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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시대가 끝났다고?

소유시대가 끝났다고?

밀레니엄 세대는 가장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를 벌이는 젊은이들.
포드 자동차는 엄밀히 말해 ‘공유경제’의 전형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자동차 공유 신생 벤처 겟어라운드와 손잡겠다고 발표했다. 자신들의 자동차 수천 대를 P2P(개인 대 개인 네트워크 연결) 렌트 시장에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제휴 계약에 따라 미국 6개 도시와 영국 런던의 포드 차량 소유자 총 2만6000명이 겟어라운드 앱에 자신의 차를 렌트용으로 올릴 수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가외 소득을 올리고 차량을 계속 굴리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에 대한 반응이라고 포드의 데이비드 맥클렐런드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 말했다.

포드의 움직임은 지금껏 대기업이 공유경제에 발을 들여놓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밀레니엄 세대(1980~2000년에 태어난 그룹)가 21세기의 소비 방식을 바꿔놓았다고 인정한다는 뜻이다.

“포드가 정말 자동차 공유의 미래를 내다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겟어라운드의 패든 머피 사업개발 부장이 말했다. 미국인과 자동차 여행의 관계가 진화함에 따라 “현재의 자동차 소유 패러다임이 약화될 것”이라고 그가 설명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스트리밍(음악 실시간 듣기) 권리를 둘러싼 일전에서 애플의 항복을 받아냈다. 하버드대학 보고서에선 주택소유가 2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모두 112년 전통의 포드 자동차가 공유 시장에 진출한 바로 그 주의 일이었다. 밀레니엄 세대가 이끄는 경제 패러다임이 부상했다고 단정하기 쉽다. 상식대로라면 밀레니엄 세대는 소유보다 이용에 더 가치를 둔다. 지프카(자동차 공유 서비스)에서 렌트하면 되는데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렌트하면 언제든 키를 건네 받아 이용할 수 있는데 왜 융자 상환 부담을 떠안는가?

그러나 밀레니엄 세대가 경제를 바꿔놓느냐, 경제가 밀레니엄 세대의 가치관을 형성하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3350억 달러가 걸린 문제
주택 구입은 대다수 가정이 직면하게 되는 경제적으로 가장 중대한 결정이다. 그 문제에 관한 한 밀레니엄 세대는 분명 부모 세대에 뒤처져 있다. 2011년 영향력 있는 모건 스탠리 연구 보고서가 지적했듯이 지난 10년 사이 차용자 사회(renter society)가 부상했다.

35세 이하 그룹의 주택소유 비율은 2004년 고점 대비 7% 이상 내려앉았다. 밀레니엄 세대 가구의 임차 비율은 2010년 37%에서 오늘날 50% 선으로 증가했다. 8000만 명에 달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임차를 선호한다면 포드의 결정은 합당하다. 그러나 그것은 기존 업계에 불편한 의문을 던진다. 다시 말해 100여년 전통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왜 “도로 위의 자동차 수백 만 대를 줄이겠다”고 공언하는 회사와 한 살림을 차리려 하는가?

포드의 제휴는 경제적으로 타당한 결정이라고 머피 부장은 주장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겟어라운드 차주 회원이 한 달 평균 521달러의 수입을 올린다고 그는 말한다. 갑자기 “평범한 사람에게 2015년 포드 퓨전 신차를 구입할 능력이 생겼다.”

그런 산수가 결과적으로 포드 같은 기업에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3350억 달러가 걸린 문제라고 분석했다. 택시업계는 우버(택시 호출 앱), 호텔업계는 에어비앤비(빈 방 공유 서비스), 그리고 분명 음반 업계는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렌트 경제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그런 기업들이 소비습관 변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다.

한편으로 밀레니엄 세대는 기술발전의 영향으로 더 많은 소유물이 온라인 세계로 이동하는 시대에 성장했다. 일례로 산더미처럼 쌓인 CD와 기가바이트 분량의 MP3파일이 퇴장하고 빌려 쓰는 원격 하드드라이브 저장공간 속으로 음악이 들어갔다. 다시 말해 클라우드에 음악을 저장하는 방식이 부상했다.

그러나 밀레니엄 세대는 성장기 중 2008년 대불황과 혹독한 그 여파를 겪었다. 주택가격의 폭락과 저리 신용 대출의 실종이 그들의 습관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학자금 융자 부담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커졌을 뿐 아니라 임금도 대폭 낮아졌다. 25~34세 그룹의 실질임금은 2004년 이후 5% 감소했다.

그런 요인들이 소비자 행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피츠버그대학 경영학과 케이트 램버튼 교수가 공유경제의 행태조사에 착수할 때의 일이다. 피험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비를 줄이려는 욕구에 따라 행동하리라고 예상했다. 공동체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동료들과 교류하는 데 열성을 보이리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가장 입지를 굳힌 공유경제 기업들에선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공유 시스템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 소비자는 상당히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는다”고 램버튼 교수가 말했다. “자신이 투자한 만큼 공유경제가 원하는 것을 제공할지 따져본다.”

다시 말해 밀레니엄 세대가 자원의 공유와 렌트 방식에 쏠린 원인은 경제적 필요에 있었다고 램버튼 교수는 분석했다. 취향은 약간 바뀌었지만 젊은층이 리프트(차량 공유 앱)와 태스크래빗(심부름 대행 서비스) 같은 앱에 끌리는 요인은 주로 약간의 별도 수입을 올리려는 욕구다.

이는 밀레니엄 세대가 주택을 구입할지 궁금해 하는 모기지 대출자와 우버의 부상에 안절부절못하는 자동차 판매자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종종 문화혁명으로 비쳐진 현상이 단순히 지나가는 경제적 소나기일지 모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를 마케팅한다면 결국 소비자는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램버튼 교수가 말했다. “소비자는 돈을 절약하는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나머지 세대와 다르지 않다
이 같은 논리는 주택에도 적용된다. 주택소유 문제에선 밀레니엄 세대도 이전 세대만큼이나 내 집에 정착하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많은 주택 분석가들은 말한다. 올해 초 도시부동산연구소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집을 장만하려는 밀레니엄 세대 비율(현재 70%)이 2010년 이후 실제로 증가했다.

정부 보증 주택융자기관 패니 메이의 수석 경제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렇게 말했다. “밀레니엄 세대는 언젠가는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한다. 부모나 조부모 세대의 바람과 다르지 않다.”

한편 큰 관심을 모으는 렌트 경제로의 전환은 대체로 밀레니엄 세대가 주도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선배 세대의 참여율이 더 높았다. 하버드대학 조사에 따르면 1993~2014년 35세 미만 그룹의 주택소유 감소율은 2%에 약간 못 미쳤다. 그러나 35~44세 그룹에선 주택소유 감소율이 6%에 육박했다. 그리고 지난 10년 사이 렌트 증가 중 55세 이상 가구가 42%를 차지해 밀레니엄 세대를 크게 웃돌았다.

밀레니엄 세대는 선배 세대보다 자동차 공유 시스템에 더 열려 있다. 하지만 자동차 소유를 원하는 비율 또한 내 집처럼 이전 세대와 비슷하다. 올해 초 발표된 한 조사에선 10명 중 약 9명 꼴로 마이카를 원했다. 요즘 나오는 신차 4대 중 최소 1대 이상이 밀레니엄 세대에게 팔려나간다.

경제 현실에는 이처럼 밀레니엄 세대가 이전 소비자 세대와 그렇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는 측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이 같은 측면을 간과했다. 그들은 ‘밀레니엄 세대는 무엇이든 소유하는 데 관심이 없다. 이러다가 전통 소매유통업계가 망한다’ ‘임대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밀레니엄 세대가 주택 구입을 미룬다’ 같은 제목을 1면에 대문짝만하게 올린다.

그런 주장이 샌프란시스코 만안 지역이나 뉴욕에 거주하는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들어맞는 말일지 모른다. 경종을 울린 언론 보도 중 일부는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2013년 골드만삭스 격주간 수습사원 설문조사’에서 자료를 얻었다.

그러나 맨해튼에서 아파트를 렌트하고 우버를 선호하는 골드만삭스 인턴사원들이 한 세대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0~30대가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을 IT가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하는 편이 옳다. 결혼 같은 문화 규범에 대한 태도는 분명 진화했다. 하지만 밀레니엄 세대가 스트리밍 음악을 즐기는 이유는 그들의 집 장만을 가로막는 커다란 구조적 요인과는 거의 아무런 관계도 없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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