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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녀의 벽을 깨다

금녀의 벽을 깨다

세계 최고의 벤처투자자들을 선정하는 포브스 ‘미다스의 손(The Midas List Top 100 Tech Investors)’ 순위에서 GGV 캐피탈의 제니 리(Jenny Lee, 42)가 10위에 등극했다. 제니는 14년 전 포브스가 순위를 만든 이후 여성으로 최고 순위에 올랐다. 코넬 대학교를 졸업하고 항공기 엔지니어로 일했던 제니는 중국 상하이 벤처투자업계에 혼자 힘으로 정착했다. 현재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그녀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Xiaomi)와 2012년 나스닥에 상장한 소셜플랫폼 YY 투자를 이끌며 유명세를 탔다.

GGV 캐피탈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나?


10년 됐다. 2005년 시장에서 중국과 미국의 기술 융합이 이루어지는 걸 봤고, 회사에서 중국 사업을 시작할 때 파트너로 참여했다. 당시 PC인터넷 시대를 맞은 중국 경제는 J곡선을 그리며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었다. 바이두(Baidu) 상장 이후, 나는 현금 가방을 들고 중국으로 향했다. 당시 중국에서 발행된 신용카드는 1000~2000만 개를 넘지 못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현금이 필요했다. 상하이에 가서 그 현금으로 첫 직원을 고용했다. 중국에서는 기업을 먼저 설립해야 고용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여기에만 6개월이 걸렸다. 그 정도로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동안 IT 기업은 어떻게 진화했나?


한스 퉁(Hans Tung), 지쉰 푸(Jixun Foo)와 함께 중국 PC 인터넷 산업의 성장을 관찰했다. 2008년이 되자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다. 2세대 벤처기업은 샤오미처럼 기업가치 규모가 100~500억 달러 정도였다.

3세대 기업은 오프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흐름이 미국에서도 일어나는 걸 봤다. 흥미로운 규모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식품 배달이 좋은 예다. 탈집중화 추세를 보였다. 운송부문의 우버(Uber)가 대표적 예다. 이제는 중국에서도 택시를 예약하는 콰이디-디디(Kuaidi-Didi) 앱이 생겼다.



우버의 중국 시장 가능성은 어떤가?


디디 택시와 콰이디 택시가 합병을 했다. 콰이디-디디는 300여 개 도시에서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매일 이용횟수가 100만 회에 달한다. 우버 또한 잘 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라는 한계가 있다. 경쟁업체들은 중국에서 2012년부터 영업을 했다. 중국 기업이고 우버와 달리 정식 등록한 택시를 이용한다. 이들은 중국 정부를 다루는 법을 알고 현지 택시 운수업체와 정부 담당자를 알고 있다.

우버는 중국에서 매일 약 10만 회 정도 이용된다. 중국 거대 인터넷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사용자 기반을 중국내 외국인에서 현지인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절대’라는 말로 단정할 순 없지만 시장의 역학구도를 생각했을 때 우버에게 힘든 싸움이다.
 5~10년 후를 내다보고 4세대 벤처를 찾는다


어떤 형태의 투자를 모색하고 있나?


3.5세대 혹은 4세대 기업을 찾고 있다. 아직은 모바일 혁명을 이용한 기업이 대상이다. 4세대 벤처를 찾는다면 5~10년 후를 내다본다는 뜻이다. 기술융합을 이뤄낸 사업체를 찾고 있다. 5년 후 중국에서 어떤 혁신이 일어날지 생각해 본다.

앞으로는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 사업모델이나 상품을 제시할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센서와 하드웨어, 데이터, 소프트웨어가 융합되어야 한다. 이 부문에서 중국 시장은 활발하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을 이끌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업가들 또한 중국의 생산능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샤오미가 대표적인 경우다.



샤오미의 가능성을 초기에 알아본 비결은 무엇인가?


레이 쥔(Lei Jun) CEO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3개 기업에서 그와 함께 이사회에 속해 있었다. GGV 행사에서 샤오미에 관해 처음 알게 됐다. GGV 10주년 행사였고 상하이에서 투자자를 위해 2박 3일에 걸친 회의를 가졌다. 알리바바 CEO 잭 마(Jack Ma)와 바이두 CEO 로빈 리(Robin Li)를 초청했다. 엔젤 투자자로 알려져 있던 레이 쥔도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만 해도 샤오미는 아직 베일에 싸인 존재였다.

함께 어울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레이 쥔에게 무얼 보고 있냐고 물었다. 칵테일 행사 중이었는데 잭 마가 연설을 하고 있었다. 대화를 마치고 보니 자정이 되어 있었고 참석자 대부분은 이미 떠난 상태였다. 레이 쥔이 보여준 시제품은 아직 실제 휴대전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프로토 타입이었다. 그러나 모양만 봐도 중국 소비자에게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안겨줄 전화기라는 걸 알았다.



왜 투자를 결심했나?


때로는 기업가의 눈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승리를 향한 의지를 보고 벤처 투자를 결정하기도 한다. 레이 쥔이 자신의 재산을 상당부분 투자했다는 사실도 긍정적 검토에 도움이 됐다.



중국에 여성 기업가가 있나?


중국에서 여성이 이끄는 사업은 전체의 10~20% 정도다. 미국의 경우 10%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미국보다 훨씬 비율이 높다. 하지만 사업의 성공 여부는 기업가 성별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벤처투자기업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가 성차별로 소송을 당하고 나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남녀차별 문제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소식을 접하고 있었나?


비즈니스를 하려면 미묘한 어감의 차이나 역학관계를 잘 이해해야만 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필요한 열정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벤처투자업계는 아주 험하지만 궁극의 자본주의가 구현되는 곳이다. 특정 나이나 출신, 성별로 대우가 결정되는 곳은 아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리한 상황에 처한 적은 없나?


중국에서는 그럴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더 유리한 대우일 경우가 많다. 벤처 CEO가 10명의 투자자로부터 계약조건서를 받아 검토하는데 그 중 여성이 나밖에 없으면 보통 나를 선택한다. CEO와 이야기를 나눌 때 여성 투자자는 다른 시각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벤처회사 CEO는 남자인 경우가 많다. 남자들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자신의 말을 편견 없이 듣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문제 해결을 도와줄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 나와 함께라면 무난하게 그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다. 나는 벤처투자자와 변호사, 심리 상담자의 역할을 모두 맡는다. 필요할 때 옆에 있어준다. (CEO의) 가족을 만나기도 한다. 부인과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기업을 파악하는 실사의 일환이 된다.



업계의 남성 편중 현상에 대해 불만이 없는가?


있다. 그러나 여성의 참여를 늘리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교육 단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업계에서 자연스럽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학이나 공학 부문의 지식 배경이 필요하다. 그래야 업무에 필요한 기본 도구를 갖추게 된다.

- RYAN MAC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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