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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의 괴물 같은 장타자들] 살살 달래서 쳐도 300야드 거뜬

[PGA투어의 괴물 같은 장타자들] 살살 달래서 쳐도 300야드 거뜬

PGA투어 최장타자 더스틴 존슨. / 사진:뉴시스
‘한국 여자골퍼는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데 남자는 왜 주름살만 잡히냐?’ 누가 이렇게 묻는다면 비거리부터 월등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하겠다. 긴 팔과 다리를 가진 큰 체구의 미국·유럽의 선수들이 300야드를 예사로 날려대는데 한국 선수가 어떻게 당하겠는가.

현재 미국 PGA투어의 최장타자는 반년 만에 돌아온 더스틴 존슨이다. 골프닷컴은 ‘불시의 약물 복용 검사에서 투어에서 엄격하게 제한하는 금지약물(다른 말로는 마약인 코카인)의 양성 반응에 걸려 6개월여를 못나왔다’고 보도했지만, 파티광인 그는 극구 ‘말 못할 개인 사정’이라고 말했다. 투어에 복귀한 뒤로는 1승을 더하며 마치 지난 세월을 분풀이라도 하듯 엄청나게 쏘아대고 있다.
 30야드는 꼭 필요한 순간 위해 아껴둬
신장 190㎝에 체중 94㎏, 게다가 가늘고 긴 팔 다리에 운동을 즐기는 스타일. 개인 트레이너는 존슨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수영장에서 보면 마이클 펠프스 같고, 농구를 할 때는 NBA의 슈팅가드처럼 드리블한다. 내일 당장 트라이애슬론에 나가도 될 정도다. 지금까지 여러 프로 골퍼들의 트레이너로 일해왔지만 이 정도의 재능을 타고난 스포츠맨은 없었다.” 캐디를 맡은 동생 오스틴은 “티샷의 경우 살살 달래서 330야드 정도의 샷을 하는데 비축한 30야드는 꼭 필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둔다”고 말한다. 작심하고 치면 더 멀리 칠 수 있다는 건 허세가 아니다.

존슨은 지난 3월에 열린 WGC-캐딜락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통산 9승을 올렸다. 1타 차 선두이던 마이애미 도럴 블루몬스터의 마지막 홀은 절대적으로 물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드라이버샷은 맞바람을 뚫고 호수 옆에 좁아지는 310야드 지점에 안착했다. 다들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샷을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를 보면 지난 2010년 벙커가 967개나 된다는 휘슬링스트레이츠에서의 PGA챔피언십 마지막 날이 자주 연상된다. 벙커인 듯 아닌 듯한 장소에서 확인하지 않고 쳤다고 벌타 판정이 나자 그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그야말로 쿨하게 코스를 떠났다. 맙소사. 일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메이저의 우승 목전에서 그렇게 거침없이 훌훌 털고 나갔다. 그때부터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거침없는 스타일을 뽐낸다.

최근 골프잡지에서 처음 밝힌 장타 비결은 마치 그의 쭉 뻗는 샷을 보는 듯 투명했다. “우선은 빠른 코어 회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운스윙에서 오른 팔꿈치가 오른쪽 힙을 지나가도록 아래로 내린다. 상체 회전에 이어 임팩트 구간에서 일찌감치 머리를 릴리즈한다. 타깃 라인을 따라 팔을 완전히 뻗되, 힘이 들어 가지 않은 유연한 상태로 유지해야 조화로운 피니시 자세를 완성하게 된다.”

더스틴 존슨처럼 무지막지한 장타자가 매년 끝없이 등장한다는 게 미 PGA투어의 힘이다. 평균 비거리 307.6야드로 미국의 장타 랭킹 2위에 오른 이는 2부 투어격인 웹닷컴투어를 통해 PGA투어에 데뷔한 올해 27살의 토니 피나우다. 지난해 웹닷컴투어에서 최장 기록 409야드를 날린 것을 비롯해 장타 기록 20개 중에 5개가 그의 샷이었다. 그 결과 드라이버 샷 비거리 평균 321.9야드를 찍었으니 피나우 역시 올해 1부투어에 진출해 살살 달래 치는 중이다.

신장 193㎝에 91kg의 체격을 갖춘 피나우는 유타주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 농구 선수를 했다. 올해 공식 기록으로만 벌써 373, 374야드를 날려 ‘파5 홀의 파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파5 홀을 마치 파4 홀처럼 공략한다는 의미다. 한 경기에 모두 28파가 걸린 대회에서 20 언더를 파5 홀에서 건질 정도였다(물론 이건 아직은 장타 빼곤 건질 게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의 장타는 큰 키와 빠른 스윙스피드에서 나왔다. 투어의 평균은 182.5km/h인데 피나우는 200km/h을 기록하면서 이 부분 선두에 올랐다.

306.9야드로 장타 랭킹 3위에 오른 전통의 장타자 버바 왓슨 역시 191㎝의 큰 키를 이용해서 장타를 날린다. 그가 드라이버 샷을 멀리 보내는 비법은 티를 가능한 높게 꽂는 데 있다. 골프닷컴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소 약 4.8㎝로 티를 꽂는 데 이는 단타자인 짐 퓨릭 2㎝, 프레드 펑크의 2.5㎝보다 거의 두 배 수준이다. 티를 높게 꽂은 뒤에 클럽을 위로 치켜든 뒤 큰 키를 이용해 어퍼블로로 샷을 한다. 왓슨의 드라이버 샷 발사 각도는 15도 인데 이는 PGA투어 선수 평균보다 4도 가량 높은 수치다. 초기 발사 각도를 높이고 스핀량을 줄이는 건 장타의 기본 방정식이다.

핑골프는 지난해 출시한 G30드라이버로 왓슨의 체공시간(Hanging Time)을 측정한 결과 거리는 362야드가 나왔고 볼은 무려 7.5초를 공중에 떠서 날아갔다. 올 들어 체공 시간 부분에서는 비거리 6위에 오른 패트릭 로저스가 7.1초로 가장 높게 조사되고 있다. 그렇다면 왓슨 역시 대회장에서는 살살 달래 친다는 얘기다.

‘드라이빙으로 얻은 타수 혜택’ 항목에서도 버바 왓슨이 파4, 파5 홀에서는 다른 선수에 비해 한 라운드 당 1.25타는 평균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를 더스틴 존슨이 1.09타로 2위, 라이언 파머, 아담 스콧, 게리 우들랜드 순이었다. 장타는 쇼이고 스코어는 돈이다. 장타자가 진정 빛나는 건 그걸로 스코어를 줄일 수 있을 때다. 하지만 비거리에서는 고작 9위인 로리 매킬로이가 가장 뛰어난 장타자로 꼽히고 누구나 그의 드라이버 샷을 첫손에 꼽는 이유는 정확성이 겸비된 장타에 있다. 매킬로이의 드라이버샷 정확성은 65.91%로 40위다. 비거리와 정확성을 합친 ‘토털 드라이빙’ 분야에서 1위인 것이다. 길고도 정확한 샷은 모든 골퍼의 로망이자 골프의 철학인 ‘파(Far)&슈어(Sure)’의 구현이다. 비거리가 긴 선수 중에 정확성이 상위권인 선수는 80위인 찰리 벨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00위 이하로 내려간다. 매킬로이가 올 시즌에 벌써 2승을 올렸고 세계 랭킹 1위라는 건 그의 장타를 돋보이게 하는 후광이다.

평균 비거리 300야드가 넘는 미국PGA투어 선수들을 줄 세워 봤더니 18위까지다. 그 뒤로 75위까지는 290야드가 넘고, 280야드 이상의 선수를 보니 164위까지 포함된다. 국내 투어에서 드라이버 샷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던 노승열은 77위(289.8야드), 배상문은 86위(289.2야드)에 머물러 있다.
 비거리 톱10 선수가 올해 대회 8승
한국 남자선수들의 지난해 전체 비거리 통계를 살펴보면(올해는 대회 수가 적어 통계로 의미가 없다), 1위에 오른 허인회가 296.7야드였다. 미국PGA투어의 톱10의 평균이 307.11야드인데 비해 국내 남자 톱10의 평균은 288.12야드로 거리차는 18.9야드다. 한국의 톱10이 미국에 가면 투어 평균 비거리가 된다. 이것이 국내 여자 선수가 세계 정상권이지만 남자 선수는 우승이 힘든 근본적인 차이다.

6월 중순 열리는 US오픈 개최지 체임버스베이는 파70이지만 전장은 7200~7700야드에서 유동적이다. 파5인 8번 홀이 614야드다. 546야드인 14번 홀은 파4다. 미국 투어에서 우승하려면 드라이버 비거리가 길어야 한다. 올 시즌 치러진 30번의 PGA투어에서 비거리 톱10에 든 선수들이 벌써 8승을 올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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