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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70] 세단+웨건+ SUV 오묘한 조화

[볼보 XC70] 세단+웨건+ SUV 오묘한 조화

밥솥에 남은 밥과 냉장고에 남은 음식을 한데 모아 섞는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비빔밥의 레시피다. 다소 혐오스러운 비주얼로 먹기를 주저하는 외국인도 많다. 개밥과 다를 게 뭐냐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비빔밥에는 비교적 일관된 맛을 내는 요소가 있다. 고추장과 참기름이다. 여러 식재료가 엉켜 다양한 식감을 내고, 여기에 넣는 매콤한 고추장이 그 맛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한다. 고소한 참기름까지 한 방울 더하면 언제 먹어도 맛있는 비빔밥이 완성된다.
 넓은 트렁크에 숨은 수납공간
볼보 XC70은 휠베이스가 길어 앞뒤 좌석 모두 덩치 큰 성인도 여유있게 탈 수 있다. / 사진:볼보코리아 제공
그런 비빔밥 같은 차가 볼보의 웨건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CUV) XC70이다. 1996년 1세대 모델(당시 V70)로 시작해 3세대 모델까지 나왔다. 여러모로 어색한 부분이 많은 차다. 웨건형 CUV라는 구분에서 알 수 있듯 정체성의 구분이 쉽지 않는 차다. 세단·웨건·스포츠유틸리티(SUV)가 고르게 섞였다. 디자인 적으로 봤을 때 그다지 잘 조합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차를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서 받는 느낌도 차이가 크다. 세단처럼 세련되게 빠진 전면에서 갑작스럽게 우람하게 다져진 후면부로 이어져 보는 이를 놀라게 만든다. 그런데 타면 탈수록 매력이 가득하다. 여러 요소가 잘 조화된 비빔밥 같다. XC70에서 고추장과 참기름의 역할을 하는 게 ‘실용성’과 ‘안전성’이다.

다시 차근차근 살펴보자. 앞부분부터 뒷좌석이 끝나는 C필러까지는 영락없는 세단이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라인에 낮은 무게 중심이 살짝 멋을 부린다. 그 이후에는 SUV를 연상케 하는 당당한 엉덩이가 받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차가 낮고 길어서 웨건으로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이 타는 1열과 2열은 완벽한 세단이다. 길다란 휠베이스 덕분에 웬만한 중형차 정도의 탑승 공간을 확보했다. 앞·뒤 좌석 모두 덩치 큰 성인이 타도 여유가 있다. 거기에 무게중심이 낮아 차를 타고 내릴 때에도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당연히 차고가 높은 차에서 지적되는 울렁거리는 승차감도 없다. SUV 같은 엉덩이에는 당연히 엄청난 짐이 실린다. 기본적으로 트렁크가 넓은데다 곳곳에 숨은 수납공간까지 확보했다. 개인의 필요에 따라서 뒷좌석과 구분해 짐칸으로도 쓸 수 있고, 2열을 폴딩해 스키나 자전거 장비를 싣기에도 좋다. 수납이 훌륭한 세단 혹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레저용 차량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시승한 차는 직렬 5기통 2401cc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사륜구동 모델(XC70 D5)이다. 최고 215마력의 출력과 최대 44.9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수치상으로도 든든한 힘을 지녔다. 최대토크도 비교적 빠른 시점(1500~3000rpm)에 걸려 초반 가속을 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다만, 다른 유럽 디젤차처럼 짜릿한 주행감을 주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달리기를 위한 차는 아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부족함 없이 나가긴 하지만 움직임이 경쾌하지는 않다. 거기다 웨건에 육박할 정도로 긴 차체 때문에 핸들링이 견고하지 않다. 급하게 꺾인 코너를 가속해 통과하면 약간 휘청거리는 느낌도 있다. 세단에 해당하는 앞부분이 코너를 날렵하게 통과하는데 뚱뚱한 엉덩이가 미쳐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웨건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다. 복합공인연비는 L당 11.1km다. 디젤차 치곤 좋은 연비라 할 순 없지만, 사륜구동이라는 점과 커다란 덩치를 생각하면 또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캠핑·레저에도 안성맞춤
볼보의 자동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안전성’이다. 안전과 관련한 새로운 기능 중 상당 수가 볼보에서 시작된 것이 많다. XC70도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볼보의 DNA가 고스란히 담겼다. 차선을 이탈할 때 울리는 경보음이나 고속으로 주행하다 앞 차와의 간격이 좁혀졌을 때 스스로 제동을 거는 기능이 있다. 크루즈 컨트롤로 주행할 때는 미리 정해놓은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달리는 기능도 있다. 크루즈 컨트롤은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능인데, 밀리는 도심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가족과 함께 레저를 즐기기 위한 차의 콘셉트를 생각하면 이 같은 안전 사항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1996년 이 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디자인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볼보는 3세대 모델이 나온 최근까지도 이 차의 디자인 콘셉트를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일단 한번 경험해보시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 몰다 보면 이 차의 숨은 매력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어색하고 투박해 보였던 외관까지도 세련되고 듬직해 보인다. 고집이 개성이 되는 순간이다. 사륜구동 XC70 D5의 가격은 6180만원(전륜구동은 57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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