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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에크발 H&M 한국지사장 - 헌 옷으로 ‘의식 있는’ 새 옷 만든다

필립 에크발 H&M 한국지사장 - 헌 옷으로 ‘의식 있는’ 새 옷 만든다

사진:오상민 기자
글로벌 패션기업 H&M 매장에 들어서면 흰색 의류 수거함을 볼 수 있다. 입던 헌 옷을 수거함에 넣으면 할인쿠폰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 3550여 개 매장을 거느린 H&M 매장에서는 2013년부터 의류 수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거된 옷감은 총 1만3000t. 티셔츠 6500만장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H&M은 수거된 의류를 섬유로 만들어 다시 제품에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옷을 ‘컨셔스(Conscious·의식 있는)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인다. 의류 수거함에 버려진 옷감이 최신 유행에 맞는 청바지와 파티용 드레스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H&M의 ‘의식 있는’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인증 유기농 면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으로 선정된 H&M은 2020년까지 모든 면제품에 유기농, 재생면, 베터코튼 등 지속가능한 면 재료만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생산 과정에 필요한 전기의 27%는 재생 에너지원에서 얻고, 탄소 배출량을 14%까지 감소시켰다. 청바지를 워싱할 때 드는 물 사용량을 50%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새 옷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60도의 물에서 세탁하는 대신 30도의 물로 세탁하면 에너지 사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이 기업의 주요 임무다.
 속도보다 지속가능성 추구
제품 기획부터 생산·유통까지 도맡아 판매하는 SPA브랜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패스트 패션’이다. 효율적인 생산 공정 덕분에 최신 트렌드를 재빨리 읽어 값싼 제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상품 회전율도 2~3주 단위로 빠른 편이다. 글로벌 SPA브랜드의 대표주자인 H&M이 속도가 아닌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는 까닭은 무엇일까. 4월 14일 봄 시즌 컨셔스 컬렉션 공개 현장에 재활용 옷을 들고 나타난 필립 에크발(33) H&M 한국지사장을 만나 이유를 물었다.



패스트 패션의 선두주자인 H&M이 속도가 아닌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둔 까닭은?


“우리는 스스로를 패스트 패션 회사로 생각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선도적인 패션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양한 패션과 좋은 품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걸 원칙으로 하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속도는 중요치 않다. 본사에서 200여명의 디자이너가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정하고, 옷을 생산해 매장에 선보이기까지는 1년 6개월가량이 걸린다. 멋진 옷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려진 옷을 재활용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환경에 영향을 덜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진 옷감의 95%로 새로운 옷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선도적인 패션 기업으로서 해야 하는 당연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재활용 면으로 만든 의류가 도입됐다고 들었다. 의류를 재활용하기 위한 H&M만의 기술은?


“의류 수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부터 ‘아이콜렉트’라는 의류·텍스타일 재활용 전문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모든 나라, 모든 매장에서 의류 수거 활동을 벌이는 기업이다. 다 모아진 옷은 400여 가지로 분류해 재사용하거나 청소포 등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이번에 선보인 컨셔스 컬렉션에서는 처음으로 플라스틱 병을 재생해 만든 재생 시퀸, 재생 비즈가 사용됐다. 우리는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진 않지만 공급업체의 혁신가들과 함께 새로운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H&M의 컨셔스 컬렉션은 어떤 것인가?


“H&M이 개발한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만든 옷을 2010년부터 ‘컨셔스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컬렉션은 전 세계 3500여 매장 중 오직 200여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한정판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든 옷이지만 레드카펫에서 입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패셔너블하다. 이번처럼 특별한 컬렉션이 아니더라도 H&M은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옷을 상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린 택이 달린 제품이 바로 그런 옷인데 의식 있는 고객들이 언제라도 의식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제품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H&M은 친환경 소재 제품과 그 외 제품에 가격 차이가 없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지속가능성은 가격과 상관 없다. 물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확대해 나가는 데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비용이 아닌 이익을 위한 투자의 일부이고, 그 투자비용이 고객에게 부담돼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패션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H&M의 생각이다. H&M이 합리적인 가격의 패션을 제안하면서도 해마다 매출과 수익 면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패션의 민주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소재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양의 소재를 제때 구매하고,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통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옷을 제공할 수 있다.”



글로벌 마켓에서 올 1분기 매출이 402억7600만 크로나(약 5조465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성공요인은?


“지난해 선보인 H&M 패션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성공요인이 아닐까. 지난 한 해 동안만 세계 전역에 379개의 새로운 매장이 생겼고, 4개국에서는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시작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역시 400여 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 예정으로,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본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한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시장에서 유독 부침을 겪은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고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로벌 성장 전략은 해마다 10~15%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는 것인데, 지난해 한국에서 12.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목표에 준하는 수치다. 중요한 것은 양적인 빠른 성장보다는 장기적이고도, 질적인 성장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COS(H&M 자매 브랜드)와 H&M홈(홈인테리어 브랜드)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H&M홈의 경우 옷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가격에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인테리어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최근 홈인테리어에 관심이 커진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서울 외 다른 도시까지 매장을 확대할 수 있었고, 이런 인기에 힘입어 한국 시장에서 더욱 선전할 것이라 기대한다.”



지난해 6개의 H&M 매장이 새로 들어섰다. 올해도 한국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인가?


“그렇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길 원하고, 한국의 모든 고객들이 H&M 매장에 오고 싶도록, 그들의 개성에 맞는 스타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H&M 패션으로 근사한 저녁 식사 초대 자리나 일요일 오후의 야외 활동, 스포츠 활동 등 일상의 모든 상황에서 개성있는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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