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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비리·부정 갈등 극복] 소신 지키고 사리사욕 버려야

[후박사의 힐링 상담 | 비리·부정 갈등 극복] 소신 지키고 사리사욕 버려야

이완구 국무총리가 4월 20일 심야에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월 17일 총리에 취임한 지 63일 만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지 11일 만이다. / 사진:중앙포토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담하자니 시궁창이고, 빠지자니 비겁한 것 같고, 그렇다고 학교를 떠날 수도 없고….” 하루는 미모의 40대 여교수가 진료실을 방문했다. 그녀는 최근 벌어진 학원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누가 청와대에 학교 비리를 고발했어요. 10개항에 대한 답변서를 써야 하는데, 총장이 저를 불러 ‘발전기금 강요한 적 없음’ ‘비자금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음’ ‘자격증 남발한 적 없음’ 등에 대해 확인서를 써 달라고 요구해요.”

학교가 엉망이란다. 이사장의 부정을 폭로하는 대자보가 붙고, 교수들은 추종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졌고, 총장은 이사장의 바람막이를 하고 있다. 각종 유언비어가 떠돈다. 그러다보니 다음 학기 학생 모집도 불투명하고, 이사장이 학원을 딴 사람에게 판다는 소문도 있다. “총장이 자기편에 서 달라고 해요. 그렇게 되면 이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것이 되죠. 추종파가 되는 거고요. 그런데 며칠 전 기획처장을 만났어요. 그는 이번 기회에 재단 비리를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고 성토를 해요. 자기를 도와 달래요. 반대파가 되라는 거겠죠.”
 평생 몇 번쯤 위험한 선택
그녀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기도 싫고, 저러기도 싫다. 이래도 저래도 문제다. 그러나 그녀에게 선택은 필수다. “하나님, 제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우리는 평생 최소 세 가지 중요한 선택을 한다. ①어디에서 살 것인가? ②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③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우리는 평생 몇 번쯤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한다. 현재 선택은 미래를 결정한다. 위험한 선택은 미래를 위협한다.

이사장도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렵다. 이래도 저래도 문제다. “하나님,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그는 학원사업에 평생을 바쳤다. 물론, 일부 돈을 빼돌려 건물을 구입하고, 로비를 위해 비자금을 운영했다. 이중 회계장부를 사용하고, 유령 자격증도 발행했다. 나의 모든 것을 투자해서 일으킨 사업이다. 어떻게든 흑자를 남겨야 하고, 투자금도 회수해야 한다. 남들 하는 대로 한 건데, 내 것을 내 맘대로 하는데…. 비리와 부정이라니 웬 말인가?

그는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끝없는 욕심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수조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회장이 수백억원을 더 벌려다 횡령사건으로 쇠고랑을 차는 일. 재벌가에서 돈 때문에 형제들이 싸우다 못해 원수가 되어 가족이 풍비박산 나는 일. 신문지상에서 쉽게 접하는 뉴스다. 왜 평생 먹고 살 돈이 있는데도 계속 돈을 추구할까? 돈을 위해 남을 짓밟고 비리와 부정을 일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하는 이타심에 인색한 걸까?

커다란 전쟁이 예상된다. 추종파와 반대파의 물불 안가리는 싸움이다. 양쪽 다 쉽게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 거짓말, 말 바꾸기, 둘러대기가 난무한다. 추종파는 권력자를 돕거나 눈감아주는 세력이고, 반대파는 권력자를 고발하거나 성토하는 세력이다. 추종세력은 비리를 저지른 악인을 중심으로 모인 행동대원이고, 반대세력은 부정에 대항하는 의인을 중심으로 모인 불만 대중이다. 행동대원은 악인을 부러워하고, 불만 대중은 악인을 무서워하며, 의인은 악인을 부러워하지도 겁내지도 않는다. 의인은 누구인가? 불의가 드러나면 사회 전반에 “어찌 그럴 수 있느냐?” “우리를 어떻게 아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권력자는 쉽게 ‘악인’으로 몰리고, 이를 처단해야 할 ‘의인’이 탄생한다.

사회에는 항상 선과 악이 존재한다. 남이 악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내가 선한 것은 아니다. 내가 선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남이 악한 것은 아니다. 남이 악해도 나도 악할 수 있고, 내가 정당해도 남도 정당할 수 있다. 악인에게 피해를 봤다고 내가 선한 것은 아니고, 피해를 안 봤다고 내가 악한 것도 아니며, 악에 대항해 싸운다고 내가 선한 것도 아니다. 사회에는 항상 비리와 부정이 존재한다. 비리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한다면 비겁한 자라 할 수 있다. 비겁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한 신념이 없기 때문이다. 부정에 대해 입을 쉬지 않는다면 야심찬 자라할 수 있다. 야심의 노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끝없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정직은 사회적 미덕이다. 우리는 정직한 행위에 만족감을 느낀다. 동시에 사소한 부정에 모른 척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정직한 사람조차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보통 부정이라 하면 도둑·사기·공갈·협박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심결에 저지르는 비리가 더 많다. 각종 탈세, 금융 비리, 부자 세습, 정경유착 등이다. 전자보다 후자가 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제 마무리할 때다. 그녀는 위험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 가담하든지, 빠지든지, 떠나는 것이다.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어떤 선택도 최선이 아니다. 그래도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 비리와 부정에 맞서보는 것도 좋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싸우는 과정을 통해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시궁창에서 용 나는 법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자신도 똑같아질 수 있다. 강자의 비리를 들추고, 부정을 성토하고, 계속 욕하다 보면 그를 닮게 된다. 강자와의 동일시다. 시궁창에서 싸우다 보면 더러워지는 게 당연하다. 매일매일 샤워가 필요하다. 사리(私利)를 탐할 수도 있다. 전쟁에서 이기면 전리품을 챙기는 법이다. 물론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지는 경우, 만신창이 신세다. 이기는 경우, 위선자로 추락할 수 있다.

공을 이루고 떠나야 할지 모른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방법도
둘째, 입을 다무는 것도 좋다. 용기가 안 날 때는 비겁해지는 것도 괜찮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뛰어들 것이다. 내가 반드시 가담할 필요는 없다. 생계도 중요하다. 비겁하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약한 것이 무슨 죄인가?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비굴해질 수 있다. 자칫하면 이편과 저편을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사욕(私慾)을 탐할 수 있다. 눈감아 주거나 모른 척하는 것도 공범에 해당한다. 아예 모든 관심을 끄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말이 있다. “선을 보면 기뻐하고, 악을 보면 무관심 하라.”

셋째, 학교를 떠나는 것도 좋다. 세상에 어찌 이 직장만 있겠는가? 경영의 귀재 잭 웰치는 이렇게 말한다. “하는 일이 상사를 참고 견딜 만큼 가치가 있는지 물어보라. 그렇다면 입 닥치고 있어라. 가치가 없다면 우아하게 회사를 떠나라.” 상사를 바꾸려 하는 것은 어리석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다. 무기력해지기 전에 직장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도피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녀는 위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야심찬 인간처럼 사리를 취하지 않고, 비굴한 인간처럼 사욕을 취하지 않고, 입을 열기도 다물기도 하면서 소신대로 선택하는 것이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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