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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날개 단 드라마 한류

미국에서 날개 단 드라마 한류

지난 2월 뉴욕에서 열린 제3회 연례 ‘드라마피버 어워즈’에선 관객 1000여 명이 모여 만원을 이뤘다.
지난 2월 5일 뉴욕에서 열린 제3회 연례 ‘드라마피버(DramaFever) 어워즈’에선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타임스 스퀘어에 자리 잡은 허드슨 극장에 관객 1000여 명이 모여 만원을 이뤘다. 급성장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드라마피버에서 접했던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과 배우들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무대 위의 거의 모든 움직임에 함성이 폭발했다. 배우의 이름만 언급해도, 또는 상징적인 장면의 아주 짤막한 대화 한 토막에도 관중석에서 비명 같은 환호성이 무대 위로 물결치듯 쏟아져 내렸다.

드라마피버는 불과 2~3년 사이 미국 내에서 아시아 동영상 콘텐트 최대 공급업체로 성장했다. 한국 드라마(일명 K 드라마)로 교두보를 구축한 뒤 텔레노벨라(중남미 TV 드라마), 아동 콘텐트, 다큐멘터리, 공포물과 대작 영화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12개국에 걸쳐 60개 안팎의 콘텐트 파트너들로부터 라이선스 공급 받은 영상물이다. 올 후반에는 한국의 몇몇 대표 엔터테인먼트 제작사와 합작으로 제작한 TV 시리즈물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한국의 양대 프로그램 제작사가 우리에게 베팅하고 있다.” 드라마피버 박석 공동 CEO가 IB타임스에 한 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말 주목된다.”

거의 모든 면에서 드라마피버는 인상적인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뷔페식 회원제 서비스 시대에 특정 전문 브랜드가 얼마나 클 수 있을까? 특히 세계의 넷플릭스(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와 아마존 같은 디지털 공룡들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런 대기업은 이용자가 원할 만한 온갖 동영상을 비슷한 가격대에 서비스하려 한다.

한국 콘텐트를 취급하는 업체는 드라마피버 외에도 여럿 있지만 그중 가장 규모가 크다. 미국에서 태어난 박승, 박석 두 CEO는 밑바닥부터 콘텐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에 닿는 대로 무엇이든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고 박석 CEO가 말했다. 지금은 소장 콘텐트가 1만5000편을 웃돈다. 최신의, 그리고 주류 콘텐트뿐 아니라 클래식을 모두 망라한다.
 독보적인 공급망
박석 CEO는 “시청자가 ‘더 깊이 파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드라마피버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특정 장르를 선택해 체계화하는 데 정말 능하다”고 알디오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브이디오 부장으로 일했던 밈TV 이언 애런 CEO가 말했다. 브이디오는 미국 내 한국 드라마 공급 서비스 사업에 발을 담갔다가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롱테일(다종 소량의 틈새 시장)을 겨냥해 그것을 중심으로 전문 사이트를 구축하면 많은 기회가 있다. 일종의 큰 틈새이며 그리 잘 체계화되지 않은 시장이다.”

체계화 그리고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이다. 미국 드라마는 단일 출연진으로 몇 년 또는 심지어 수십 년간 방영될 수 있다. 그와 달리 한국 드라마는 자기완결적인 특성을 지닌다. 16~24편으로 이뤄지는 각 시즌마다 독립성을 갖는다. 그리고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거의 반복되지 않는다.

이는 드라마피버의 급증하는 이용자에게 어떤 프로그램과 배우가 가장 인기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드라마피버에 그만큼 예리한 감각이 있음은 통계에서 잘 나타난다. 매달 그들의 콘텐트를 소비하는 열람자가 2000만 명을 웃돈다고 드라마피버는 전한다. 유료 가입자 층이 지난 3년간 매년 두 배로 불어났다(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물리치기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아이튠즈, 넷플릭스, 훌루 등 드라마피버의 잠재적인 경쟁자들도 그들에게서 K드라마를 라이선스 공급받는다. 드라마피버의 마케팅 책임자 예일 왕에 따르면 800종의 전체 컬렉션 중에서 시리즈물 ‘200여’ 편을 훌루에 라이선스 공급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20~30’편의 시리즈를 선정해 독자적으로 편성한다.

“우리 콘텐트의 하위 항목들이 그런 플랫폼에 공급되는 게 크게 도움이 된다”고 박석 CEO가 말했다. “이 콘텐트가 더 널리 보급될수록 장르 전체에 유익하다.”

넷플릭스나 훌루에 올라 있는 작품을 모두 섭렵한 시청자가 찾을 만한 콘텐트가 드라마피버에 훨씬 더 많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시청자가 ‘더 깊이 파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드라마피버를 찾을 수 있다”고 박석 CEO가 말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그와 같은 몰아보기가 일반적인 듯하다. 드라마피버가 실시한 한 조사에선 이용자들이 매달 드라마피버의 콘텐트 시청에 소비한 시간이 넷플릭스의 일반 콘텐트를 시청한 시간보다 5배 가까이 더 많았다.

“나는 케이블 서비스를 끊었다”고 도이체 방크의 피에라 아큐마노 부사장이 말했다. 지난 2월 드라마피버 어워즈에서 VIP 석을 예약한 중년의 백인 여성이다. 드라마 피버의 주요 표적 이용자층은 아니다 싶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동떨어진 그룹도 아니다. 드라마피버 이용자 중 40%가 백인이다. 라틴계가 30%, 아프리카계가 15%다.

아큐마노 뷰사장은 드라마의 문화적 가치가 시칠리아에서 성장하던 시절의 문화와 같은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에서 K드라마에 공감한다는 설명이다. “가족과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이 아주 비슷하다”고 그녀가 평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녀는 K드라마에 깊이 빠져 있다. “한 편마다 3~4번씩 반복해 본다.”

그런 면에서 아큐마노 부사장은 드라마피버의 표적 이용자층에 상당히 가깝다. 몇몇 시청자는 최신 방영분을 목 빠지게 기다린다. 언어 장벽도 그들을 막지 못할 정도다. “어젯밤 자막 없이 한 편을 시청했다”고 드라마피버 어워즈에 참석한 캐린 게이츠가 털어놓았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다는 게이츠는 몇 마디 한국말은 익혔지만 유창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폭넓은 이용자층
하지만 한국 드라마 팬으로 돌아선 건 분명하다. “더는 미국 TV를 볼 수 없게 됐다”고 게이츠가 말했다. 대다수 한국 프로그램의 정서와 에너지가 미국 드라마 취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K드라마로 연결되는 통로는 많다. 어워즈 관람객 중에는 한국계 미국인 친구를 통해 K드라마를 접하게 된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이 가장 보편적인 경로는 아니었다. 공포영화를 좇다가 빠져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국 대중음악 덕분에 K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사람도 있었다. 이른바 K팝도 미국에서 뜨는 중이다. 또 한편으론 일본 드라마를 거쳐 팬이 된 사람도 있었다. 일본 드라마는 스타일 측면에서 하나의 형식으로 K드라마의 영감 역할을 한다.

드라마피버는 한국 콘텐트 제작사들과 함께 개발해온 독자 시리즈물 다수를 올 후반에 선보인다. 그때 K드라마 인기의 토대 위에서 그것을 독자 브랜드와 엮어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팬들이 선호하는 기존 콘텐트를 접어두고 언제 또는 어떻게 독자 콘텐트를 제공하느냐의 선택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미래에 확신을 갖고 있다.

“현재로선 어디에 큰 베팅을 할지 감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고 박석 CEO가 말했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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