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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분노 극복 - 30초만 참으면 분노 호르몬 사라져

후박사의 힐링 상담 | 분노 극복 - 30초만 참으면 분노 호르몬 사라져

주차 문제로 말싸움을 하다 분노를 참지 못해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이른바 '노원 주차 시비' 사건. / 사진:중앙포토
#1. 여자 친구를 승용차로 들이받은 최모(49)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1년간 함께 살았던 김모(31)씨가 결별을 요구하자, 무방비 상태의 그녀를 승용차로 들이 받은 혐의였다. 김씨가 다친 것은 물론이고 뒤편에 있던 문구점도 부서졌다. 경찰은 “김씨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주차를 잘못했다고 항의하는 행인 A씨(56)를 차 주인인 최모(36)씨 일행이 야구방망이로 폭행했다. 이른바 ‘노원 주차 시비’ 사건이다. 말다툼으로 끝날 수 있는일이 무자비한 폭행으로 번졌고, A씨는 전치 8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3. 김모(50)씨가 마트 사장인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 문제로 1시간가량 말다툼을 한 뒤, 자신의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한 마트에서 일어난 화재 역시 분노를 참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화’가 가득하다. 아이는 선행학습에 짜증나고, 청소년은 무관심에 화가 난다. 청년은 일자리가 없어 분노하고, 장년은 과중한 업무에 지쳐간다. 노년은 대책이 없어 화가 난다. 사방팔방, 화가 그득하다. 경제성장이 멈췄다. 취업은 바늘구멍이고, 창업은 가시 밭길이다. 과잉 경쟁은 여전하고, 신분상승은 꿈도 못 꾼다. 장기불황이 계속 된다. 결혼조차 쉽지 않고, 은퇴마저 막막하다. 세금은 매년 늘어나고, 복지혜택은 제자리다. 삶의 만족도가 최악이다.

분노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기보호의 기능이 있다.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자기를 지킨다. 분노의 분위기는 자신의 몸을 감싸는 위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분노는 엄청난 에너지다. 자신을 뜯어고치는 에너지로도 사용된다. 자기 개혁을 이룰 수 있다. 사회를 뜯어고치는 에너지로도 사용된다. 사회개혁을 이루는 것이다. 의로운 분노도 있다. 안중근 의사는 ‘청년의 피’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정당한 분노도 있다. 어떤 때는 마음먹고 화를 내야 한다. 그런데 화가 나면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다.
 포유류의 뇌, 영장류의 뇌
충동조절장애란 게 있다. 충동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충동적 행동을 하기 전 긴장이 고조되고 행동으로 옮긴 후에 일시적 쾌감을 경험한다. 분노조절장애도 있다. 분노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사소한 일에 폭력을 사용하려 하고, ‘너 죽고 나 죽자’는 말을 자주 한다.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 후에 부당함·모멸감·무력감으로부터 나타나기도 한다. 분노 표현이 효과적이었던 경우에는 습관적으로 굳혀지기도 한다.

우리 뇌는 크게 뇌간·구피질·신피질로 나뉜다. 뇌간은 ‘파충류의 뇌’로 충동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구피질은 ‘포유류의 뇌’로 감성적인 부분을 담당하며, 신피질은 ‘영장류의 뇌’로 이성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안정된 상태에선 ‘영장류의 뇌’가 지배한다. 그런데 화가 나면 달라진다. ‘포유류의 뇌’가 뇌 전체를 지배한다. 화가 나면 짐승이 된다. 이성은 감성에 굴복하고, 감성은 충동에 굴복한다. 우리 뇌는 복잡하면서 단순하다. 한순간 무지개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다가, 다음 순간 살인적인 분노에 사로잡힌다.

분노는 통제 부족에서 온다. 통제 부족의 덫에 걸린 사람이 있다. 불편한 것을 못 참고 힘든 환경을 못 견딘다. “맘대로 안 되면 다 부숴버릴 거야!” 과음·과식·성적문란 등 충동조절에 어려움이 있다.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힘든 업무를 쉽게 포기한다. 결정을 내리는데 경박하고 절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보통 어려서 부모가 부재하거나 자녀에게 규칙을 정해주지 않은 경우다. 원하는 대로 하다가 버릇이 나빠진 경우다. 성장과정에서 인내를 못 배운 탓이다.

분노는 지치고 힘들 때도 일어난다. 분노는 대상이 있다. ‘누구 때문’, ‘누구 탓’이라는 허상의 벽을 만들 때 일어난다. 책임을 회피할 때 일어난다. 상대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싶을 때 일어난다. ‘의존 심리학’은 인간의 유전인자에 내재해 있다. 모든 어린이들은 100% 어른에게 의존한다. 성인이 되면 100% 독립해야 한다. 스스로 100% 책임져야 한다. 어릴 적에는 누군가 나를 돌봐준다. 그런데 어른이 돼서 ‘그 사람’이 나를 돌봐주기를 원한다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의존욕구의 좌절은 분노를 일으킨다.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분노 극복을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인(忍)이다. ‘참음’은 한국인의 미덕이다. 참는 것이 지나쳐 화병으로 나타나던 시절이 있었다. 오히려 감정을 표현하도록 권하기도 했다. 그런데 참는 것이 부족해 분노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분노가 자살과 우울증으로 나타나더니, 폭력과 범죄로 불거지고 있다. 지나친 통제는 화병이 되, 통제 부족은 민폐를 끼친다. 중용(中庸)이 필요하다. 중용이란 치우치지 않고, 변함이 없는 마음가짐이다.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분노를 유발하는 호르몬은 15초 내에 피크에 도달하고 이후 서서히 분해된다. 30초만 참아도 분노는 누그러진다. 화가 나는 순간, 즉시 60초 동안 심호흡을 하자. 화나는 나를 받아들이고, 그런 나를 사랑하고, 마음의 평화를 선택하자. 분노가 치솟는 순간, 즉각 자리를 피하자. 한적한 곳을 걸으면서 세 가지에 집중해 본다. ‘왜 화가 나는가? 무엇을 위해 화를 내는가?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가?’ 분통이 터지는 순간 하루만 모든 결정을 보류하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종이 한 장에 써 보자.

둘째, 서(恕)다. 용서는 동양인의 미덕이다. 용서는 참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자공이 물었다. “제가 평생 실천할 수 있는 한마디 말이 무엇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용서의 서(恕)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용서는 자기사랑이다. 용서하여 분노를 이기면, 혈압이 낮아지고 면역력이 강화된다. 세로토닌이 올라가고, 도파민이 생성된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일흔 번씩 일곱 번 용서하라.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셋째, 인(仁)이다. 너그러움은 한국인의 이념이다. 인(仁)은 남을 사랑하고 어질게 행동하는 것이다. 인간이 짐승이 아닌 인간이 되는 이유다. 윤리적인 모든 덕의 기초고,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출발점이다. 인문주의의 시작이고 인간다움의 실천이다. 한국은 동방의 예의지국이다.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할 오륜이 있다.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상사는 상사답고 부하는 부하다워야 한다. 배우자는 배우자답고 친구는 친구다워야 한다. 예(禮)가 과도하면 허례허식이 되지만, 그 예가 사라지면 무례한 사회가 된다. 공자는 자신의 평생 가르침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극기복례(克己復禮), 자기를 극복하고 예의범절을 따른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 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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