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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보는 그래핀의 미래] 될 듯 말 듯 아직은 2% 부족

[전문가들이 보는 그래핀의 미래] 될 듯 말 듯 아직은 2% 부족

4월 28일 비즈오션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박민 KIST 소프트혁신소재센터장이 그래핀 상용화 이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높은 열·전기 전도율, 강철을 앞서는 강도, 투명한 성질 등 그래핀이 가진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그래핀의 장점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현재 상용화된 그래핀은 질이 낮은 그래핀이다. 단지 기존에 사용하던 물질을 약간 보완하는 수준에 그친다. 학계와 정부, 대중이 고작 이 정도 효과를 기대하고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형태의 그래핀이 싸게 대량 생산되는 기술을 갖출 먼 미래를 봐야 한다.” 박민 한국과학기술원(KIST) 소프트혁신소재연구센터장의 말이다.

그래핀은 등장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여러 층의 탄소로 구성된 흑연을 분리해 한 층으로만 만들면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간단해 보이는 과정에서 수년째 정체 상태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이 때문에 학계 일각에서는 ‘그래핀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그래핀 시대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4월 28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는 ‘그래핀 최신 기술 동향 및 상용화 이슈와 전망’ 세미나가 열렸다. 비즈오션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그래핀을 연구하는 국내 전문가들이 참석해 그래핀의 가치를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핀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전문가들은 “그간 주목했던 그래핀 생산기술이 여러 한계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래핀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다만, 황동목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힘들게 그래핀을 개발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에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는 의문이 생긴다”며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학계 일각에선 그래핀 무용론 제기
학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그래핀을 개발하고 있다. 하나는 얇은 필름형태로 된 그래핀이고, 다른 하나는 분말형태로 된 그래핀이다. 분말형태 그래핀의 경우는 꽤 연구가 진행됐고 일부 산업에서는 상용화 단계까지 발전했다. 분말형태의 그래핀을 다른 재료와 합성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그래핀이 지닌 높은 열·전기 전도율과 투명성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분말형태의 그래핀이 한 층의 탄소가 아닌 여러 층의 탄소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기존 나노 흑연소재보다 더 얇게 분해했을 뿐이다. 학계에서는 편의상 이 분말도 ‘그래핀’이라는 용어를 붙여 사용하고 있지만 ‘한 층’으로 이뤄진, 엄밀한 형태에서의 그래핀은 아니다. 당연히 꿈의 신소재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의 놀라운 기능도 갖추지 못했다.
 분말보다 필름형태 그래핀에 주목
결국 주목해야 할 것은 필름형태의 그래핀이다.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의 기술로는 순수한 한 층의 그래핀을 만들어 내더라도 그래핀 표면 곳곳에 결함이 생기기 쉽다. 그만큼 그래핀 고유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나마도 큰 면적을 빠른 시간 안에 대량 생산하는 기술은 갖추지 못했다. 흑연에서 한 층의 탄소를 빼내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열과 압력,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순수 그래핀을 만들더라도 생산비용이 높아진다면 신소재로서의 가치가 없다. 질을 높이자니 사업성이 떨어지고, 사업성을 갖추자니 소재 자체의 질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박민 센터장은 “시간과 돈(투자)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모든 신소재가 등장 직후부터 겪게 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학계를 중심으로 관심을 끌고 정부와 벤처 캐피털의 투자가 이어진다. 이어서 거품 논란이 생기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 등장하고, 결국 우리 삶을 바꿔놓는다. 얼마나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필름형태의 그래핀 관련 기술에서는 한국이 경쟁국보다 앞서나가고 있어 미래도 밝다.”

황동목 교수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연구를 하다 보면 더 좋은 그래핀 생산 방법이 결국 개발될 것이라는 이야기에는 동의한다. 별개로 생각해야 할 것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지금까지는 어떤 분야에서 무조건 그래핀을 써야 한다는 식의 수요가 없다. 어디에서든 그래핀을 쓰면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정도의 예측만 있다. 어렵게 그래핀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그래핀에 대한 투자를 늘릴지 말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논란에도 그래핀에 대한 연구와 활용은 꾸준히 늘고 있다. 안종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그래핀의 방열소재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이나 PC에서는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핀은 방열소재로 쓰기에 뛰어난 물질이다. 스마트폰 겉면에 그래핀 분말을 섞어 만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어느 정도 상용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미약하지만 그래핀 활용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핀을 이용한 정전기 방지와 전자파 차폐 기술을 연구하는 김상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전기를 방지하는 그래핀의 특성을 활용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공장과 연구소의 작업복·장갑·신발 등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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