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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고성능차 확산 이유는 - 고수익 브랜드 신뢰 기술력 과시

자동차 업계 고성능차 확산 이유는 - 고수익 브랜드 신뢰 기술력 과시

재규어·랜드로버의 고성능차 신규 사업인 SVO가 4월 1일 한국에 진출했다. / 사진: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요즘 자동차는 운송수단 기능에서 소품으로 변모한다.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는 도구로 영역이 확대된다. 이런 추세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새로운 수익성 발굴을 위해 다양한 모델을 개발한다. 대표적인 게 나를 뽐낼 수 있는 ‘고성능차’다. 우렁찬 엔진 소리뿐 아니라 외관을 폼나게 튜닝해 길거리의 시선을 모은다. 자동차 업체에 고성능차가 매력인 것은 양산차의 두배가 넘는 수익률이다. 5000만원짜리 양산차를 한 대 팔면 통상 영업이익률은 10∼15% 정도다. 이 차에 500마력 이상 내도록 엔진을 튜닝하고 하체를 단단하게 보강한 뒤 살짝 외관을 화장(드레스-업)하면 고성능차로 변신한다. 이미 개발된 차를 튜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비는 적게 든다. 대신 차량 가격은 훌쩍 1억원에 육박한다. 통상 이익률이 20%를 넘어선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는 입맛 당기는 메뉴다.
 양산차 이익률의 두 배 수준
존 에드워드 SVO 총괄사장. / 사진: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4월 1일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서 고성능 차 신규 사업인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Special Vehicle Operations, 이하 SVO)’ 을 공개했다. SVO는 고성능 차뿐 아니라 개별 주문형 차량의 개발과 제작부터 헤리티지 모델(클래식카)의 복원이 주 사업군이다. 특별한 고객을 위한 맞춤 제작이 기본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2000만 파운드(약 329억4800만원)를 투자, 영국 코벤트리 본사 인근인 옥스포드 로드에 기술센터를 설립했다. 2만m²의 규모로 포뮬러1(F1) 레이싱에서 영감을 얻은 워크숍과 전문 페인트 스튜디오를 갖췄다. SVO 사업 부문은 내년까지 10억 파운드(1조 6265억여원) 매출이 목표다. 한국 진출을 위해 방한한 존 에드워드 SVO 총괄 사장은 “SVO는 재규어·랜드로버의 신성장 동력”이라며 “고성능차 시장은 점점 커스터마이징(개인화) 모델의 요구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괄목한 성장을 보인 수입차 시장을 넘어서 이제는 전 세계 주요 메이커가 고성능차 시장 성장에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소개된 재규어 F-TYPE의 고성능 버전인 ‘프로젝트 7’은 SVO의 첫 고성능 스포츠카다. 전설적인 레이싱카인 ‘D-Type’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인승 로드스터다. 전 세계 250대 한정 수제작으로 생산된다. 한국에는 7대가 배정됐다. 심장은 575마력을 내는 V8 수퍼차저 엔진을 달았다. 최고 시속은 300km/h에 달한다. 가격은 2억원대 후반이다.

SUV를 스포츠카 반열에 끌어올린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도 소개됐다. 향후 재규어 랜드로버 고성능 모델에 붙여질 SVR 배지를 단 첫 번째 모델이다. 기존 레인지로버 스포츠 차체에 강성을 보강하고 브레이크와 댐퍼 등을 손을 봤다. 외관은 큰 차이가 없지만 고성능 스포츠카 같은 운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5.0L 수퍼차저 V8 엔진을 달아 무려 550마력의 출력을 낸다. 4.7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해 일반 도로에서 스포츠카와 한 판 승부를 할 정도다. 한국에서 재규어·랜드로버는 10년 전인 2005년만 해도 연간 1000대도 못 팔았다. 최근 5년간 연 평균 40% 이상 성장해 지난해 6664대를 팔았다.

별도의 고성능차를 만들지 않던 현대자동차도 드디어 올해 이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고성능 버전 ‘N’이다. 재규어·랜드로버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로서 엄청난 도전이다. N은 남양연구소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가리킨다. 세계 10대 자동차 업체 가운데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도전은 늦은 편이다. i30, 벨로스터,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 후속 등이 N 모델의 후보다. 서서히 ‘N’의 윤곽이 잡혀 간다.

이처럼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고성능차 시장에 발을 내딛는 이유는 눈 앞에 보이는 높은 수익성 이외에도 다양한 요구가 있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차별화한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고성능차는 단순히 엔진 출력을 500마력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성능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 인지도나 전통, 신기술 개발 능력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만들 수 있다. 모양과 성능 수치만 맞춘다고 고성능차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대중차를 만드는 양산 브랜드들이 고성능차를 섣불리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전통과 기술력이 확보된 프리미엄 브랜드도 독자적인 고성능차를 내놓는데 신중하다. 기술개발과 마케팅에 들어갈 투자 여유도 있어야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성능차로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BMW M, 아우디 S/RS, 재규어 R/R-S, 캐딜락 V, 렉서스 F 등이다. 이처럼 프리미엄 브랜드는 예외없이 고성능차를 운용한다. 모두 양산 모델의 성능을 한 단계 향상시켜 만든다. 개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겉모습이 양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고성능차는 스포츠카와는 다른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한다.

대중차 브랜드도 속속 고성능차 시장에 도전한다. 폴크스바겐 R, 혼다 타입R, 도요타 TRD, 닛산 니스모, 포드 SHO, 크라이슬러 SRT가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광범위한 고성능차 모델을 내놓는 것과 달리 대중 브랜드는 모델이 한정적이다. 성능도 엔진 출력 향상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름대로 개성과 성능의 차별성을 내세워 매니어 수요층을 흡수한다.
 현대차는 BMW M의 고성능차 개발자 영입
현대차가 N을 선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대중차라는 인식을 벗어나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고,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려는 게 첫 번째 목적이다. 2000년대 중반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까지 고민했다가 포기한 현대차에 고성능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대차는 올해 초 BMW M의 고성능차 개발 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BMW M을 벤치마킹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비어만은 1983년 BMW에 입사했다. 최근 7년 동안 BMW M 연구소장직을 맡는 등 30년간 고성능차 개발에 매진한 전문가다. 일부 매니어 사이에서는 벌써 N이라는 이름이 M과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고성능 모델은 500마력 대 제네시스 N, 400마력 대 제네시스 쿠페 후속, 300마력 대 i30와 벨로스터가 유력하다. 현대차의 고성능차 사업은 다소 늦은감이 없지 않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즐비한 고성능차 시장에서 N의 존재감을 단기간에 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후발주자로 벤치마킹을 하는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다져 놓은 성숙한 시장을 쫓아가는 유리한 점도 있다. 서두르면 금물이다. 단기 실적에 쫓겨 무리한 마케팅을 하거나 기술에 문제가 생길 경우 브랜드 전체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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