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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SG다인힐 대표 - 외식업계의 ‘청출어람’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리스크 넘다

박영식 SG다인힐 대표 - 외식업계의 ‘청출어람’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리스크 넘다

박영식 SG다인힐 대표는 외식업계에서 성공한 2세 경영자다. 삼원가든 창업자 박수남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지난해 매출 430억원을 기록해 삼원가든 매출 200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다양한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적은 수의 매장을 운영해 리스크 요인을 줄인 게 성공 전략이다.
박영식 SG다인힐 대표는 ‘최대보다는 최고’를 지향한다. 적은 수의 매장이라도 가치 있는 식당을 내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의 성과를 포장하지 않는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
‘갈빗집 아들’. 어린 시절 같은 반 아이들은 박영식(36) SG 다인힐 대표를 이렇게 불러댔다. 수업이 끝나면 그네와 시소가 있는 삼원가든 마당에서 놀면서 아버지 모습을 보아온 박 대표는 자연스럽게 ‘식당업’을 꿈꿨다.

아버지 박수남 회장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삼원가든은 1976년 삼원정으로 시작한 6600㎡(2,000평) 규모의 대형 한식전문점이다. 이렇다 할 외식문화가 없던 시절, 맛과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외식 브랜드가 됐다. 뉴욕 대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한 박 대표는 2004년 삼원가든 지원경영팀에 입사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2007년 독립법인 SG다인힐을 설립하고 최신 유행하는 다양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잇달아 론칭했다. 그는 현재 투뿔등심, 블루밍가든, 붓처스컷, 꼬또 등 7개 브랜드 총 2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골퍼 박지은 선수가 그의 누나다.

출범 이후 줄곧 ‘다(多)브랜드, 소(少)직영매장’ 전략을 취해 온 것이 SG다인힐의 성공 요인. 지난해 매출이 430억원으로, 40년 역사의 삼원가든 매출이 200억원인 것에 비하면 ‘청출어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표가 주목받는 이유다.(박 대표는 “매출만 높지 수익성은 떨어진다”며 웃었다) 그는 “대학시절엔 국내 최대의 외식기업이 목표였는데 ‘최대’ 타이틀은 대기업 자본 앞에서 의미가 없겠더라”며 “가치 있는 서비스, 가치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최고’ 식당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추위가 한풀꺽인 1월의 어느날, 그와 마주한 오스테리아 꼬또 압구정점은 점심식사 시간을 앞두고 종업원들마다 움직임이 부산했다. 스피커에선 저음의 여가수가 부르는 샹송이 흘러나오고, 테이블 세팅 소리가 새소리처럼 청량하게 들렸다. 지난해 4월 오픈한 오스테리아 꼬또는 이탈리안가정식레스토랑을 표방한 식당이다.
 ‘多브랜드, 少직영점’으로 위험요소 분산
박 대표가 구축한 전략은 ‘수익 구조의 다원화’다. 국내 외식시장이 포화 상태라 한 브랜드만 가지고는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초기에 브랜드 늘리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죠. 하지만 소비자의 니즈가 세분화되고 다원화되기 때문에 일률적인 브랜드보다 다양한 브랜드를 관리하는 게 좋아요. 또 외식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한 브랜드의 수명이 4~5년 주기로 짧아지고 있거든요. 브랜드 하나로 많은 점포를 운영하다 트렌드가 바뀌면 망하기 딱 좋죠.”

이는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인 2004년 12월 삼원가든 내에 있던 커피숍을 리모델링해 퓨전일식집 퓨어멜랑쥬를 열었다. 야심찬 데뷔작이었지만 첫 실패작이기도 했다. 강화도 갯벌장어구이가 주 메뉴로 스시와 그릴 요리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음식점이었지만 경쟁력이라고 믿었던 다양한 메뉴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메뉴 준비에 손이 많이 갔고, 주방이나 홀 직원도 덩달아 늘다보니 인건비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2007년 5월 문을 연 사케·와인바 메자닌 역시 실패로 끝났다. 모호한 정체성이 오히려 손님의 발걸음을 돌렸다. “시장을 우습게 봤던 거예요. 부친이 이뤄놓은 것도 있고 해서 ‘왜 안 되겠어’ 하면서 덤볐는데 공치는 날이 더 많았죠. 시장 조사가 부족했어요.”

연속된 실패 이후 박 대표는 승부수를 던졌다. 2008년 5월 삼원가든 명물이었던 인공폭포의 자리를 옮기고 그곳에 블루밍가든을 연 것. 결과는 ‘대박’이었다. 목 좋은 자리에 고품격 이탈리안레스토랑이 들어서자 강남 소비층들이 몰렸다. 연이은 실패에서 얻은 메뉴 관리 노하우가 성공의 밑받침이 됐다. 이후 블루밍가든은 매장 수를 늘리며 SG다인힐의 주력 부대로 자리했다. 최근엔 1++ 한우를 뜻하는 ‘투뿔등심’이 효자 브랜드다. 메뉴 단순화로 투자비와 인건비를 줄이고 식자재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 덕분에 지난해 삼원가든 매출을 압도했다. “프랜차이즈로 확대할까도 생각했지만 양질의 재료 확보에 문제가 있어 이를 미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발판으로 후속 브랜드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외식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안 되는 사업장은 미련 없이 접고 새로운 브랜드를 속속 론칭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SG다인힐을 알리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블루밍가든이지만 매출이 이태 전부터 꺾이기 시작하자 최근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 “저가의 이탈리안 식당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시장의 혼란이 왔고, 이후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현재 6개 매장 중 3개 매장을 닫았습니다. 희소가치와 컬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더 나은 선택이라고 봐요. 대신 다른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에요.”

전문가들은 SG다인힐의 급성장 요인을 ‘정교한 수평적 세분화(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와 취향에 따라 시장을 나누는 것)’ 전략에서 찾는다. 김상훈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날로 세분되는 타깃 고객의 요구에 정밀하게 눈금을 맞추는 ‘캘리브레이션(교정)’ 전술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기호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SG다인힐 브랜드의 공통점은 ‘업스케일 다이닝’이다. “우리는 고가 전략을 씁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좋은 식자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식재료를 이길 수 있는 조리법은 없습니다. 고객 입장에선 가격이 비쌀 수도 있지만 다른 매장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 우리 모든 브랜드의 철학입니다.”

이는 부친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박수남 회장은 ‘외식업은 기본적으로 맛·서비스·청결이 중요하다’며 석삼(三)에 으뜸 원(元)자로 식당 이름을 지었다. 요즘 외식업계에서 기본으로 꼽는 ‘QSC(Quality·Service·Clean)’을 이미 40년 전부터 실행한 것이다.

그는 브랜드와 매장이 늘어날수록 현장 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발품을 파는 만큼 브랜드와 매장 수준이 높아 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일부 매장은 새벽 2시에 끝나기 때문에 이 매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특히 메뉴 개발팀은 제 직속부서로 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SG다인힐 본사에 설립한 ‘테스트 키친’이다. 새로운 레시피를 시험해 보는 일종의 요리사들의 실험실 같은 곳으로 현재 구매, 조리, 마케팅 분야에 7명이 속해있다.

외식업은 하루하루 매출이 잡히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자리 잡았으니 사정이 좀 다르지 않을까. 박 대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요즘도 그날 매출에 따라 속이 쓰리고, 안 먹어도 배부르기도 해요. 저희 어머니께서 ‘오늘 매출이 좋으면 금방 부자 될 것 같고, 안 되면 망할 것 같지?’라면서 다급해하지 말라 하시는데 아버지도 그랬고 저도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박 대표는 스마트폰에 올라온 전날 각 매장의 매출 상황을 보여주며 “어제는 망했어요~”라며 웃었다.

최근 박 대표의 고민은 해외시장 진출이다. 2013년 11월 야심차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진출했지만 성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한국의 외식 시장은 포화 상태예요. 인건비나 건물 임대료도 감당이 안 될 만큼 올랐고요. 우리도 늘 적자의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신 성장 동력이 필요해 해외 진출을 했는데 만만치 않네요.”

하지만 해외진출은 여전히 유효한 사업전략이다. SG 다인힐은 올해 투뿔등심으로 중국 시장과 미국 교포사회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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