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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저가 하늘 경쟁’

치열한 ‘저가 하늘 경쟁’

유럽의 국적항공사는 라이언에어와 이지젯 같은 저가항공사로부터 시장을 방어하려고 자체 저가항공사를 설립한다
지난 3월 24일 프랑스 알프스에 추락한 여객기 4U9525편을 운항한 저먼윙스는 유럽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항공사다. 그러나 루프트한자그룹이 소유한 이 항공사는 유럽의 항공업계의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적항공사가 승승장구하는 저가항공사(유럽 시장 점유율 26%)와 경쟁하기 위해 단거리 노선에 자체 저가 항공사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항공산업 분석가 헨리 하르테벨트는 “유럽의 국적항공사들이 라이언에어와 이지젯 같은 저가항공사로부터 시장점유율과 수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며 “그들은 주요 허브와 관문도시 외부의 단일 노선에서 자체 저가항공사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다른 예는 유럽내 여행객에 초점을 맞춘 에어프랑스의 호프!와 KLM의 트랜사비아다. 그러나 비슷한 전략을 시도하는 미국 항공사와 유럽 항공사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의 델타가 2003년 설립한 송(Song)은 2006년에, 유나이티드가 2004년 설립한 테드는 2009년 문을 닫았다.

운영리스크 관리 제공업체 아이젯 인터내셔널의 교통 분석가 막스웰 라이트슈는 “유럽 항공사의 경우 자회사를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의 저가항공사를 매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에 비해 미국의 항공사는 자체 저가항공사를 설립했지만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쾰른에 본사를 둔 저먼윙스가 그런 예다. 독일의 지방 항공사 유로윙스의 자회사로 2002년 설립됐고, 2009년 루프트한자가 인수했다. 2013년엔 탑승객 1600만 명 이상을 실어날랐다. 루프트한자는 유로윙스를 루프트한자 지선항공사로 활용했고 저먼윙스는 그에 속한 저가항공사였다. 그러다가 2012년 유로윙스 사업을 없었접고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지 않는 단기 노선 전부를 저먼윙스로 돌렸다.

유럽의 여러 다른 항공사도 비슷한 전략을 취한다고 라이트슈는 말했다. “예를 들어 이베리아는 부엘링을 인수했고, 알리탈리아는 볼라레를 사들였다.”

유럽의 저가항공사가 모회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미국과 다르다. 하르테벨트는 “미국과 달리 유럽에선 저가항공사가 운항 인증, 정책, 운항 매뉴얼 등을 자체적으로 가진 진정한 독립 항공사”라고 설명했다.

그런 독립성이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저먼윙스의 조종사나 승무원은 루프트한자 직원만큼 높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하르테벨트는 “물론 그런 점이 노사분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루프트한자가 조종사 파업으로 몸살을 앓는 게 그 증거다.

그러나 저가라고 해서 안전을 소홀히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럽의 모든 항공사는 똑같은 안전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독일 항공업계, 특히 루프트한자는 안전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항공사의 사고 통계를 집계하는 항공안전네트워크(ASN)에 따르면 저먼윙스도 이전엔 사고가 없었다. 실제로 지난 24일의 사고는 유럽 국적항공사가 운영하는 저가항공사 중 처음이다. 라이언에어와 이지젯 같은 주요 저가항공사도 안전 기록이 깨끗하다.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11월 저먼윙스 브랜드를 없애고 유로윙스를 재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저가항공 사업을 독일 밖으로 확장해 다른 지역의 저가항공사와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훌륭한 실적을 자랑하다가 이번에 대형 사고가 발생한 저먼윙스로서는 그 실행 시기가 늦어진 게 불운이다.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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