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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건강 염려증 극복] 스트레스 관리가 급선무

[후박사의 힐링 상담 | 건강 염려증 극복] 스트레스 관리가 급선무

일러스트:중앙포토
#1. 김씨는 28세 대기업 사원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했다. 그래서인지 건강에 걱정이 많다. 매일 영양제를 챙겨먹고, 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찾아본다. 그런데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질병과 관련된 작은 증상이 나타나면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는데, 매번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2. 박씨는 42세 중소기업 사장이다. 회사가 어려워 직원을 줄인 후 1년째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있다. 하루걸러 술을 마시고, 줄담배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최근 잦은 소화불량, 두통,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주위에서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라고 하는데, 아예 안 간다. 혹시 검사에서 죽을병이 나올까 두려워 계속 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소화제와 두통약, 수많은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고 있다. 친구 권유로 비싼 산삼을 벌써 세 번째 구해 먹었다.

#3. 최씨는 두 딸을 키우는 35세 주부다. 지난해 말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었던 어머니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녀는 사소한 신체적 증상에도 과도하게 반응한다. 모두 암의 전조 증상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실제로 유명하다는 병원은 모두 다니며 검사를 받기도 했다. 병원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제시해도 의사가 믿겨지지 않아, 여러 병원에서 같은 검사를 몇 번씩이나 받는다.

건강 염려증은 근거 없이 큰 병에 걸렸다고 걱정하는 병이다. 기침이나 소화불량 같은 사소한 증상을 에이즈나 암과 같은 심각한 병으로 생각한다. 보통 가족·친지·매체 등을 통해 의학정보를 얻으며, 질병과 건강 관련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자주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도 믿지 않는다. 반대로 죽을 병이 나올까 병원에 가는 것을 아예 꺼리기도 한다. 대체로 꼼꼼하고, 고집이 센 사람에게 나타난다.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 중 5~10%가 이에 해당한다.
 2명 중 1명이 건강 염려증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2명 중 1명이 몸에 가벼운 증상이나 신체적 변화가 생겼을 때 자신의 건강을 걱정한다. 건강 염려증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①과도한 스트레스다. 한국은 스트레스 왕국이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만병의 근원이다. 건강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②과도한 의학정보다. 무분별한 건강상식이 난무한다. 허위, 과대, 겁주기 의료 광고가 판을 친다. 과잉 진료, 삼분 진료 등 잘못된 의료 관행이 만연해있다. 당연히 전문가를 믿기 어려운 풍토다. ③위험한 주위 환경이다. 도처에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자주 발생한다. 어떤 음식도 안심하고 먹기 어렵다. 건강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강 염려증은 걱정·집착·공포·의혹으로 특징짓는다. 일종의 강박증이다. 모든 강박증은 불안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강박적인 생각은 다시 불안을 증가 시키고, 잇따른 강박적인 행동이 불안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안정감은 오래 못 가고, 불안 극복의 노력은 실패로 끝난다. 강박증은 쓸데없는 걱정이다. 걱정은 또 다른 걱정으로 이어진다. 불안은 악화되고, 강박증은 반복된다. 마치 미로에 갇힌 쥐와 흡사하다. 이때 집착하는 대상이 성(性)이면 성중독, 음식이면 섭식장애, 건강이면 건강 염려증이 되는 것이다.

걱정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있다. 걱정은 부정적인 상상이다. 항상 나쁜 일이 닥칠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진다.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는데도 못 받아들인다. 그는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질병·가난·사고·비극에 대해 끊임없이 듣거나, 위험한 상황에 안 빠지게 과도로 통제 받았다.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성장하거나, 사랑했던 사람이 갑자기 죽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경우다.

죽을병에 걸린 것으로 확신하는 사람이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는 죽을병에 해당하는 신체 증상에만 선택적으로 집중한다. 환자 역할은 사람들의 동정과 관심을 산다. 현실에서 책임과 의무를 확실히 피할 수 있다. 죽을병을 과거 잘못에 대한 처벌로 받아들이거나, 상처 받은 과거 고통을 자신의 신체에 투사한 경우도 있다.

건강 염려증에 대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자. 1년에 한번 정밀검사를 받고, 3달에 한번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는다. 규칙적인 검진과 건강상담은 건강 염려증을 예방한다. 건강 염려가 생길 때 어떡할까? 우선 신체 증상을 큰 병으로 오인하는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자.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누구든지 특정 신체부위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면 유사 증상이 생기는 법이다. 실제로 확인해 보자. 이것만으로도 증상의 80%가 해결된다.

병원은 가깝고도 멀다. 바쁜 일과를 쪼개 병원 가기가 쉽지 않고, 삼분 진료라는 잘못된 관행은 병에 대한 의혹을 키운다. 반드시 좋은 의사를 만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의 정확하고 자세한 설명이다. 짧고 피상적인 설명은 건강 염려증을 유발시킨다. 신체 상태와 질병의 관련성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심한 건강 염려증의 경우 뇌 이상에서 올 수도 있다. 특히 기저핵의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생각과 행동이 회로에 갇혀 맴도는 상태다. 이때는 강박증에 잘 듣는 SSRI 계통 항우울제를 처방받아야 한다.

둘째,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건강 염려증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우리는 보통 스트레스 원인과 스트레스 반응을 혼돈하여 사용한다. 스트레스 원인은 신체적 과로와 정신적 피로, 환경적 위험이다. 인간 안과 밖의 모든 것이 스트레스 원인이다. 스트레스 반응은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몸을 망가뜨리고 마음도 엉망으로 만든다. 사회적인 관계를 무너뜨리고 영적인 혼돈상태로 빠뜨린다.
 신체 증상을 큰 병으로 오해 말아야
스트레스 관리는 현대인의 화두다. 과거에는 자기계발이 있었다. 일깨우고 개발할 게 많던 시절이다. 언젠가부터 자기관리란 말이 부상했다.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상식화된 것이다. 이제 스트레스 관리가 대세다. 현대인은 엄청난 스트레스 가운데 살아간다. 스트레스는 개인의 잠재능력을 제한한다. 스트레스 관리가 일상이 돼야 한다. 우리는 매일 스트레스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어디를 망가뜨렸는지 점검해야 한다. 정확한 평가와 효과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큰 것에 머무는 지혜를 갖자. 건강 염려증은 특히 몸에 집착하는 습관에서 온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 몸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영혼으로 시선을 옮겨 보자. 눈앞에 보이는 작은 확실성에서 벗어나, 우주적인 거대한 불확실성에 초점을 맞춰보자. 생활보다는 삶이 크고, 사실보다는 진실이 크다. 현실보다는 실재가 크고, 문제보다는 신비가 크다. 성(性)보다는 사랑이 크고, 몸 보다는 혼이 크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 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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