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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도 뾰족한 수 없어!’

‘미국 가도 뾰족한 수 없어!’

중국인의 미국 망명 신청은 줄고 망명 승인율은 높아진다. / I22.COM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미국에서 한 가지 예상치 못했던 효과가 나타났다. 중국인의 미국 망명 신청 건수가 줄었다. 오래 전부터 미국에서 망명 신청·승인 건수가 가장 많은 집단이 중국인이었다. 그러나 근년 들어 그 수가 크게 줄었다. 분석가들은 중국인의 생활수준 향상이 그런 추세에 기여한다고 판단한다.

최근 발표된 미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인의 망명 신청은 4773건이었다. 2012년 9833건에서 약 50%가 줄었다.

그렇다고 망명을 승인 받는 중국인이 크게 줄어든 건 결코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망명을 승인 받은 외국인의 약 3분의 1이 중국인이었다. 1990년대 말부터 중국인 망명자는 다른 모든 나라의 망명자보다 줄곧 많았다. 그런 추세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뉴욕대학 로스쿨 산하 이민정책연구소의 무자파르 치슈티 소장은 “중국인의 망명 신청에 대한 승인 비율은 아주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 비해 망명 신청 건수는 최근 들어 크게 줄었다.

중국인 이민자는 종교적·정치적 박해를 근거로 망명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푸룬궁 같은 단체를 탄압한다는 게 그런 근거가 될 수 있다. 1996년 미국 정부가 중국의 한 자녀 정책에 의해 강제 불임술이나 낙태에 직면한 중국인에게로 망명 범위를 확장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 중국인 망명 신청이 크게 늘었다. 그런 위험에 처한 임신부만이 아니라 그들의 자녀와 배우자에게까지 보호 범위가 확장됐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중국인의 망명 신청이 불법 이민의 흐름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 헌터칼리지의 피터 퀑 도시학 교수(중국인 이민 문제 전문가)는 “많은 중국인이 망명을 신청하는 이유는 불법 체류자로서 계속 미국에 머무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망명 신청이 줄고 망명 승인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망명하려는 근거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신청이 적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분석가들은 그런 추세가 중국인 불법 이민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중국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이 예전처럼 그리 매력적이지 않게 됐다. 특히 밀입국 알선조직에 의존해온 미숙련 근로자의 경우가 그렇다. 피터 퀑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서서히 나아지고 있고 중국 남부 저장성의 후저우와 원저우 등 특히 미국으로 가는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서 경제적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인 이민자의 주를 이루는 불법 이민자가 줄어든 것 같다.”

뉴욕대학의 치슈티 소장도 중국인의 미국 이주에 드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예전엔 중국에서 비숙련 근로자의 생활수준과 그들이 미국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수준이 큰 차이가 나서 어떻게 해서든 미국에 가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 집을 구입하고 자녀 교육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게 사는 게 중국에서보다 미국에서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은 2013년 한 자녀 정책을 완화했다. 부모 중 한 명이 독자일 경우 두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중국의 생활수준 향상과 그런 정책 수정으로 중국인 가정의 어려움이 상당히 줄었다.

또 이전에는 망명이 미국 영주권을 얻는 최후의 수단이었지만 최근의 미국 비자 관련법 수정으로 중국인 이민자는 다른 수단도 생겼다. 피터 퀑 교수는 “과거엔 불법으로 미국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5~6년 동안 미국 비자 얻기가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비자 관련 법 수정으로 이제 중국인은 단일 방문 비자 기간보다 더 오래 불법 체류하지 않고 미국에 단기간 있다가 돌아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다. 그 예로 중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이민 비자 건수가 지난 10년 동안 급증했다. 2005년 미 국무부가 중국인에게 내준 방문 비자는 32만5955건이었지만 2013년엔 146만7558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민 전문 변호사로 중국인 고객이 많은 마거릿 웡은 망명 신청의 경우 법적으로 어중간한 지위에 처할 경우가 많아 차라리 임시 체류 비자를 받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망명을 신청할 경우 법원에서 처리가 지연되면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신청이 승인될지 거부될지도 확실치 않다. 웡 변호사는 “그동안 신청자는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상태로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미 국무부는 사업과 관광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려는 중국인에게 10년 복수 비자를, 중국인 유학생에게는 5년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라 임시 체류 중국인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웡 변호사는 “중국인이 그 발표를 듣고는 ‘이젠 망명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인의 망명 신청 건수가 감소한 것은 대부분 뉴욕에서 나타난 현상에 기인한다. 2012년 뉴욕시가 접수한 중국인 망명 신청은 약 7000건이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13년 그 수는 4300건으로 줄었다.

뉴욕대학의 치슈티 소장은 2012년 뉴욕에서 망명 사기를 집중 단속한 것을 신청 건수 감소의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미국 당국은 ‘소설 작가 작전(Operation Fiction Writer)’으로 명명한 그 단속에서 변호사, 법무사, 성직자 등 26명을 중국 이민자의 망명 신청을 날조한 혐의로 기소했다. 치슈티 소장은 “그로 인해 망명 신청서를 대량으로 꾸며내던 관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터 퀑 교수는 그 때문에 중국인의 망명 신청 건수가 줄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는 “그건 도박장이나 매음굴을 단속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단속 받지 않은 업소가 아직 수백 곳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뉴욕이 근로계층 중국인 이민자의 주된 목적지였기 때문에 중국인 이민 패턴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뉴욕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고 그는 덧붙였다.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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