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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옥 유양디앤유 대표이사 - “보스턴 NBA 농구장 우리에게 맡겨라”

김상옥 유양디앤유 대표이사 - “보스턴 NBA 농구장 우리에게 맡겨라”

경기도 화성 유양디앤유 본사에는 LED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는 쇼룸이 있다. 김상옥 대표가 제품을 직접 소개했다.
2013년 3월 20일, 캐나다 랭리(Langley)시에 있는 야구장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낸 기업이 발표됐다.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글로벌 기업인 필립스, 오스람, 크리 등 5개 기업도 참가했다. 치열한 경쟁끝에 랭리시 관계자가 발표한 기업 이름은 한국의 중견 기업 유양디앤유였다. “3개월 동안 이뤄진 가혹한 성능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김상옥(55) 유양표디앤유 대가 회고했다. 유양디앤유는 필립스나 오스람 같은 브랜드 힘은 없었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제품 품질 뿐이었다. 랭리시는 3개월 동안 제품 성능시험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LED 조명에 물을 뿌린 뒤 추운 밤 날씨를 견뎌보는 지도 실험했다. 다양한 자연환경 변수를 견디는 제품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유양디앤유 LED 조명이 1위로 관문을 통과했다. “우리는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그 뒤부터 캐나다 밴쿠버 가로등, 랭리 가로등 교체 작업도 우리가 할 수 있었다.” 한국의 중견 LED 제조기업 유양디앤유의 글로벌화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계 각지에서 LED 조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LED 조명은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비해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고, 환경 유해물질이 적다. 2015년 LED 조명 시장 규모는 343억 달러(약 34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LED 조명 시장은 매년 30% 이상씩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펴낸 ‘LED 조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설치된 66억 개의 조명을 LED로 모두 전환하면 연간 370억 달러의 전력 절감 효과가 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연간 2조원의 전기료가 감소하고, 이산화탄소는 800만톤이나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계가 백열등 생산을 금지하고 LED 조명으로 바꾸도록 강제하는 이유다.

유양디앤유는 LED 글로벌 전쟁터에서 굳건하게 살아 남은 중견기업이다. 매출액의 70%가 해외수출에서 나온다. 특히 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유양디앤유 LED 조명이 글로벌 기업 제품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직원 200명 중 60명이 연구원”이라며 자랑하는 김상옥 대표를 경기도 화성 본사에서 만났다. 화성 본사에는 LED를 통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는 쇼룸이 마련되어 있었다.

캐나다 랭리시 야구장에 설치된 LED 조명은 유양디앤유의 제품이다. 유양디앤유는 세계 최초로 600W급 고출력 LED 조명을 개발했다.


2013년에 캐나다 밴쿠버 랭리가 발주한 야구장 조명 교체 프로젝트를 한국의 중견기업이 따냈다는 것이 놀랍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나?


필립스, 오스람, 크리 등 글로벌 기업이 모두 참여했다. 스포츠 구장 조명 교체 사업을 따내면 다른 공공 계약을 따내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이었다면 유양디앤유 같은 중견기업이 수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 나라는 제품보다 회사의 외형을 따진다. 이에 반해 해외는 기업 브랜드보다 제품의 질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3개월 동안 이뤄진 성능실험에서 우리 제품이 가장 좋은 점수를 얻었다.



미국이 아닌 캐나다를 공략한 이유가 있나.


2011년 5월 지식경제부가 우리를 ‘World Class 300’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때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수출을 준비했다. 그때 미국으로 바로 진출하면 오스람이나 GE 같은 글로벌 기업과 바로 경쟁해야 한다. 승산이 없을 것 같았다. 캐나다 같은 북미 시장을 먼저 공략한 후에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봤다.



랭리의 야구장 조명 교체 프로젝트를 따낸 후 회사에 변한 점이 있나.


해외에서 유양디앤유가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인정받은 계기가 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LED 조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중견기업에 속하는 유양디앤유가 사업을 제대로 펼치기 힘들었다. 조명사업 관련 프로필을 만들기 어려웠고, 해외에 진출하는데도 걸림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랭리의 야구장 조명교체 프로젝트는 우리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 됐다. 다른 사업을 따내는데도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우리가 랭리시 가로등 조명 교체 사업이나 밴쿠버 가로등 교체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요즘에는 캐나다의 아이스링크 조명 교체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에는 국제규격의 아이스링크만 2000개다. 중고등 학교에 있는 아이스링크까지 합하면 1만개가 넘는다. 대단한 숫자 아닌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1만5000개의 가로등 교체 프로젝트가 실시됐는데, 그 비용만 570억원이다. 밴쿠버와 랭리에서 가로등 교체 프로젝트를 따냈으면 돈을 많이 벌었을 것 같다.


아쉽게도 캐나다 정부는 해외 기업에게 시 전체 가로등 교체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았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유양디앤유는 1~2개 블록에 있는 가로등을 교체했기 때문에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그때 우리가 작업을 하면서 놀란 것은 야구장 조명 프로젝트를 1년 지켜본 후에 일을 맡겼다는 점이다. 1년 동안 우리 제품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캐나다의 꼼꼼함에 무척 놀랐다. 캐나다의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미국 수출의 길도 열렸다.



어떤 것을 말하나. 유양디앤유가 LED 조명을 미국에 수출했다는 발표는 없었는데...


2월 말이나 3월 초에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NBA 경기장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사업을 맡게 됐다. 이 경기장의 특징은 아이스하키와 농구 경기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 경기장 조명 교체 사업을 맡는다는 것은 미국 4대 스포츠인 농구와 아이스하키 협회로부터 유양디앤유 LED 조명을 인정받는 것과 같다. 계약의 세부 내용만 절충하면 된다.



그러면 미국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인가.


물론이다. 미국 수출을 타진할 때마다 승인 조건이 미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맺으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자)을 하건, ODM(제조자 설계생산)을 하건 간에 미국 기업과 손을 잡으면 수출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ODM 형식을 가지고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을 것 같다.



LED 조명 중에서 스포츠 조명 분야에 장점이 있는 것 같다.


2012년 세계 최초로 600W급 고출력 LED 조명을 개발했다. 우리가 600W급 기기를 내놓기 전에는 150W급 LED 조명 출력이 가장 높았다. 우리가 5년 이상 개발해서 600W급 제품을 내놓게 됐다. 기존 조명 기기에 비해 가볍고 작아서 설치가 쉽다. 공항이나, 경기장, 공항 등에 설치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존 메탈할라이드 조명에 비해 전기료는 60%, 유지 보수비는 50%에 불과하다.

유양디앤유는 한국에서 ‘최초’라는 기록을 많이 쓴 중견 기업으로 꼽힌다. 1976년 설립 당시에는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화공사업이 주력이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최초의 MP3 플레이어를 내놓은 곳이 유양디앤유였다. 당시 저장공간은 32메가였다. 1990년대 후반 한때 전화기의 대명사였던 ‘시티폰’도 유양디앤유가 내놓은 전화기 이름이었다. 시티폰은 당시 대히트를 쳤고, 유양디앤유의 주가가 10만원(2월 3일 현재 1250원)을 넘기도했다. “시티폰과 MP3플레이어가 히트를 치면서 1990년대 후반 매출액이 4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매출을 1조원 가까이 올린 셈”이라며 박 대표는 웃었다.

하지만 시티폰의 인기에 자극받은 대기업들이 011, 017로 대표되는 셀룰러폰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유양디앤유의 매출액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사업 다각화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매출액이 당장 수천억원에서 수백억원으로 떨어졌다. 유양디앤유가 보유하고 있던 분당의 아파트공장 5동을 팔아야만 했다. 유양디앤유 창업자 조소언 회장은 2004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대표 자리를 현 김상옥 대표에게 물려줬다. 김 대표는 “대표 자리에 오르고 나니 정말 까마득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10년 후를 내다 보는 비전을 발표하는데, 우리는 한달 후에 뭘 생산해서 먹고 살지를 고민해야 할 처지였다. 회사가 망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섰던 시기였다. 회사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김 대표가 생각한 미래 생존전략은 LED와 디스플레이였다.

이후 LED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유양디앤유는 다시 중견기업 반열에 올라갔다. LG에서 내놓고 있는 LED·OLED·UHD TV의 핵심 부품인 파워 모듈이 모두 유양디앤유의 몫이다. 최적의 화질을 구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품들이다. 기술력이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유양디앤유는 기술력 하나로 대기업에 핵심부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표는 “LG와 손을 잡은 것은 10년 정도 됐다”면서 “기술에 집중했던 것이 유양디앤유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LED 조명 기술까지 접목하면서 지금은 ‘LED식물 공장’ ‘LED 수경재배시스템’ 등 농업분야로까지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LED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2008년 ‘1억 달러 수출의 탑’(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하면서 유양디앤유의 기업 체질이 성공적으로 바뀌었음을 인정받았다.



2014년 6월 열렸던 ‘국제 LED & OLED 엑스포 2014’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VLC 무선통신’ 기술 때문에 수상했다고 들었다. 어떤 기술인가.


VLC(Visible Light Communication) 무선통신은 LED 조명에서 발생하는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무선으로 송수신하는 통신시스템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오래 전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필립스, 오스람, GE 등 글로벌 기업은 대부분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보잉사는 VLC 기술을 이용해 기내통신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VLC 무선통신의 장점은 와이파이에 비해 간섭이 없다는 것이다. 조명은 우리 삶 곳곳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유양디앤유는 한국전자통신 연구원(ETRI)과 손을 잡고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을 개발하는데 5년 정도 걸렸다. 2013년 3월 이마트에 이 기술을 선보였다. 3개월 정도 시범운영을 한 상태고, 전자 결제도 이 기술에 포함시키려고 준비 중이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VLC 무선통신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VLC 무선통신은 LED 불빛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다.



유양디앤유 사업소개서를 보니까 ‘LED식물공장’ ‘LED 수경재배시스템’ 등도 있던데?


LED를 활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가 나온 사업 아이템이다. 태양빛 대신 LED 조명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면 어떨까 하다가 시작한 사업이다. ‘LED 수경재배시스템’은 6평 정도 되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LED 조명과 습도·온도·조명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해 청보리 사료를 키우는 시설이다. 말이나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으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동물성 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보리를 기르는 시스템이다. 컨테이너 박스 옆에 태양광과 풍력시스템을 접목해 외부 전원없이도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 LED 조명을 사용하면 파종에서 수확까지 6일이면 된다. 6평 컨테이너 박스에서 기르는 청보리는 11만평 땅에서 기르는 양과 비슷하다. 제주도와 협력을 맺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청보리를 말 사료로 쓰기 위해서다.



2012년부터 한국 정부가 백열등 퇴출 작업에 나섰다. LED 조명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LED 조명 사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었다. 우리와 같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LED 조명 시장에 진출하지 못 했다. 대신 글로벌 기업이 한국의 LED 조명 시장에 진출하는 역효과가 났다. 정부는 올해부터 LED 조명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한국에서도 LED 조명 시장을 놓고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모두 뛰어든 셈이다. 정부도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것에 적극적이다. LED 조명에는 수은이나 나트륨 등 유해물질이 없고, 친환경 고효율 제품이기 때문이다.



유앙디앤유가 앞으로도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나?


대기업의 시장 장악력은 부럽고 무섭다. 하지만 우리는 스피드 경영이 장점이다. 우리가 결정을 내리고 추진하는 속도를 대기업이 따라가지 못한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기술력이 있다. 기술을 가지고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뚫을 것이다.



R&D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 같다.


유양디앤유 임직원은 600명 정도다. 중국 공장에서 400명이 일하고 있다. 국내 임직원이 200명인데, 이중 60명은 경기도 의왕에 있는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우리 매출액 중 5% 정도를 R&D 비용에 투자하고 있다. 기술개발을 하지 않으면 우리같은 중견기업은 문을 닫아야만 한다.

김 대표는 2015년 매출 목표를 1800억원으로 잡았다. 2013년 캐나다에 LED 조명 수출을 시작했고 2015년에는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된다. 미국은 필립스, GE, 오스람 등 글로벌 기업이 버티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틈새 시장을 노린다는 김 대표의 계획이 맞아떨어지면 2015년 유양디앤유의 LED 조명 수출 소식이 이어질 것이다. “고객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진다. 우리는 LED 조명에 IT 기술을 융합해서 사물인터넷 시장에도 대응을 할 것이다. 우리 회사의 모토는 고객과 함께하는 기업이다. 자신 있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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