지만 적자를 기록했다. BPS는 10년 경험이 있는 인증 중고차 기업이다. BMW코리아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사업을 벌인다. 판매량도 대부분의 인증 중고차 업체에 비해 많다. 그럼에도 적자다. 검사와 부품 교환, 그리고 품질 보증 기간이 발목을 잡았다. 인증 중고차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 전무는 “BPS는 10년 고생한 다음에야 흑자를 보기 시작했다”며 “수입 중고차 시장이 투명해지고 안정화 될 때까지 고생 좀 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日기시다 "북일 간 성과를 내는 관계 실현은 쌍방 이익에 합치"

2삼성 반도체 매출 세계 1→3위로 추락…인텔·엔비디아 선두로

3“먹는거 아닙니다, 귀에 양보하세요”…품절대란 ‘초코송이’ 이어폰 뭐길래

4마침내 ‘8만전자’ 회복…코스피, 2800선 돌파 기대감 ‘솔솔’

5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

6 이재명 인천 유세현장서 흉기 2개 품고 있던 20대 검거

7영천 최무선과학관, 새단장하고 오는 30일부터 운영 재개

8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 ‘소비자 추천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50′ 선정

9어서와 울진의 봄! "산과 바다 온천을 한번에 즐긴다"

실시간 뉴스

1 日기시다 "북일 간 성과를 내는 관계 실현은 쌍방 이익에 합치"

2삼성 반도체 매출 세계 1→3위로 추락…인텔·엔비디아 선두로

3“먹는거 아닙니다, 귀에 양보하세요”…품절대란 ‘초코송이’ 이어폰 뭐길래

4마침내 ‘8만전자’ 회복…코스피, 2800선 돌파 기대감 ‘솔솔’

5최태원 SK 회장 둘째딸 최민정, 美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