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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변덕쟁이 동료와의 갈등 극복 - 이해·중립성·심리치료 절실

후박사의 힐링 상담 | 변덕쟁이 동료와의 갈등 극복 - 이해·중립성·심리치료 절실

일러스트:중앙포토
그는 평소 매우 친절하다. 도움을 요청하면 성심을 다하고, 아무리 바빠도 남의 일을 먼저 챙긴다. 박사라는 훌륭한 학력에다 IQ도 높아 회사에 중요한 일이 생길 때 해결사로 나서기도 하는 재원이다. 그런데 그런 그를 동료들이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다. 여직원들은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가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하던 그가, 오늘 아침에는 처음 보는 사람인 듯 못 본 척 한다. 그러다가 며칠 지나면 아는 척 못해 미안했다고 사과한다. 한 번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동료에게 자기 말을 무시한다며 공격해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특정 사건으로 감정이 틀어진 한 여직원은 그가 간헐적으로 가해를 한다고 호소한다. 최근 다른 컴퓨터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그녀의 컴퓨터만 여러 차례 파일이 깨졌다. 컴퓨터에 해박한 그가 퇴근 후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컴퓨터를 의도적으로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다른 여직원은 근무시간 중에 친하게 지냈던 그가 후미진 장소로 불러내 ‘너, 네가 잘나서 잘해주는 줄 알아? 그렇게 계속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라고 협박을 했다고 한다. 그 전까지 그런 모습을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던 그녀는 정말 소름끼치는 경험이었다고 치를 떤다.
 하루아침에 태도 돌변
이렇게 그를 둘러싼 황당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같은 부서, 같은 팀 구성원들은 평상시 너무나 좋은 동료였다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돌변하는 그와 어떻게 수십 년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경계성 성격이란 게 있다. ①불규칙한 업무수행 ②예측불허의 성격 ③부정적인 정서로 특징 짓는다. 탁월한 능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이다가, 갑자기 일을 형편없이 처리해 상사를 놀라게 한다. 회사에 대해 비난과 불평을 일삼다가, 갑자기 충성심을 발휘해 동료를 당황하게 한다. 자주 분노와 적대감, 우울을 호소하며, 갑작스런 충동적·파괴적 행동으로 부하를 궁지로 몬다. 보통 변덕쟁이라 부른다. 어떤 때는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도 안 되는 그런 성격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넘나드는 성격이다.

변연계는 감정의 뇌다. 해마와 편도가 핵심 기능을 한다. 해마는 단기 기억을 저장하고, 편도는 감정을 저장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은 생후 2년 동안 생각이 없고 느낌만 존재한다. 뇌에서 편도가 먼저 생기고 해마는 2년쯤 뒤에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살 이전의 경험은 편도에만 저장된다. 우리는 말하기 이전 경험에 대해 전혀 기억 못한다. 하지만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억에는 생각기억과 느낌기억이 있다. 해마는 생각기억을 담당하고, 편도는 느낌기억을 담당한다. 보통 강렬한 느낌이 동반될수록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해와 설명이 안되는 부정적 정서가 강렬하다면 영아기 상처 경험과 연관된다.

그는 변덕쟁이다. 매우 불안정하다. 자아 정체성이 불투명하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평가에 일관성이 없다. 그는 어려서 불안정한 가정에서 성장했을 것이다. 자라온 환경이 늘 불안정했기 때문에 안정된 환경을 불편하게 느낀다. 아니, 안정된 가정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영아기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특히 거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거절 안 당하려고 과도로 잘 하고, 거절 여부를 늘 테스트하고, 거절 당하지 않으려고 미리 거절한다.

거절의 덫에 걸린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떠날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결국 혼자 남겨져 아무도 곁에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가 약속시간에 조금 늦어도, 배우자가 업무로 딴 사람을 만나도, 최근 알게 된 사람이 연락을 안 해도 자신을 배신한 것처럼 느낀다. 남녀관계에서도 급격하게 매력을 느끼고 상대를 완벽한 사람으로 지각하다가, 일상적인 사소한 일로 크게 실망하고 상처받는다.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동안에도 자주 외로움을 호소하고 ‘사랑해’ ‘보고 싶어’라고 말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지속된 관계가 깨질 위험에 처하면 극심한 거절공포를 피하려고 분노와 적대감을 보이고, 심지어 복수심과 파괴적 행동으로 발전하다.

회사에는 여러 사람이 있다. 모두가 정상적일 수 없다. 엉뚱한 사람, 이상한 사람, 괴팍한 사람도 있다. 위기상황에서 정상적인 사람이 비상식적이 되고, 엉뚱한 사람이 상식적이 될 수있다. 현대사회는 창의성을 요구한다. 창의성은 이상하고 괴팍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도 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성공하는 사람으로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이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지는 않다. 회사가 성공하려면 적합한 사람이 적합한 곳에 있어야 한다. 적합한 사람이 모두 상식적인 사람은 아니다. 회사는 다양한 특성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보통 회사에서 수 년에서 수십 년을 살아간다. 상사·동료·부하 중에 변덕쟁이가 있다면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이해(Understanding)이다. 공감적 이해란 게 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그의 주관적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마음의 문을 열면, 그의 삶과 언어와 목적이 보이게 된다. 그래서 함께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해하면 사랑할 수 있다. 아니 최소한 미움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변덕쟁이의 심층에는 ‘상처받은 아이’가 도사리고 있다. 공감적 이해는 그에게 신뢰를 주고 내면을 볼 수 있는 힘을 주며 변화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변덕쟁이의 심층에는 ‘상처받은 아이’가…
둘째, 중립성(Neutrality)이다.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전혀 기대를 안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쩌거나 한 팀이 되면 일정 기간 함께 가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길 수 없다면 어떡하나? 희랍철학에 에포케라는 말이 있다. 판단중지! 모든 판단을 중지하는 것이다. 변덕쟁이에게 ‘비폭력 대화법’을 적용해 보자. ①모든 판단을 중지한다 ②상대의 감정을 느껴본다 ③상대의 의도를 파악한다 ④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또 ‘피드백 기법’을 적용해 보자. ①모든 판단을 중지한다 ②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③진정한 감정을 전달한다 ④진정한 의도를 전달한다.

셋째, 심리치료(Psychotherapy)가 필요하다. 상사와 동료가 도와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회사는 이해관계가 얽힌 조직이다. 아무리 진정성이 있어도 인간관계의 오해와 왜곡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는 심리치료를 통해 성격의 문제점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와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명과의 신뢰관계가 성공적인 대인관계로 성장할 수 있다. 요즘 좋은 약물이 많이 나와 있다. 분노와 적대감, 정서불안정에는 기분조절제가 탁월하다. 항우울제·항불안제도 큰 도움이 된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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