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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지 신소재 ‘그래핀’을 잡아라

노다지 신소재 ‘그래핀’을 잡아라

신축성과 투명성을 겸비한 그래핀은 휘는 디스플레이 제조 소재로 더할 나위 없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의 산업화 바람이 세계 각지에 휘몰아친다. 특허 출원 등으로 기술 확보에 힘쓰던 각국 정부, 학계, 산업계는 최근 상용화의 초석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일상에서 그래핀이 휘는(flexible)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초고속 트랜지스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자동차 외장재, 바이오메디컬 소재 등으로 다양하게 구현되는 모습을 볼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높은 생산비용과 한정된 수요 등이 걸림돌이다.

그래핀 개발의 시발점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4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우주 엘리베이터에 사용할 견고하고도 빠른 도체 신소재의 개발’을 추진했다. 이때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과학자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는 스카치테이프와 연필심을 이용, 흑연 덩어리에서 흑연 원자층을 분리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발견했다. 연필심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가 떼어내면서 탄소 한 층으로 된 그래핀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흑연을 원자 크기 수준으로 얇게 벗겨낸 것이 그래핀이다. 흑연을 뜻하는 ‘graphite’에 탄소의 이중결합 분자를 일컫는 ‘-ene’를 결합해 그래핀(Graphene)이라 이름 지었다. 모양을 보면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평면 구조물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에 선보인 휘는 OLED TV.
학계와 산업계가 그래핀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재로서의 무궁무진한 잠재력 때문이다. 그래핀은 실리콘보다 전기가 100배 빠르게 흐를 만큼 전도성이 강하면서 강철보다 200배 강한 나노 물질이다. 두께는 사람 머리카락의 25만분의 1에 불과하다. 투명하고 신축성까지 좋아 학계는 ‘꿈의 신소재’라는 별명을 붙였다. 전자부품연구원(KETI)은 올해 300억 달러 규모인 세계 그래핀 시장이 2030년에는 6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활용성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디스플레이 산업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기존의 평면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때 주로 쓰이는 소재는 인듐주석산화물(ITO)이라는 물질이다. ITO로 만든 터치패널은 밝기가 우수한 대신 구부리면 깨진다는 한계가 있어 요즘 전자 업계의 트렌드인 휘는 디스플레이 제조에는 쓰기가 어렵다. 그래핀을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얇은 데다 특유의 신축성과 투명성을 겸비해 휘는 디스플레이 제조 소재로 더없이 좋다. 전도성까지 탁월해 휘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면서 구부러져도 회로가 단선되지 않는다. 그래핀의 장점이 고스란히 발휘될 수 있는 분야인 셈이다.

현재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휘는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극히 미미하지만 2017년에는 1%, 2018년에는 3~4%로 점차 성장해 2020년 무렵 9~10%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등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그래핀을 휘는 디스플레이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지만 전문가들은 ITO의 2배 수준으로 그래핀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래핀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디스플레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터치패널 등 다른 투명 전극은 물론이고 전도성 잉크나 전자파(EMI) 차폐용 제품 같은 인쇄전자 소재로도 유용할 전망이다. 태양전지 같은 에너지용 전극에도 효과 만점일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트랜지스터나 무선고주파집적회로(RFIC) 같은 차세대 반도체로, LED 조명이나 후면광원장치(BLU) 같은 방열 재료로, 자동차 외장재나 항공우주부품같은 초경량고강도 복합 재로도 그래핀은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조금만 더 과감한 상상을 해본다면 미래형 방탄복 소재나 차세대 콘돔 소재로 그래핀이 쓰이는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신약 개발을 위한 바이오이미징이나, 병원성 세균 감별을 위한 바이오센싱 등에 유용한 바이오메디컬 소재로도 쓰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그래핀 산업화의 꿈을 이루기 위한 각종 연구·개발(R&D)이 꾸준히 진행됐다.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과 유럽이며 중국·일본도 적극적이다. 다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산업적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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