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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 침체 전조?] 기업의 현금 줄고 이익률도 떨어져

[美 경기 침체 전조?] 기업의 현금 줄고 이익률도 떨어져

주식 시장의 관점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가장 중요한 가격 측정 척도로 쓰인다. 그러나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기업들의 순현금 흐름(기업의 생산활동에서 나오는 현금의 증감)이 더욱 중요하다. 기업들은 이 자금으로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배당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정점에서 순현금 흐름은 최대치를 보이며, 현금 흐름 감소와 더불어 경기 하강이 시작된다. 그리고 불경기(경기 침체)에 돌입하면 오히려 현금 흐름이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기업들이 불경기에는 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개선된다). 그런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 경제는 이같은 원론적 흐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009년 상반기의 경기 저점 이후 지금까지 6년 이상 경기 회복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업 현금 흐름의 측면에서는 2010년 말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 흐름의 개선(최종적으로는 투자 확대에 따른 이윤 총액의 증가)은 그에 앞선 투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2011년을 정점으로 미국 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으며, 2013년 이후에는 전년 동기 대비로 완전히 ‘제로’ 상태에 머물고 있다. 현금 흐름만 정체 상태인 게 아니다. 계속 영업이익도 2012년 이후에는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계속 영업이익은 영업활동에 따른 이익뿐만 아니라, 투자·재무 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 등을 가감해 산출한 이익을 말한다. 따라서 만일 금리가 떨어져 기업의 부채 부담(이자 비용)이 감소한다면, 이는 계속 영업이익에는 플러스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같은 계속 영업이익마저 2012년 이후에는 전년 동기 대비로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재무 측면에서는 미국의 제로 금리가 더 이상 재무적 수익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활동에서 제로 금리의 혜택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와 달리 세후이익은 지난해 4분기에 들어서부터 비로소 감소하기 시작했다. 세후이익은 지난해 4분기에는 258억 달러, 올 1분기에는 무려 1361억 달러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투자 가용 기업 내부 자금(internal funds)은 1분기 중에 1357억 달러 감소했다. 그러나 이처럼 기업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도, 배당금은 지난해 4분기 대비 58억 달러나 증가했다(지난해 4분기는 그 전분기 대비 186억 달러 증가)
 기업 현금 흐름 2010년 이후 정체
기업 투자는 정체된 반면 자사주 매입은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고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현금 흐름이 증가하지 않고, 이 과정이 누적되면 결국은 기업의 이윤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에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했기 때문에 실적과는 무관하게 주가는 계속 상승한다. 2012년 하반기 이후의 미국 증시 랠리의 비결은 여기에 있었다. 미국 기업들은 올해 6000억 달러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골드먼삭스).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 유통 주식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당이윤율이 상승한다. 따라서 표면상으로는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마치 적당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뒤집어 보면 기업의 경영 실적은 둔화되고 있으며,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주가가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2013년 이후 미국에서 실업률이 계속 감소하고 성장이 지속된 것(연 2.2%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하는 대신, 수요 변화에 대해 투입 노동력(가변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이 증가하고 이는 마치 경기 활황세가 매우 강력한 것 같은 착시현상을 낳는다. 그러나 기업들은 단지 임시적으로만 고용을 늘렸을 뿐이며,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의 노동시장 환경에서는 약간의 수요 변화(감소)만으로도 기업들은 손쉽게 고용을 줄여 대응할 수 있다. 이런 미국 기업들의 경영전략은 이들이 2009년 이후의 미국 경기 회복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진짜 회복’이라고 믿지 않고 있었다거나 또는 그런 전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연준이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었다고 또는 강력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금융위기 이후6년째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같은 투자 정체 상태가 장기화되면, 거시적인 측면에서 경기 전체가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전년 동기 대비로 감소하거나 혹은 정체 상태를 보이면, 지난 65년간의 미국 경제 역사에서는 예외없이 불경기가 찾아왔다. 유일한 두 번의 예외가 지난 1987년과 1998~1999년이었다. 1987년의 현금 흐름 감소기에는 미국에서 주택 시장 붐 덕에 파국이 늦춰졌지만, 1989년부터 미국 서부에서 주택 시장 버블 붕괴(오렌지 카운티 파산 사건으로 촉발된 주택대부조합 연쇄 파산 사건)로 결국 경기 침체에 빠졌다(이 때의 경기 침체를 벗어난 것은 1차 걸프전을 통한 재정 지출 확대였다). 두 번째 예외기인 1998년은 당시 타오르고 있던 IT 붐에 편승한 증시 버블 덕에 경기 침체가 지연됐다. 그러나 결국 2000년 봄 나스닥 붕괴와 더불어 경기 침체에 빠졌다. 그리고 이 때의 침체를 해결하기 동원된 것이 2000년대 중반의 주택 버블이었다.

일반적으로 경기는 ‘투자 증가→고용 증가→소비 증가’의 선순환 과정을 밟는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달라졌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1년 이후에는 이런 선순환 과정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구조적으로 경기 침체 압력이 커지고 있다.
 재정 지출 확대-금리 인하 덕에 기업 이윤율 증가
미국 기업의 이윤율 측면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의 이윤율은 2차 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하강 추세를 보여오다가, 1990년에 바닥을 치고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때의 기업 이윤율 증가는 국가의 재정 지출 확대(재정 적자 확대)와 공격적 금리 인하라는 정책적 요인의 인위적인 산물이었다. 따라서 국가가 재정 적자를 확대할 수 있는 능력과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지가 미국 기업의 이윤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나 중앙은행의 능력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이 한계에 부닥치면 기업 이윤율은 다시 1990년대 초에 기록한 바닥 지점(GDP 대비 7%대)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기업 이윤율이 하락할 때마다 미국 증시는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4분기 이후의 미국 기업들의 현금 흐름 감소 및 이윤 감소 현상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1990년대 이후의 기업 이윤율 증가 시기는 정확하게 자산 버블기와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만일 미국이 현재의 거시적 위험(기업 이윤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를 회피하고자 한다면, 그 때는 지난 두 차례의 버블보다도 더 큰 버블, 이른바 ‘수퍼 버블’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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