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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 칭기즈칸의 후손?

혹시 나도 칭기즈칸의 후손?

칭기즈칸이 아시아 남성 수백만 명의 시조일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몽골의 병마용과 칭기즈칸 조각상.
아시아 남성 수백만 명의 시조가 800년 전 몽골의 정복자 칭기즈칸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의아하게 여기는 문제가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그 기간 동안 칭기즈칸의 후손들이 어떻게 계속적으로 아들을 생산해 혈통을 이어갈 수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멀리까지 뻗친 가계도를 자랑하는 인물은 1227년 사망한 칭기즈칸뿐이 아니다. 아시아의 넓은 지역에 인구를 퍼뜨린 대단히 생식력 뛰어난 실력자 남성이 그밖에 9명이나 더 있다고 과학자들이 지난 1월 말 발표했다.

“우연히 아들을 많이 낳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아들들까지 아들을 많이 낳을 확률이 높은 경우는 흔치 않다”고 잉글랜드 레스터대 유전학자 마크 조블링은 과학 저널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보완적인 조건이 추가로 있어야 한다.” 칭기즈칸의 유전적 유산은 2003년 처음 발견됐다. 아시아 각지에서 거주하는 16개 인구집단 남성 중 8%, 즉 전 세계 남성의 0.5%가 거의 동일한 Y 염색체 배열을 갖고 있음이 밝혀졌다. 진화 유전학자 크리스 타일러-스미스의 조사 결과였다. 칭기즈칸에게 인정받은 적자는 4명 있었지만 필시 훨씬 더 많은 아들이 있었을 듯하다.

Y염색체는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직접 유전된다. 남성은 아버지, 할아버지를 따라 올라가며 같은 Y 염색체를 공유한다. 염색체가 복제돼 전해질 때마다 작은 돌연변이가 일어날 뿐이다. 전 세계 남성의 0.5%가 거의 동일한 Y염색체를 갖고 있어 이는 이들 남성이 800년 전 칭기즈칸에게서 뻗어 나온 핏줄임을 뜻한다고 연구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에 조블링 연구팀이 유라시아 전반에 걸쳐 비슷하게 Y염색체 혈통을 형성했을 법한 다른 9명의 시조를 찾아냈다. 그중 한 명이 청나라가 중국을 정복하기 전인 1582년 사망한 통치자 기오창가(익제)다. 또 한 명은 중세 아일랜드 오닐 왕조 사람이다. 이들 남성 10명의 유전자는 기원전 2100~서기 700년 서유럽에서 동남아로 퍼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인간유전학저널’에 실린 조블링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 칭기즈칸과 기오창가의 혈통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시대적인 오차한계가 크다고 조블링이 말했다(네이처 보도).

그와 같은 혈통의 구축은 사회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권력자 남성이 하렘(후궁들) 같은 다수의 여성을 거느리고 자녀를 생산할 수 있었던 시스템 말이다. 일부 혈통은 서쪽으로 뻗어나간 듯하다. 연구에 따르면 실크로드 통상로를 따라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들들이 변방의 속령으로 보내진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고 조블링이 말했다. 그곳에서 그들 또한 나름대로 엄청나게 생식력 뛰어난 남자아이들을 생산했을 것이다.

아직은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네이처는 지적했다. 하지만 시조로 추정되는 인물의 DNA를 확보할 수 있으면 그 연구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조블링 연구팀은 말한다. “이 같은 연결고리를 찾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상당히 간접적인 추론 과정을 따랐다. 이들 각 혈통에 대해 그런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타일러-스미스가 말했다(네이처 보도). “언젠가는 누군가 칭기즈칸의 무덤과 유해를 발견하게 되기를 정말 희망한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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