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고공행진 닛케이 지수] 일본도 중소형주 고배당주가 대세

[고공행진 닛케이 지수] 일본도 중소형주 고배당주가 대세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6월 24일 2만868엔까지 오르며 2000년대 초반 IT 버블기 수준을 회복했다. / 사진:뉴시스
마침내 IT버블 시기의 주가도 넘어섰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 225)는 6월 24일 2만868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IT 버블기의 정점이었던 2000년 4월 12일 기록한 2만833엔을 앞지른 수치다. 동시에 1996년 12월 5일(2만943엔) 이후 18년 만의 최고치다. 하반기 주가 동향에 대해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는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닛케이 평균주가의 상단은 2만2000엔, 하단은 1만9000엔 정도일 것’(하가누마 치사토 미쓰비시 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연구원)이라는 구체적인 전망도 있다.

물론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문제가 단기적으로 최대 변수다. 6월 24일 정점을 찍은 닛케이 평균주가는그리스 위기 우려가 커진 6월 29일 하루 사이 596엔이나 밀리며 2만엔대가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3일 동안 연이어 상승하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그리스 악재에도 기본적인 배경이 나쁘지 않다. 이차원완화(양적·질적 금융완화)와 그 기조 하에 이뤄지는 일본은행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 확대 등이 시장을 떠받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상대적으로 일본을 안전한 시장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일단 조금 더 상승하리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중소형·바이오의 쌍끌이 한국과 유사
닛케이 평균주가는 착실하게 상승 기조를 밟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종목이 좋은 흐름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상반기 투자자의 시선은 시가총액이 낮은 중소형주, 특히 내수 관련 종목에 쏠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대표 면세점인 라옥스(LaOX)다. 닛케이 평균주가가 IT버블 시기를 뛰어 넘은 24일, 라옥스의 주가 역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6월 22일부터 3일 동안 약 13% 상승해 이 기간 도요타나 소프트뱅크의 상승률 4~5%를 크게 웃돌았다. 라옥스는 현재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품 판매에 힘을 쏟고 있으며, 인바운드 관련 종목의 틈새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믹시(Mixi)도 24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믹시의 경우 6월 들어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장 이후 최고치도 사정권에 들어왔다. 5월 실적 발표 후 저평가 요소가 상당 부분 해소됐고,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라는 키워드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믹시는 과거 3년간 평균 ROE가 높은 편인데, 최근 JPX닛케이 인덱스400의 신규 편입 후보로 지목되면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최근 일본 증시의 상승세를 이끈 건 엔저와 미국의 저금리, 일본공적연금(GPIF)의 적립금 운용 방침 변화 등이었다. 일본은행은 ETF의 매입액을 이전의 3배인 연 3조엔으로 확대했고, GPIF는 일본 주식의 운용 비율을 배로 증가시켰다. 일본은행이 추가완화를 단행하면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엔대에서 연말 120엔 전후까지 엔저가 진행됐다. 이후 엔저가 순풍 역할을 하자 완성차 제조사나 자동차 부품 메이커 등 수송용 기기 관련 주식이 크게 상승했다.

연초 이후 엔저 진행이 주춤해진 뒤에는 바이오와 식품 주가가 올랐다. 이는 GPIF가 채용한 ‘스마트 베타 투자’의 영향이 크다. 여기서 베타는 주식 시장을 추종해 시장 인덱스와 거의 유사한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하는데, 적극적으로 종목을 발굴해 시장 이상의 초과 성과(알파)를 추구하는 것과 대비된다. 구체적으로 이전처럼 시가총액만 살피는 게 아니라 배당이나 ROE, 주가 변동률 등을 고려해 운용 대상 종목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특정 주식과 업종 편중 현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GPIF의 첫 변신은 바이오와 식품 종목에서 드러났다. 바이오나 식품 종목은 비교적 경기에 덜 민감하고, 주가 변동폭도 적다. 더구나 일정한 배당 이득도 얻을 수 있다. 분산투자용으로 적당하다는 의미다. 특히 바이오주는 미국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국면에서 채권의 대체물로 사들여지는 이유도 있었다. 이른바 ‘주식의 채권화’ 움직임이다.
 개인이 쌓은 돈, 고배당주로 이동?
그러나 올 4월 독일 장기 금리가 급등했고, 미국도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히 관심은 금리 상승이 실적에 도움이 되는 은행주로 옮겨갔다. 일본의 은행주는 주가수익률(PER) 등을 고려할 때 전형적인 저평가주로 분류된다. 스마트 베타 투자로 다소 비싸도 바이오주를 사들이는 흐름의 반동으로 저가주를 물색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그 여파를 타고 은행주 주가가 상승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닛케이 평균주가에 편입된 225개 종목을 보아도 알 수 있다. 4월 10일 15년 만에 장중 2만엔 대를 회복하는 과정에서는 에자이(Eisai)·다카라 홀딩스(TAKARA HOLDINGS)·기코망(Kikkoman) 등 바이오·식품 종목이 상승률 상위에 올랐다. 하지만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12분기 연속 상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때는 메카뱅크나 보험 등의 금융주가 상위권을 점령했다.

개인투자자의 관심은 시장 전체의 동향이 아닌 ‘사면 오르는 종목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상승장에서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이 등장할수록 개인투자자의 고민은 더욱 커진다. 현재 주식 시장은 저금리를 배경으로 투자 자금이 넘쳐난다. 얼마를 투자할 것이냐보다 어떤 종목에 투자할 것이냐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막상 고르기는 쉽지 않다. 단기 매매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 사이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은 좋으나, 점 찍어 둔 종목이 마치 ‘오늘의 메뉴’처럼 순식간에 바뀌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주목할 부분은 역시 금리다. GPIF의 움직임은 그 매입 속도가 떨어짐에 따라 서서히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엔 금리 변수가 예정돼 있고, 이에 따른 시장의 조정국면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반기 바이오주의 부각과 같은 새로운 흐름이 생겨날 수도 있다. 오카와 토모히로 UBS증권 연구원은 ‘그 흐름을 만드는 것은 청개구리 지향의 개인투자자들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내놨다.

지금까지의 상승 국면에서 개인은 대량으로 주식을 매각했으나, 이 매각 자금은 ‘예수금펀드(MRF)’라 불리는 투자신탁에 쌓인다. 이 금액이 5월 말 기준으로 12조엔에 달한다. 흔히 GPIF를 거액의 자금과 시장에 주는 영향 때문에 ‘고래’에 비유 하는데 이 MRF 자금을 움직인다면 개인도 고래가 될 수 있다. 오카와 연구원은 “시장의 조정국면에서는 체류한 자금이 개인에게 인기가 있는 고배당 종목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가 상승을 이끄는 ‘시장의 주역’은 어지럽게 바뀌고 있다. 그 주역의 교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상승장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2남양유업, 60년 ‘오너 시대’ 끝...한앤코 본격 경영

3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지급

4행안부 “전국 18개 투·개표소 불법카메라 의심 장치 발견”

5 "전국 18곳 사전투표소 등지서 '몰카' 의심 장치 발견"

6토스뱅크, 2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1000만 고객’ 목전

7전동화 시대에도 인정받는 볼보...EX30, ‘세계 올해의 도심형 자동차’ 선정

8‘따뜻한 자본주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14년 연속 배당금 전액 기부

9‘바람의나라’부터 ‘데이브’까지 30주년 맞은 넥슨…그간 기록들 살펴보니

실시간 뉴스

1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

2남양유업, 60년 ‘오너 시대’ 끝...한앤코 본격 경영

3하나은행, 은행권 최초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지급

4행안부 “전국 18개 투·개표소 불법카메라 의심 장치 발견”

5 "전국 18곳 사전투표소 등지서 '몰카' 의심 장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