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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용 장성글로벌 대표] 팩와인을 아시나요?

[고재용 장성글로벌 대표] 팩와인을 아시나요?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는 와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코르크 대신 고무마개를 사용하는 와이너리도 나타났지만 큰 차이는 없다. 소재는 변했지만 형태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인업계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주자가 이탈리아의 원글라스 와인이다. 2013년 유럽 와인업계에서 화제를 모은 기업이다.

원글라스 와인은 무겁고 관리가 어려운 유리병 대신 특수 처리한 팩에 와인을 담았다. 원글라스 와인을 수입 유통하는 고재용 장성글로벌 대표는 “와인을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엔지니어, 와인 생산자와 손잡고 만든 것”이라며 “한 컵 분량의 맛있는 와인을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원글라스 와인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피에르까를로 조나토의 작품이다. 그는 저녁 식사 때 아내와 함께 와인을 즐겼는데, 한 병을 다 못 마시곤 했다. 아내가 임신하자 더욱 불편했다. 그래서 한잔 분량의 종이팩 와인을 구해 마셨는데, 질이 너무 낮았다. 와인을 종이팩이나 알루미늄 캔 용기에 담아서 판매하는 업체는 여럿이다. 하지만 저가 와인을 사용한데다 유통 기간을 늘리기 위해 첨가물을 넣은 탓에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그가 직접 한잔 분량의 고급 와인을 팩에 담아보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조나토는 주위의 실력 있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와인 생산자들의 도움을 받아 3년간 매달린 후에 원글라스 와인을 내놨다.

원글라스 와인에서 사용하는 와인 품목에선 2010년 베네치아산 카르비네 쇼비뇽, 2010년 토스카나산 산지오베제 같은 고급 레드 와인을 볼 수 있다. 2011년 베네치아산 화이트 와인 피노그리지오, 2011년산 토스카나 와이트 와인 버멘티노도 제공한다. 와인을 100ml씩 개별 포장해 유통하는데 특수 팩에 담은 덕에 첨가물이 없이 와인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간편하게 고급 와인을 접하는 장점 덕에 유럽 젊은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원글라스 와인에 대한 초반 평가는 엇갈렸다. ‘와인업계의 이단’이란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와인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호평이 더 많았다. 정체기에 빠진 와인 산업이 성장할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이 와인은 2013년 이탈리아 레드닷 디자인 상을 수상했다. 한국에는 지난 가을 처음 등장해 곧장 워커힐 와인페어에서 핫 아이템으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고 대표는 “종이팩에 담긴 와인을 용납하지 못하는 와인 애호가들도 계시지만 원글라스 패키지는 병 와인에 비해 빛이 투과되지 않고, 특수 포일링 기술로 와인의 보존력이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한국 진출 성적을 보면 일단 합격점을 줄만 하다. 지난해 12월에는 2000개 판매에 그쳤지만 불과 3개월 만에 월 판매 2만개를 넘어섰다. 고 대표는 “처음엔 와인샵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설명하는 일도 어려웠지만 이제는 신세계 백화점과 주요 와인샵에서 우리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글라스 와인의 성공 배경에는 ‘RTD(Ready to Drink)’ 시장의 성장이 있다. 1인 가구와 캠핑족이 늘며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주류 문화가 생겼다. 기존 RTD 시장은 맥주와 보드카가 이끌어 왔는데 여기에 와인이 가세한 것이다. 고 대표는 “가정은 물론 야구장·캠핑장·공원 등 언제 어디서든 쉽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원글라스의 강점”이라며 “와인 애호가뿐만 아니라 와인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20대 초중반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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