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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금리 vs 고정금리’ 당신의 선택은 - 금리 인하 ‘단물’ 인상 때는 ‘독약’으로

‘변동금리 vs 고정금리’ 당신의 선택은 - 금리 인하 ‘단물’ 인상 때는 ‘독약’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내리면서 대출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3억원의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은 월간 이자부담이 이론적으로 6만2500원 줄어들게 된다. 작지 않은 혜택이다. 이에 반해, 고정금리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은 불만이 커졌다. 정부의 유도에 부응해 변동금리에서 갈아탄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변동금리 대출은 고정금리에 비해 낮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단기 시장금리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리인하 국면에서는 이자부담을 더 덜어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대출구조는 국가 경제 측면에서는 매우 위험하다.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그 충격이 가계부문에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가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로의 전환을 적극 유도하려는 이유다.
 한은이 금리 결정 고민하는 이유
우리나라 은행대출 금리구조는 구성의 모순을 안고 있다. 개인에게는 변동금리가 합리적이나, 국가경제에는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제공하는 유인 구조를 정부가 변경해야 한다. 이는 결국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에게 더 큰 경제적 혜택을 부여하는 불공정한 결과를 낳기 쉽다. 저축자나 빚이 없는 사람은 물론이고, 고정금리 대출자로부터의 비난이 불가피해진다.

그렇다면 정부는 변동금리 우위의 유인구조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역전시킬 수 있을까. 은행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정부의 유인에 따라 고정금리로 빚을 내는 게 앞으로는 더 유리할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난 1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문은 은행에서 520조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중 71.5%가 변동금리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하로 가계부문은 연간 총 9296억원의 은행이자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제2금융권에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그 혜택은 훨씬 클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시작됐다. 이번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5%포인트 내렸다. 이러한 금리인하 폭을 변동금리 은행 가계대출 잔액에 대입할 경우 누적적인 이자 절감액은 연간 총 5조5800억원에 달한다. 순전히 은행대출 부문에서만 우리나라 전체 경제규모(명목 국내총생산)의 0.4%에 해당하는 매우 큰 지원이 제공되는 셈이다. 제2금융권 대출과 새로 유도되는 대출수요까지 감안하면 물리적인 경기 진작 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금리 상승시기에는 매우 위험하다는데 있다. 금리를 인상할 때 미치는 고통도 거의 시차 없이 가계부문에 전달된다. 만약 어떠한 불가피한 이유로 인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해야 할 상황을 맞는다면 엄청난 충격파가 가계부문을 거쳐 경제 전반에 전달될 수 있다. 지난 2003년 6월, 이성태 당시 한국은행 부총재는 국회에서 “(지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은 아주 쉽게 통과되는데 올리는 것은 도저히 안 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러한 행태는 우리나라 가계 대출의 금리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변동금리 중심의 가계대출 구조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비대칭적으로 작용한다. 금리인하에 따르는 효과가 즉각적이고 강력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큰 유인을 갖는다. 반면 긴축에 따르는 경제 충격 역시 같은 방식으로 가해지기 때문에 금리인상에는 소극적일 개연성이 크다. 그러면 통화정책의 기조는 중장기적으로도 완화적인 쪽으로 기울게 되어 거품과 인플레이션을 조장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은행대출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변동금리를 선택할 유인이 더 커진다.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매우 신속하지만, 올라가는 것은 매우 더딜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계대출의 구조는 더 악화할 것이고, 경제가 균형을 잃을 위험은 더욱 커진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내놓은 고정금리로의 가계대출 전환 계획은 큰 틀에서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계획에 따라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대폭 감소하게 되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할 때에도 보다 적극성을 띨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면 신규대출에서도 변동금리 선호현상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채무자들이 고정금리를 선택하도록 하려면 유리하다고 판단할만한 유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책목표를 위해 제공하는 경제적 유인은 적정 가격에 비해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그 차액을 대신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유인이 크면 클수록 변동금리 채무자에게 넘겨지는 ‘부당한’ 혜택과 다른 누군가의 ‘부당한’ 비용부담은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차입자 입장에서는 그 ‘유인’의 정도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결국 미래의 시장금리 변동 경로를 어렴풋하게 예측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과 일본·유럽 등 주요국들은 제로금리, 심지어 마이너스의 정책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계속 금리를 내리는 데에는 그러한 해외 정책환경도 중요한 작용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낮은 정책금리는 매우 이례적이라서 결국에는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대출 이자율을 낮게 고정시켜 두는 것은 상당히 유리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경우 현재 0~0.25%인 정책금리를 장기적으로는 3.75% 정도로 올리는 게 ‘정상’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금리는 명목 경제성장률과 비슷
하지만 이러한 예측에는 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뉴 노멀’의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정상적인 수준의 금리가 과연 얼마인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격론이 여전하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균형금리가 2%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중앙은행 내부에서도 견해차가 매우 크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중에는 “4%를 넘는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3.25%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이러한 정상적인 금리수준에 대한 추정치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낮아져 왔다. 경제구조가 과거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의 시장금리는 대체로 명목 경제성장률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돼 왔다. 예를 들어 지난 2013년 우리나라의 명목 성장률이 3.4%였는데,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연평균 3.19%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명목 성장률은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다. 그래서 시장금리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경기 진폭에 따라 시장금리도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역시 저성장과 저금리 구조에 이미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성장률과 금리는 보통 인구 증가율에 비례하는 걸로 보는데, 통계청이 제시한 장래 인구 추계를 보면 충분히 그런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해외의 긴축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 또는 예기치 못한 생산성 혁명으로 성장세가 대폭 확충된다면 시장 이자율은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대출금리의 구조를 선택하는 것은 그래서 본질적으로 투기적 특성이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듯이 모든 경제적 선택은 비용과 위험을 잠재하게 된다. 거액의 빚을 지는 선택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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