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타터(Kick Starter)는 2009년 설립된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크라우드펀딩 전문 웹사이트다. 후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제품이나 사업 기획안을 킥스타터에 게시하면 이용자가 그 기획안을 보고 후원을 결정한다. 2014년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에 성공한 기획은 총 2만2252개였으며, 전 세계 330만 이용자가 후원한 금액은 5억2900만 달러(약 5819억원)에 달했다.

지난 1월, 이 국제적인 아이디어 각축장에서 역대 가장 많은 후원자를 모집한 사업 기획이 탄생했다. 최첨단 IT기기도, 기상천외한 발명품도 아니다. 게임 디자이너 일런 리, 셰인 스몰과 만화가 매튜 인먼이 함께 개발한 카드 게임 ‘폭발하는 고양이(Exploding Kittens)’가 그 주인공이다. 카드 56장과 설명서, 작은 상자 하나가 전부인 이 소박한 제품의 당초 목표 모금액은 1만 달러였다.

이 목표 금액이 채워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 모금 개시 1시간 뒤에는 목표 금액의 1000%를 넘어서는 모금액이 몰려들면서 일찌감치 흥행 조짐을 보였다. 폭발적인 반응에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후원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19일까지 진행된 모금 기간 동안 21만9382명이 878만 달러를 후원했다. 2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역대 최다 후원자를 모집했을 뿐 아니라, 후원 액수로도 킥스타터 사상 네 번째로 큰 금액을 달성했다. 공식 트위터 계정의 팔로워는 7만 명을 넘어섰고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도 10만 개를 넘어가는 등 소셜미디어의 반응도 뜨거웠다.

무슨 게임이길래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을까? 게임 방식은 소박한 구성물 못지 않게 간단하다. 카드 56장을 게임 참자가들 가운데에 쌓아 놓는다. 이 카드들 중엔 ‘폭발하는 고양이’ 카드가 섞여 있다.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한 장씩 뽑고, ‘폭발하는 고양이’ 카드를 뽑는 사람은 게임에서 패배한다. 다만 56장의 카드 중에 섞여 있는 ‘폭탄 해제’ 카드를 갖고 있을 경우 ‘폭발하는 고양이’ 카드를 피할 수 있다. 그 밖에 카드 뽑기를 1회 생략하는 카드, 다른 사람이 카드를 뽑게 만드는 카드 등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는 카드도 있다. 이렇게 게임을 진행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이긴다.

리와 스몰은 엑스박스에서 함께 근무하다가 카드 게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처음에는 고양이 없이 폭발물만 등장하는 게임이었지만 두 사람은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폭발물 대신 폭발하는 고양이를 써보자고 제안한 것은 개발 도중 팀에 합류한 만화가 인먼이었다. “우리 귀를 사로잡는 의견이었다”고 스몰은 뉴스위크에 말했다. “사람들은 고양이도 좋아하고, 폭발도 좋아한다. 그 두 가지를 결합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그들은 고양이의 습성을 폭발에 접목했다. 고양이는 흔히 키보드 위를 걸어가거나 물어뜯으면 안되는 것을 물어뜯는다. 그래서 ‘폭발하는 고양이’ 카드에는 폭탄 발사 버튼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 수류탄을 물어뜯는 고양이 그림이 담겼다. 반면 ‘폭발 해제’ 카드엔 고양이의 주의를 끌 레이저 포인터나 폭탄 대신 물어뜯을 음식이 그려졌다. 그 결과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장면들이 탄생했다.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충분히 우스꽝스럽다.

결국 돌풍의 원인은 간단하다. 쉽고 간단한 게임 규칙과 귀엽고 웃긴 고양이 그림의 결합이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고양이 사진을 보면 ‘폭발하는 고양이’의 흥행은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문법이 틀린 문장을 삽입한 고양이 사진 하나에서 시작해 수백억 달러 투자를 받은 사업가 벤 허를 떠올려보라.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