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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의 바둑경영 - 문제 푸는 3단계 ‘목표·대안·평가’

정수현의 바둑경영 - 문제 푸는 3단계 ‘목표·대안·평가’

하루도 ‘문제가 없는 날’은 없다. 미국의 사드 배치, 중국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안심전환대출, 국가채무 증가 등 기업이나 국가기관 같은 조직은 물론 개인들도 늘 문제 속에 휩싸여 지낸다. 바둑에서 고수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인생이나 경영에서도 문제를 잘 풀어가는 사람이 고수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심리학이나 교육 분야에서는 ‘문제 해결’을 연구한다. 경영 분야에서는 ‘의사결정’이란 말을 주로 사용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두루 쓰는 말은 ‘전략’이다. 이 세 가지는 같은 뜻은 아니지만 비슷한 면이 있다. 어떤 사안을 해결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래서 문제 해결 전략이나 전략적 의사결정과 같이 함께 쓰이는 경우도 있다.

이번 호에서는 문제해결과 관련된 주요 요인들에 대해 알아 보기로 한다. 개인의 삶과 사회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바둑을 통해 이것들은 알아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문제 없는 날은 없어
문제 해결이란 장애물을 극복하고 목표에 도달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국가의 채무가 늘어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나라가 빚더미에 앉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채무가 늘어나지 않도록 목표를 삼을 필요가 있다. 이 목표에 이르는 길을 찾는 것이 문제 해결이다. 의사결정은 몇 가지 대안 중에서 하나의 안을 결정하는 것이다. 국가 채무를 줄이는 방안으로, 생산성을 올려 빚을 갚는 방법과 지출을 줄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할 때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문제해결을 하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 두 가지는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략은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뜻한다. 이것도 비슷한데, 전략은 자원이나 환경의 요소들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목표에 이르는 길을 찾는다는 의미가 강하다.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가용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도록 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이 전략이다. 이렇게 보면 문제해결, 의사결정, 전략은 목표에 도달하는 대안을 찾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바둑에서는 ‘전략’이란 말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바둑을 두는 활동은 끊임없는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다. 한 판의 바둑을 통상 250수 정도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흑과 백이 각각 125번의 의사결정을 하는 셈이다.

[1도] 이런 장면에서 백1로 두어왔다고 하자. 여기서 흑은 어딘가를 선택해서 두어야 한다. 비어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에 흑은 어디든지 자유롭게 둘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문제해결을 하려면 의사결정 방법에 따라야 한다. 여기서 흑이 해야 할 일은 문제상황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야 전략적 목표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분석해 보면 백이 흑의 영토를 삭감하러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도] 백의 삭감에 흑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럴 때 하수들은 머릿속에 떠오른 수를 감각적으로 두어버린다. 또한 고수라고 해도 성질이 급한 사람은 빨리 결정을 한다. 그렇게 의사 결정을 하면 문제해결을 올바로 하기 어렵다. 여기서 흑은 자신이 택할 수 있는 대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흑2로 우변을 지키는 수는 하나의 대안이다. 백3으로 가볍게 달아나는 진행이 예상된다.

[3도] 흑의 다른 대안으로는 흑2로 위에서 압박하여 공격하는 수를 생각할 수 있다. 백3에 달아나면 흑4로 추격해 백을 위협한다.

이렇게 보면 이 상황에서는 흑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수비와 공격 두 가지임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고르면 된다. 이 의사결정은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두 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비교해서 유리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바둑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은 작업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첫째, 상황을 분석하여 목표를 정한다. 둘째, 목표에 이르는 대안을 찾는다. 셋째, 대안을 비교해 선악을 평가한다.

이 과정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목표·대안·평가 이 세 가지가 문제해결 또는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이 세 가지만 잘 처리하면 인생과 경영의 고수가 될 수 있으니 한 번 도전해 볼 만하다. 문제해결을 하려면 먼저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만 잘 세운다면 문제해결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사드 배치에 관한 문제의 목표만 명확하다면 배치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목표를 세우는 일이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요즘 결혼하지 않은 싱글족이 늘어나고 있어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싱글족 결혼시키기’로 목표를 잡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짊어질 어린 세대를 키운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린 아이 많이 낳기’를 목표로 세울 수도 있다.

문제해결의 두 번째 작업은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이다. 해결책으로 어떤 방법이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안만 찾으면 그 중에서 하나를 골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 매출 1000만원을 올리는 작은 규모의 식당에서 3개월 내에 1억원을 버는 것이 목표라고 하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할 것도 없이 1억원을 벌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현재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3개월에 7000만원을 더 벌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런 방법을 생각할 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방법이 있다. 이 식당의 경우라면 먼저 고객 수를 늘리는 방법이 떠오를 것이다. 손님이 많이 와야 수익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떠오르는 방법은 그 사람이 볼 때 가장 가능성이 큰 수단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한순간 떠올리는 수가 그 사람의 실력을 반영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렇게 떠오른 방안을 결행해 버린다. 특히 실력이 약한 사람들이 흔히 그렇게 한다. 고수지만 성질이 급한 사람도 여기에 해당한다. 예전에 일본에서 ‘괴물 슈코’ 또는 ‘이상 감각’으로 불린 후지사와 슈코 9단은 감각적으로 떠올린 수를 빨리 두어 실수한 적이 많았다. 달인의 영역에 도달한 성이니 감각적으로 둔다 해도 대부분 최선의 수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감각적 플레이는 실수를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해결을 할 때 이처럼 직감적으로 떠오른 수 외에 가능성 있는 방안을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해결의 마지막 단계는 대안을 평가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서는 대안을 평가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점심때 자장면을 먹는 것과 짬뽕을 먹는 것 중 어느 것이 좋은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경우 목표의 달성 정도나 리스크 등을 고려해 좀 더 바람직한 쪽을 선택하여야 한다.

정수현 - 1973년 프로기사에 입단한 후 1997년 프로 9단에 올랐다. 제 1기 프 로신왕전에서 우 승했다. 한 국프로기사회장, KBS 일요바둑·바둑왕전의 해설자를 역임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둑 읽는 CEO』 『반상의 파노라마』 『인생과 바둑』 등 30여 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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