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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주재원 돼 볼까

화성 주재원 돼 볼까

가가린 우주인 훈련소의 소유즈 시뮬레이터에서 스콧 켈리가 1년 일정 우주비행에 대비해 훈련하고 있다. / BILL INGALLS-NASA
카자흐스탄의 평평하고 광대하고 외진 지역의 메마른 대초원 지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주 발사시설인 바이코누르 코스모드롬(이하 바이코누르)이 자리 잡은 곳이다. 이곳은 원래 옛 소련의 미사일 시험발사 부지로 쓰였다. 아무 것도 없는 개활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선택됐다.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이 1961년 이 시설에서 궤도로 발사됐다. 그 뒤로 바이코누르는 발사 및 지상관제 시설과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타운의 번화한 복합단지로 발전했다.

그러나 아랄해 동쪽의 이 사막 초원지대는 여전히 메말랐으며 딴 세상 같다. 실제로 잘 들여다보면 바이코누르의 환경은 많은 로켓 과학자, 우주인, 탐험가가 꿈꾸는 목적지와 아주 흡사하다. 바로 화성이다. 지난 3월 27일 바이코누르에서 소유즈 우주선이 발사됐다. 미국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와 러시아 우주인 미하일 코르녠코가 탑승했다. 이번 우주비행의 일차적인 목표 한 가지는 화성 여행에서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인간은 아직도 장기간·장거리 우주비행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실질적으로 스콧 켈리는 화성 여행의 실험쥐인 셈이다.
두 우주비행사는 지구를 6회 일주(6시간가량 소요)한 뒤 지구 저궤도(low-Earth orbit, 지구 대기의 최상층부) 320㎞ 정도에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했다. 거기서 앞으로 1년 동안 생활한다. 궤도를 순환하는 그 실험실 내부 면적은 388㎥다. 대략 침실 6개짜리 주택만한 크기다. 1년짜리 우주비행으로 불리지만 빡빡한 로켓 발사 일정 덕분에 체류기간이 지구의 1년(an Earth-year)보다 23일 일찍 끝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중심으로 실시하는 일련의 프로젝트에서 가장 최근의 단계다. NASA는 3월 11일 보조 추진 로켓(booster rocket)을 테스트했다. NASA의 차세대 우주발사시스템(Space Launch System)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을 화성 등의 심우주 목적지로 날려보내는 역할을 담당하는 로켓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우주 5800㎞까지 4.5시간의 시험비행을 했다. 그 데이터를 토대로 우주선의 설계를 변경하게 된다. 엔지니어들은 또한 새 우주선의 디자인과 차세대 제동장치도 실험한다. 다른 행성으로 비행하게 될 더 육중한 우주선의 안전한 착륙에 필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필시 궁극적인 화성 탐사여행과 관련해 NASA가 가장 공들이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우주비행사를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켈리와 코르녠코는 훌륭한 실험대상이다. 켈리는 1999년 이후 지금껏 우주왕복선과 ISS에서 지낸 180일의 기록을 잇게 된다. 코르녠코는 이전의 두 차례 ISS 원정에서 176일을 기록했다. 그들은 지구를 벗어나 1년가량을 보내는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아니다. 1987~1995년 러시아 우주인 4명이 이미 해낸 일이다. 발레리 폴랴코프는 1994~1995년 미르 우주정거장에서 14개월을 보낸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번 1년짜리 우주비행은 기록보다는 과학에 방점이 찍혀 있다. 1990년대(생명과학은 발전 속도가 빠르다)에는 장시간의 우주 체류가 사람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약 3년 전 러시아 연방우주국 로스코스모스의 관계자들이 1년짜리 우주비행을 제안했을 때 NASA는 곧바로 동의했다. 인간의 화성 거주에 더 가까이 접근하려는 목표였다.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렸다.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의 NASA 인간연구프로그램(Human Research Program)은 수년 전부터 화성과 같은 유형의 우주비행 문제를 연구해 왔다. 프로그램의 국제 과학협력 담당 존 B 찰스 차장의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ISS를 이용해 연구와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인간이 우주로 더 오래 멀리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식욕을 돋우고 영양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일부터 증가하는 방사선 노출에서 우주비행사를 보호하는 일, 그리고 그들이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까지 모든 문제를 망라한다.

화성 탐사비행에는 적어도 30개월이 소요된다. 인간이 이제껏 우주에서 보낸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고, ISS에서의 통상적인 체류기간인 6개월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주정거장에서의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6개월을 보낸 뒤 인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 뼈와 근육 손실, 면역체계의 훼손, 그리고 동맥이 두터워지는 현상 등이다. 그러나 그와 다른 영향들이 그 뒤 6개월과 그 이후까지 계속되는지, 어떤 속도로 변화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인간연구프로그램은 기존 데이터를 검토해 기존의 우주비행 중 실시했던 조사 17가지를 선정했다. 켈리가 1년에 걸친 여행 중 다시 탐구할 주제들이다. 물론 단기 비행과 장기 비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려는 목적이다. 켈리가 과거에 ISS에 체류했던 경험도 도움이 된다. “켈리가 앞서 6개월 동안의 비행에서 실시했던 여러 가지 실험들을 선택했다. 더 명확하게 비교하려는 목적”이라고 찰스 차장이 말했다.

실험 중 일부는 과학자들이 장기간의 우주비행에서 문제가 되리라고 보는 이슈들을 다룬다. 가령 소근육운동(fine motor skills)과 시력 감퇴 등이다. 예를 들면 미국인 우주비행사 중 3분의 1 가까이가 우주에서 시력 감퇴를 겪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체액이 이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과학자들은 추측한다. 체액이 머리로 더 많이 몰려 안구의 형태를 바꾼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방식인지 탐구하는 2건의 조사가 실시된다.

켈리와 코르녠코는 터치스크린 상에서 일단의 특정 과업(끌기, 집기, 돌리기 등)을 규칙적인 간격으로 수행하게 된다. 소근육운동을 테스트하고 변화를 추적하려는 목적이다. 지구상에서도 다른 피험자들이 똑같은 작업을 수행한다. 소근육운동은 화성이나 다른 행성의 착륙에 중대한 기능을 하게 된다. 특히 초기에 지상 지원을 받기 전 단계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비롯한 다른 우주인은 또한 일지를 기록한다. 과학자들이 주기적으로 검토하며 우주정거장에서의 고립과 감금생활에 각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하게 된다.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들릴지 몰라도 우주인들의 일지 분석을 통해 ISS를 개조하게 됐다. 예를 들면 창문 7개짜리 관측용 모듈 큐폴라와 개인 수면실을 추가했다. 큐폴라에는 우주인 2명이 동시에 작업할 공간이 있고 아름다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또한 개인 수면실이 생겨 더는 사무실 한복판에서 잠을 청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우주비행 중 언론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부분이 있다. 1년짜리 탐사비행을 위한 켈리의 선발과정을 추적하던 중 NASA 과학자들은 또 다른 독특한 기회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그에게 일란성 쌍둥이 형제인 은퇴한 우주인 마크 켈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 쌍둥이 실험은 일차적으로 우주비행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스콧과 마크 형제가 누구보다도 유사한 두 인간이라는 사실에 근거한 실험이다. 스콧이 우주에 있는 동안 마크는 대조 대상이 된다. 물론 한 쌍의 쌍둥이가 통계상 의미 있는 표본이 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따라서 이들 조사로는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끼리라도 모든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차이점과 우주비행의 영향을 단정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쌍둥이 연구는 장기간의 비행에서 전에는 예상치 못한 잠재적인 문제들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찰스 차장은 말한다. 따라서 NASA가 우주인을 화성에 보내기 전에 그런 문제들을 더 깊이 있게 검토할 수 있다.

켈리는 1년짜리 우주비행에 관해 조심스럽게 낙관을 표명한다. “더 오랜 기간 우주에서 체류하면서 일하는 우리의 능력과 관련해 커다란 걸림돌은 없으리라고 기대한다.” 지난 1월 러시아에서 마지막 2개월 간의 훈련을 위해 떠나기 전 그가 한 말이다. “뭐든지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사 귀환해 1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음을 우리의 조사 데이터가 보여준다고 발표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한편 ISS에서의 일상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계속된다. 최초 원정대는 2000년 11월 2일 도킹했다. 그 뒤로 그 궤도 순환 실험실에는 215명의 근무자가 돌아가며 계속 주재해 왔다. 켈리와 코르녠코의 체재기간 중 다른 우주인 13명이 머물다 떠나게 된다. 10일에서 6개월을 머물며 나름의 실험을 실시한다. 그리고 켈리와 코르녠코는 1년간의 조사에 참여하는 외에도 ISS의 정기적인 유지보수와 관리 작업을 돕는다. 예를 들어 우주정거장의 배선을 관리하고 부품 중 일부를 개수해 도킹 성능을 개선하는 일도 담당한다.

아마 앞으로도 장기적인 인간 우주여행이 더 많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연구프로그램은 추가로 1년간의 우주비행을 제안했다고 찰스 차장이 말했다(현재 ISS 파트너들이 그 요청을 검토 중이다. NASA와 로스코스모스뿐 아니라 유럽·캐나다·일본 우주기구들이다). 켈리와 코르녠코는 우주비행에 1년 더 지원할 수 있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둘 다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우주는 마법과 같은 매력을 가진 곳”이라고 켈리가 발사 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일생일대의 즐거움이다.”

앞으로 약 340일 후 카자흐스탄 초원지대로 돌아온 뒤에도 그런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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