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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CR-V -기본기 충실한 SUV의 정석

혼다 CR-V -기본기 충실한 SUV의 정석

세계에서 극찬을 받아도 국내 시장에서는 전혀 힘을 못쓰는 차가 있다. 혼다의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CR-V가 대표적이다. 독일차와 디젤차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일본 SUV는 설자리가 많지 않다. 그래도 한 때는 잘나가는 차였다. 2004년 국내에 상륙한 이후 2008년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그만큼 품질과 성능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받았다는 뜻이다. 단단하고 잔고장 없는 차로 명성을 날렸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기보다는 충분한 검증을 거치고 완벽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만 도입하는 혼다 특유의 고집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콤팩트 SUV 시장서 독보적 1위
더욱 간결하고 멋스럽게 가다듬은 실내 인테리어.
국내에서는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잘나간다. 수십년 동안 미국 동급 SUV 시장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시장에서도 혼다 CR-V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2011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이다. 그리고 올 초 4.5세대라 불리는 부분변경 모델이 등장했다. 완전 신차가 아닌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반가운 변화들이 많다. 뉴 CR-V를 타고 약 150km 구간을 달렸다.

부분변경 모델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외관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헤드램프를 포함한 앞뒤의 선에 변화를 줬다. 조금 더 두툼하고 듬직한 모습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은 전체적인 비율이 크게 바뀌지 않아서다. 기존 CR-V의 디자인에 변화를 많이 주지 않아도 촌스럽지 않을 만큼 무난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앞은 스포티하고 뒤는 든든한 느낌의 디자인이다. 실내에서는 꽤 큰 변화가 느껴졌다. 전체적인 형태는 그대로인데 훨씬 심플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의 조작버튼의 수와 크기를 조금 줄였을 뿐인데도 다가오는 느낌이 크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실용적이고 모던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생각이다.

CR-V의 부분변경은 디자인보다는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이전과 같은 4기통 2356cc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최대토크(25kg·m)와 연비(11.6km/L)는 조금 향상됐고, 최고출력(188마력)은 큰 변화가 없다. 수치상으로는 그 폭을 크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직접 운전하며 느끼는 감각은 꽤 크게 다가온다. 부분변경 전 모델에 비해 차에 훨씬 더 힘이 붙은 모습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엔진 회전 수는 각각 6400rpm과 3900rpm으로 비교적 늦게 발동이 걸린다. 그 과정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마치 차가 힘차게 튀어나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더욱 민첩해지고 더 강력해 졌다.
 디젤 엔진 장착한 모델 출시 예정
1053L까지 적재가 가능한 트렁크.
변속기는 무단변속기다. 초반부터 시속 100km까지는 큰 충격 없이 부드럽게 속도가 붙는다. 일본차 특유의 편안한 주행감이 일품이다. 서스팬션은 적당히 부드럽고 코너링은 생각 이상으로 견고한 편이다. 패밀리 SUV의 실용성과 스포티한 드라이빙,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아둔 모습이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차량 곳곳에 숨은 수납 공간과 널찍한 트렁크가 장점이다. 트렁크에 꽤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좌우 폭이 조금 좁아 골프채와 같은 부피가 큰 물건을 싣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그 문제는 뒷좌석을 접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1053L까지 화물을 적재가 가능한데 자전거나 스키장비를 싣기에도 무리가 없다. 가장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연비다. 전작에 비해 12% 이상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낮은 연비와 가솔린 엔진이 마지막까지 CR-V의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이다. 혼다 측에선 조만간 디젤 엔진을 장착한 CR-V를 출시할 계획도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보면 좋을 듯 하다.

뭐라 뚜렷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CR-V는 좋은 차다. 연비를 제외하면 뚜렷한 단점도 없다. 콕 짚어 ‘이것이 이 차의 장점이다’ 말하긴 어려워도 막상 시승차를 반납하는 시점에서 ‘더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차다. 어쩌면 그냥 좋은 차가 가장 좋은 차가 아닐까? 가격은 37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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