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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몸값’ 사기 늘어난다

온라인 ‘몸값’ 사기 늘어난다

인터넷 사용이 증가하면서 유럽 각지에서 ‘성적 갈취’ 범죄도 늘고 있다.
유럽 각지에서 이른바 ‘성적 갈취(sextortion)’ 사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문가와 경찰이 경종을 울린다. 공갈범이 피해자를 꼬드겨 옷을 벗고 온라인 상에서 성적 행위를 하도록 한 다음 일정액의 돈을 주지 않으면 그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위협하는 수법이다.

가장 최근의 경보는 오스트리아 경찰이 발동했다. 피해신고 건수가 증가세에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피해자는 주로 젊은 남성이다.

사기는 대체로 낯선 매력적인 여성이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비디오 채팅을 제안하면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알몸인 채로 남성을 설득해 옷을 벗고 성행위를 하도록 한다. 그 뒤 일정액을 요구하며 돈을 주지 않으면 동영상을 온라인에 뿌리겠다고 위협한다.

오스트리아 범죄정보국 관계자 마리오 헤일은 “이런 유형의 범죄가 증가하는 원인은 필시 인터넷 사용의 급증에 있는 듯하다”며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포털, 앱, 파트너·데이팅 서비스, 그리고 웹 서비스가 더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유형의 범죄에 관한 통계는 아직 없다고 헤일이 알려줬다. 그런 범죄가 오스트리아 범죄통계상 별도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범죄가 현재 ‘높은 두 자리 수 대’에 있으며 해마다 계속 증가 추세라고 경찰은 추정한다.

통상적으로 피해자에게 수백 유로를 요구한다. 사기 행각을 벌이는 범죄자 대부분은 오스트리아 밖에서 활동한다. “다수의 경우 북아프리카 국가의 수신자에게 주로 송금업체 웨스턴 유니언을 통해 200~300유로 안팎을 송금하도록 한다”고 헤일이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한 20세 남성은 3월 초 3000유로를 보내지 않으면 사적인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을 받았다. 그는 응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

오스트리아 경찰에 따르면 이 같은 형태의 사이버 범죄가 유럽 전역에서 증가세에 있다. 이는 웨인 메이에겐 아주 익숙한 문제다. 그는 영국 웹사이트이자 상호지원 모임 ‘스캠 서바이버스(Scam Survivors)’의 개설자다. 피해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공갈범을 추적하려는 취지의 단체다.

그의 웹사이트에 연락을 취하는 영국 사람 수가 “폭증했다”고 메이는 말한다. 지난 3년 사이 총 5000건가량을 취급했다고 한다. 피해자에게 조언과 지원 제공 목적으로 만들어진 웹페이지들의 조회수가 지난 3년 사이 180만 건에 달했다. 웹사이트 내 도움을 신청하는 온라인 양식 기입자 수는 3년 전 하루 3명에서 올해에는 25~30명으로 불어났다.

이 같은 현상이 성적 갈취 사기의 증가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웹사이트가 널리 알려져 찾기가 쉬워져서인지 메이는 잘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범죄의 피해자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 같은 온라인 범죄의 표적이 된 피해자가 죽고 싶다고 우리에게 털어놓는 일이 보통 한 주에 여러 건”이라고 그가 말했다. 2013년 스코틀랜드의 십대 소년 대니얼 페리가 포트 로드 다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십대 소녀라고 믿었던 사람과의 스카이프(인터넷 전화) 대화가 훗날 사기로 밝혀진 뒤였다.

메이의 경험에 따르면 보통 공갈범은 여성이 옷을 벗는 불법 동영상을 입수해 십대 후반의 소년들에게 보여주며 그런 만남이 진짜라고 믿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에게 옷을 벗고 자위를 하도록 꼬드긴다. 그 뒤 일정액을 요구하는 온라인 메시지를 보낸다. 잔뜩 겁을 주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공갈범은 ‘너를 파멸시키겠다. 온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위협할 것”이라고 메이는 추측한다.

통상적으로 그들의 요구액은 50~5000파운드에 달할 수 있다. 범죄조직 특히 코트디부아르 갱들이 훨씬 더 큰 액수를 요구한 경우도 목격했다고 메이가 말했다. 또한 공갈범 대다수가 주로 필리핀이나 모로코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원이며 하루에 30~40명을 노린다고 한다.

모델 에이전시를 사칭하는 수법도 많이 쓰인다고 메이는 말한다. 어린 십대 소녀가 표적이다. 소녀들에게 스카이프를 통해 오디션에 참가하라고 권한다. 옷을 입고 벗는 동작이 자연스러운지 보여달라고 한다. 그 뒤 더 많은 동영상이나 돈을 요구한다.

성적 갈취 범죄의 이면에 더 광범위한 사이버 범죄 추세가 있다. 유로폴 같은 사법기관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몸값(ransom)’ 관련 범죄 트렌드다. 널리 확인된 이 같은 범죄는 피해자가 무심코 ‘랜섬웨어(ransomware)’를 내려 받으면서 시작된다. 랜섬웨어는 개인의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바이러스 역할을 한다. 피해자가 자신의 어떤 파일이나 사진도 열어볼 수 없도록 사실상 차단한다. 그 뒤 데이터 암호 해독 프로그램을 줄 테니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성적 갈취 범죄는 때로는 피해자에게 알려진 아마추어들의 연합 또는 더 고도의 범죄조직이 저지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브라이언 호난은 말한다. 그는 정보보안 분야 전문가로 유로폴의 인터넷 보안 관련 특별 고문이다. 범죄자가 개인의 컴퓨터에 침입한 다음 그들의 웹캠을 원격 조정해 침실에서 옷을 벗은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이미 피해자를 알 만한 아마추어 범죄자가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온라인 몸값 사기는 아주 단순했다고 보안 전문가인 앨런 우드워드 교수는 말한다. “사법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가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통보하는 초보적인 메시지를 컴퓨터 화면에 띄우는 식”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러다가 피해자가 어디 있는지 공갈범이 감지하면서 진짜처럼 보이도록 수법이 더 고도화됐다. 요즘엔 말려드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난다.”

“갖가지 온라인 공갈협박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드워드 교수가 말을 잇는다. “갈수록 많은 사람이 자신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관계를 쌓고 있다. 때로는 아주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느닷없이 공갈 협박을 당한다. 사람은 모두가 천성적으로 다른 사람을 잘 믿는다.”

또한 이런 문제가 성범죄이기 때문에 신고율이 극히 저조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피해자가 문제를 덮어버리려고 돈을 건네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범죄자는 비트코인, 다크월렛 또는 다크코인 같은 가상통화를 갈수록 많이 사용한다. 가상통화는 온라인 현금 기능을 하며 사실상 당국이 추적 불가능하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문제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드워드 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공갈범의 문제는 순순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더지 잡기 게임과 같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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