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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간편한 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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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바일 결제 금융혁명을 주도한다.
1980년대 초~21세기 말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는 이제 대다수가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 직장인이 됐다. 플로피 디스크, 9㎏짜리 노트북, 오리건 트레일(PC 초창기 1971년에 개발된 게임)의 시대를 너머 이제 핀테크를 받아들일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핀테크(FinTech)는 financial technology의 줄임말로 IT 기술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가리킨다.

밀레니엄 세대는 첨단 기술 그리고 방대하고 거의 전인미답의 인터넷 세계에 일찍이 노출됐다. 당시 그들은 디지털 소비자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제작자이면서 개발자이기도 하다.

올해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 인구가 7530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인구조사국은 추산한다. 일정 부분 이민의 영향이다. 따라서 서서히 줄어드는 베이비붐 세대를 약간 앞서 나가 미국 최대 인구집단으로 올라서게 된다. 그들의 영향력은 미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핀테크의 급속한 도입을 선도하고 있다.

기술에 정통한 세대에게는 자동화와 속도가 중대한 문제다. 그리고 밀레니엄 세대의 요구가 기존 금융 프레임워크의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이 세대에게 기존 금융 구조는 무기력하고 굼뜨게 여겨질 수 있다. 이들을 대신해 신생 벤처들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어 새로운 수요에 부응한다. 이들은 우리가 구매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하는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가 금융업무를 보고 제품 및 서비스 대금을 결제할 때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진다. 벽돌 같은 커다란 전화기를 이용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BBVA 리서치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의 80%가량이 스마트폰을 보유한다. 스마트폰 앱에 관심을 유발하는 요인은 인기 온라인 소셜게임 캔디 크러시 게임뿐이 아니다. 금융업무를 관리하는 대체 방안의 모색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에 따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아가거나 수표를 끊을 필요가 없어진다.

밀레니엄 세대 중 모바일 뱅킹이 중요하다는 응답자 비율이 70%를 웃돈다. 조사 대상 세대 중 가장 많고 베이비붐 세대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이는 IT 업계에 큰 기회다.

애플이 지난해 가을 애플 페이(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뒤 3일 사이 이용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 한편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경우 초당 거래 건수가 7000건을 웃돈다. 모바일 송금 서비스 벤모(Venmo)의 지난해 총 송금액은 25억 달러에 육박했다. 스냅챗(사진공유 앱)은 최근 스퀘어(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제휴해 스냅 캐시를 선보였다. 2020년에는 미국 밀레니엄 세대의 지출이 1조400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예상을 고려할 때 대안 결제 시스템과 서비스 제공자가 급증하는 추세도 납득이 간다.

밀레니엄 세대는 또한 사업을 시작할 때도 기존 금융권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대안 자금조달 수단과 친숙해지고 있다. 금융회사가 영세 사업체 대상의 대부업에서 손을 떼면서 다수의 증권 및 채무 플랫폼이 등장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밀레니엄 세대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번거로운 서류작업과 지연을 최소화하면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밀레니엄 세대 영세 사업자들은 소셜 대부자(peer-to-peer lenders, 인터넷을 통해 개인간 소액융자를 제공하는 사람들)로부터 융자 받는 비율이 X세대(35~49세 그룹)보다 5배 높은 것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 조사에서 나타났다. 최초 자금을 조달할 때 은행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자가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한 온데크, 렌딩 클럽, 소피, 펀딩 서클, 프라스퍼 같은 대안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밀레니엄 세대 비율이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를 크게 웃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페어 아이작(일명 FICO)이 실시한 비슷한 조사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다. 소셜 대부자 이용을 고려하겠다는 밀레니엄 세대 비율이 50세 이상 그룹의 10배에 달했다.

밀레니엄 세대는 창업뿐 아니라 투자와 자금관리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업계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할까? 베이비붐 세대가 완전히 은퇴할 무렵에는 그들이 물려주는 자산 규모가 30조 달러를 웃돈다. 2020년에는 밀레니엄 세대가 최소 7조 달러 이상의 유동자산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컨설턴트에게는 호재로 들릴지 모르지만 밀레니엄 세대는 독립적인 성향의 집단임이 입증됐다. 기존 금융기관을 믿지 않고 투자대상 선택에 보수적이다.

실제로 거의 누구나 신뢰할 수 있다고 보는 비율은 밀레니엄 세대 중 20%도 안 된다. 금융문제를 결정할 때 컨설턴트의 자문을 받겠다는 응답자는 14%에 그쳤다. 거기에 그들의 비용에 민감한 태도,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수동적인 투자전략에의 관심, 디지털 기술 친화성 같은 요인들이 맞물렸다. 이는 밀레니엄 세대가 웰스프런트, 베테먼트, 퍼스널 캐피털, 퓨처 어드바이저 같은 신생 금융회사에 끌리는 이유를 말해준다.

이들 플랫폼은 기존 서비스 제공자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자동화되고 사용자 친화적인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등록 투자자문사들이 운용하는 5조 달러 중 이들 이른바 ‘로보 자문사들(robo-advisors)’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 성장궤도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최대 인구집단으로 올라서기 전부터 금융 서비스 제공 방식을 흔들어 놓고 있다. 핀테크를 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세계 각국 정부들이 감독 방식을 재고하게 됐다. 소매금융업체, 대부업체, 자산 운용업체도 새 플랫폼과 서비스에 투자하거나 채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래 경제의 주도적인 세력에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휴대 단말기 스크린을 한번 터치해 작별을 고할 테니 말이다.
[필자 잭슨 뮤엘러는 밀켄 연구소 산하 금융시장센터의 선임 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밀켄 연구소 웹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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