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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의 CAR TALK - 헤드램프의 진화… 할로겐에서 제논을 넘어 ...LED와 레이저까지

김태진 기자의 CAR TALK - 헤드램프의 진화… 할로겐에서 제논을 넘어 ...LED와 레이저까지

자동차 헤드램프 기술의 진보는 놀랍다. 요즘 고급차에 주로 쓰이는 LED 로우빔(왼쪽). 400m 전방을 비추는 LED 하이빔(가운데). 600m 앞을 훤히 비추는 레이저 라이트 하이빔(오른쪽).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매우 짧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길어야 7초다. 그렇다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위는 어디일까. 바로 눈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첫인상은 디자인이다. 특히 앞모습에서 결정이 난다. 마찬가지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헤드램프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헤드램프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물론 헤드램프가 디자인적으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헤드램프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대표적인 능동적 안전장치다. 헤드램프가 없다면 야간 운전은 불가능하다. 반사판을 박아 넣은 중앙선도, 형광 도료를 발라놓은 표지판도 헤드램프 불빛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심지어 주간에도 헤드램프를 켜고 주행하면 교통사고가 20% 가까이 감소한다는 통계도 있다. 낮이라도 전조등을 켜면 주변 운전자나 보행자의 눈에 더 잘 띄기 때문이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에서는 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켜는 것을 의무화한다. 이런 까닭에 유럽연합에서는 헤드램프 곁가지에 달리는 눈썹 모양의 주간 주행등(Daytime Running Light, DRL) 장착이 의무로 돼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7월부터 주간 주행등을 의무화한다. 참고로 이 법은 LED 라이트에 아주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주간 주행등은 자동차의 시인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이런 특성상 직진성이 강해 눈에 잘 띄고, 수명이 반영구적인 LED가 제격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LED 주간 주행등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벌써 주식시장에서는 LED 관련 업체의 주가가 들썩인다.
 ‘ 백색광’제논은 1991년 BMW 7시리즈에 첫 적용
1 _2007년 세계 첫 LED 조명을 단 렉서스 LS600h의 헤드램프. / 2 _2014년 미국 CES에서 선보인 아우디의 ‘레이저 라이트’. / 3 _디자이너의 창의력을 마음 껏 발산한 인피니티 Q50의 LED 헤드램프. / 4_BMW의 전기차 i8에 달린 레이저 라이트.
헤드램프의 역사는 자동차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최초의 헤드램프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세상에 막 선보일 무렵인 1880년에 등장했다. 초기에는 호롱불과 같이 기름을 연료로 쓰는 형태였다. 곧 탄화칼슘과 물을 연료로 쓰는 아세틸렌 램프가 대중화됐다. 아세틸렌 램프는 강한 빛을 내면서도 비바람에 강해 초창기 자동차 헤드램프로 제격이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자동차 대중화라는 모터리제이션에 불을 지핀 대량생산 자동차인 포드의 모델 T가 발표됐다. 자동차가 누구나 살 수 있는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헤드램프 역시 급속도로 발전한다. 캐딜락은 1912년부터 전기식 헤드램프와 시동장치를 달았다. 현대적 개념의 전기장치(Electrical system)가 자동차에 처음 달린 것이다.

지금까지 널리 쓰이는 할로겐 램프는 1962년 등장했다. 과학 원리로 따지자면 필라멘트를 가열해 빛을 얻는 토마스 에디슨 발명의 백열전구와 다를 바 없다. 성능이 꾸준히 개선되면서 5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할로겐의 단점은 분명하다. 에너지의 대부분이 빛 대신 열로 날아가 버리는 등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때 차세대 광원이라 불린 고압방전(High- Intensity Discharge, 이하 HID) 램프는 주로 고급차를 중심으로 보급됐다. 1991년 BMW 7시리즈에 처음으로 쓰였다. 유리관 안에 제논 가스를 채워 넣기 때문에 제논램프라고도 불린다. HID 램프의 원리는 형광등과 같다. 유리관 양끝에 전극이 달려있다. 여기에 고압 전류가 흐르면 제논 가스가 찬 유리관 안에서 플라즈마가 발생한다.

HID 램프는 자동차에 쓰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우선 필라멘트가 없어 수명이 길다. 할로겐 램프보다 4~5배 길어 보통 3000시간을 쓸 수 있다. 효율도 매우 높다. 할로겐 램프가 1와트당 20~25루멘 정도의 빛을 내는데, HID 램프는 와트당 80루멘의 빛을 낸다. 할로겐 램프 절반의 소비전력으로 두 배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또 태양 빛에 가까운 백색광을 낸다는 것도 장점이다. 자연스러운 백색광은 눈의 피로를 줄이고, 시인성을 높인다.

최근에는 HID램프를 넘어서 LED(Light Emitting Diode)램프를 채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LED는 이름 그대로 ‘다이오드’다. 전류를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반도체다. 1960년대 중반부터 상용화된 LED는 초기에는 밝기가 0.01루멘 수준으로 형편없었다. 대신 수명이 반영구적인데다가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한다는 게 매력이었다. 아주 작고 얇게 만들 수 있어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 패널에 주로 쓰였다.

주목할 부분은 LED가 반도체의 일종이라 기술의 진보가 빠르다는 점이다. IT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 가운데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있다. “반도체의 성능은 2년마다 두 배씩 높아진다”라는 고든 무어의 말이다. LED 기술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부터 대략 36개월에 두 배씩 발전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과학자 롤란드 하이츠는 “10년마다 LED 값은 10배씩 하락하고 성능은 20배씩 높아진다”라는 하이츠의 법칙(Haitz’slaw)를 발표하기도 했다.

처음 LED 헤드램프의 효율은 와트당 18루멘 정도였다. LED를 처음 도입한 아우디의 컨셉트카 ‘파이크스 피크(Pikes Peak)’가 나온 2003년만 해도 그랬다. 당시 LED는 할로겐 램프보다도 효율이 낮았으니 자동차 램프로 사용하기엔 무리였다.
 LED헤드램프, 디자이너에게 인기있고 절전효과
기술의 진보는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자동차 헤드램프용 LED는 2007년 초에 이미 와트당 80루멘을 달성해 HID의 효율에 다가섰다. 현재는 와트 당 100루멘 이상을 내 HID의 성능을 가볍게 넘어섰다. 200m 전방을 대낮처럼 환하게 비출 수 있다.

LED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면적에서 빛을 뿜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할로겐이나 HID는 하나의 광원에서 매우 밝은 빛을 낸다. 그 빛을 구석구석 전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형상의 반사판과 렌즈가 필요하다. 하지만 LED는 기판의 구성만 바꿔주면 광원을 다양한 형태로 배치할 수 있다. 여러 개의 광원에서 도로 곳곳을 비출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야간 시야가 훨씬 좋아진다. 게다가 LED의 수명은 무려 2만5000∼10만 시간에 달한다. 매일 8시간씩 사용해도 10년 이상을 쓸 수 있으니 그야말로 반영구적이다.

LED 보급의 발목을 잡았던 효율 문제가 해결됐고 반영구적이니 자동차 업계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고급차를 중심으로 LED 헤드램프는 상종가를 친다. LED는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특히 인기다. 다양한 모습으로 배치할 수 있는 손톱만한 LED 라이트 유닛은 헤드램프 디자인의 자유도를 높여준다. 자동차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헤드램프를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으니 디자이너에게 LED 헤드램프는 요즘 필수 요소가 됐다. 수명 걱정도 필요 없고 빛을 디자인의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그렇다면 LED의 실질적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LED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단 차는 전조등과 후미등에 할로겐 램프를 쓰는 일반적인 차와 비교할 때 소비전력이 30%에 불과하다. 발전기(알터네이터)에 걸리는 부담이 그만큼 준다. 산술적으로 100km를 주행할 때 0.2L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g 줄일 수 있다. 이는 정차 시 자동으로 시동을 꺼주는 ‘스톱&고(Stop and Go)’ 시스템과 브레이크를 밟을 때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생 시켜주는 장치를 모두 달았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와 같다. 조명만 바꿔서 얻을 수 있는 결과로는 상당히 매력적인 수치다.

세계 최초로 LED 헤드램프를 단 양산차는 2007년 출시된 렉서스 LS600h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친환경 이미지를 쌓고자 하는 도요타와 친환경 LED 헤드램프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소모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인데다 시야가 넓어졌다. 하지만 당시 LED 램프의 광량 부족으로 상향등에는 기존의 HID 램프를 달았다. 개선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상향등과 하향등에 모두 LED를 쓴 최초의 양산차는 2008년 나온 아우디의 스포츠카 R8 V10이다. 와트 당 100루멘의 빛을 내 효율 면에서도 손색이 없었다. 2010년 출시된 아우디의 기함 A8 역시 완전한 LED 헤드램프를 썼다.

A8은 부분변경(페이스 리프트)을 거치면서 ‘매트릭스 LED’로 헤드램프를 바꿔 달았다. 매트릭스 LED는 좌우 각각 25개로 이뤄진 LED가 주위 상황에 따라 밝기와 초점을 조절하는 인공지능형 첨단 램프다. 아우디는 빛을 디자인과 안전을 위한 요소로 쓰는 데 가장 적극적인 업체다. 최근에는 오로지 조명만 전담하는 15명의 연구원과 120m의 라이트 터널을 갖춘 조명 전용 연구센터를 만들었다. 현재는 LED를 넘어선 차세대 조명인 레이저 라이트를 주로 연구한다는 풍문이다.
 레이저는 무려 600m 전방 비춰
2014년 여름 아우디가 선보인 레이저 스팟 라이트는 LED보다 훨씬 작으면서 3배나 강력하다. 직경 0.01mm의 4개의 레이저 다이오드가 파랑 레이저 빛을 내뿜는다. 강력한 파랑 빛은 크리스털을 통과하면서 흰색 빛으로 변한다. 레이저 라이트는 무려 600m 앞을 비출 수 있다. 문제는 집중도다. 현재 레이저 기술은 집중적으로 한 곳만 비추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넓은 부위까지 비출 수 있는 매트릭스 LED와 함께 쓰인다.

아우디는 2014년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레이저 라이트를 단 ‘스포츠콰트로 레이저 라이트 컨셉트’를 발표하며 레이저 라이트의 상용화가 준비됐음을 알렸다. 그에 앞서 아우디는 24시간 경주로 유명한 르망에서 레이싱카에 레이저 라이트를 달아 성능을 시험했다. BMW는 아우디에 질세라 전기 스포츠카인 i8에 레이저 라이트를 달았다. 사실상 i8이 세계 최초로 레이저 라이트를 단 양산차가 된 셈이다.

조명 기술은 이 순간에도 빠르게 발전한다. 2018년경이면 할로겐 램프보다 8배 이상 효율 높은 LED 헤드램프가 대중차에 달릴 만큼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최근에는 OLED를 조명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다. OLED 조명은 매우 얇게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차체 페인트 형태로 직접 빛을 낼 수도 있다. 이런 조명의 진보는 상상하지도 못한 전혀 새로운 디자인의 자동차를 만나게 하는 마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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