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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국민 간식 ‘통오징어 튀김’] 대만의 명물을 한국식으로 업그레이드

[새로운 국민 간식 ‘통오징어 튀김’] 대만의 명물을 한국식으로 업그레이드

인천 월미도의 한 분식집에서 직원들이 인기 간식 ‘꽃오짱’을 들고 있다. / 사진:오상민 기자
지난 7월 16일 오후 인천 월미도 유원지의 한 분식점 앞. 손님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다. 생물 오징어를 통째 기름에 튀긴 ‘꽃오짱’을 사기 위해서다. 인천 중구에 사는 김채연(여·21) 씨는 “오징어 모양이 온전히 살아 있어서 먹는 재미가 만점”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판매하는 상인은 상인대로 신이 났다. 이곳에서 25년째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관훈(44) 대표는 “6월 중순 개시한 꽃오짱은 요즘 하루 평균 40~50개, 주말에는 300개 이상 팔리는 우리 가게의 최고 효자 메뉴”라고 말했다. 그는 “대박 나겠다는 예감이 들어 400만원을 들여 오징어 튀김 전용 솥을 따로 들여놨다”고 덧붙였다.

올 여름 길거리 간식으로 통오징어 튀김이 뜨고 있다. 생물 오징어에 튀김옷을 입힌 다음 양념을 뿌려 기름에 튀겨낸 간식거리다. 포장지에 담아 놓으면 꽃다발 같은 모양이어서 젊은층 사이에선 ‘오징어 꽃다발’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가격은 개당 6000~8000원가량 한다.
 젊은층에서 ‘오징어 꽃다발’ 별명 얻으며 인기
통오징어 튀김의 ‘원조’는 ㈜안파크라는 외식 업체다. 이 회사 개발실 셰프들이 전 세계를 다니며 새로운 간식 아이템을 발굴하다가 대만 단수이(淡水)에서 명물을 찾아냈다. 현지의 유명한 간식 메뉴인 대왕오징어 튀김에 눈길이 간 것. 이 회사 김수아 마케팅팀장은 “(대왕오징어 튀김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10여 가지 양념을 개발하고, 두 개의 대나무 꼬지를 꽂아 모양을 내는 등 1년 가깝게 투자 과정을 거쳤다”고 소개했다. 꽃다발 모양의 노란색 포장지도 디자인했다. 그러니까 엄격히 말해 통오징어 튀김의 ‘고향’은 대만이지만, 국내에 상륙하면서 맛과 비주얼, 패키지 등에서 상당한 ‘성형’을 거친 것이다.

오짱은 지난해 4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서 처음 선보였다. 매장을 열고 첫 주말을 지나면서 ‘신호’가 왔다. 김수아 팀장은 “중독성 있는 맛과 독특한 비주얼 덕분에 개점 초기부터 인기몰이를 했다”며 “지금도 전국 대부분의 매장에서 주말이면 20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7월 중순 현재 전국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46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맥주와 함께 오징어 튀김 안주를 내놓는 ‘오짱 펍’을 개설했다. 무엇보다 맥주와 잘 어울린다는 뜻에서 ‘오맥’이라는 신조어도 탄생시켰다. 김 팀장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안파크는 매달 10만 마리 이상의 오징어를 취급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자연스럽게 ‘오짱’은 통오징어 튀김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됐다. 이제는 ‘꽃오짱’ ‘오짱킹’ ‘오찡’ ‘왕관 쓴 오징어’ ‘오통’ ‘통짱’ 같은 후속 브랜드도 등장했다. 오징어 전문 브랜드만 줄잡아 20여개에 이른다. 상품은 서로 엇비슷한데 주력으로 삼는 유통 경로가 조금씩 다르다. ‘오짱’이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주로 팔린다면 ‘왕관 쓴 오징어’는 대형마트나 분식점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달 50만~70만 마리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신창식 외식창업연구소 소장은 “오징어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간식거리이자 술안주였는데 형태에 신선한 변화를 주면서 순식간에 ‘국민 길거리 간식’ 대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도심의 길거리 간식은 패션처럼 유행을 탄다. 떡볶이와 어묵·순대 등이 40년 이상 건재하다면 변덕스럽게 유행을 타는 메뉴도 수두룩하다. 작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1만원까지 얇은 지갑을 유혹하면서도 시대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감자핫도그가 대표적이다. 핫도그 위에 감자 조각을 잔뜩 붙인 감자핫도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특히 사랑 받는 간식이었다. 극심한 실업 사태와 취업난 속에서 값이 저렴하면서도 한 끼 식사대용으로 환영 받은 것. 붕어빵 속에 팥 대신 계란을 넣은 ‘계란오방떡’이나 지름 10㎝짜리 ‘미니피자’도 비슷한 시기에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후 웰빙 트렌드 속에서 수박·방울토마토·파인애플 등을 잘게 썰어 플라스틱 사발에 담아주는 ‘과일잔치’가 등장했다.
 전국에 오징어 브랜드 20여개 생겨
길거리 간식이 ‘글로벌 바람’을 탄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름도 낯선 음식들이 대거 유입됐다. 양념한 쇠고기·양고기·닭고기 등을 불에 구워 채소와 함께 먹는 ‘케밥’(터키), 스페인식 도넛 ‘추로스’ 등이 거리를 점령했다. 통오징어 튀김 역시 대만에서 건너왔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등에 업으면서 상륙한 지 1년여 만에 도심 거리와 백화점, 유원지, 야구장 등을 하나둘 ‘접수’하고 있다. 통으로 튀겨내서 생긴 독특한 모양 때문에 SNS에서 ‘공포 영화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꽃다발 패키지가 프러포즈하는 것 같다’는 소문이 퍼진 것. 오짱만 해도 네이버 블로그에 자발적으로 올라온 게시물이 24만여 건, 인스타그램 사진이 1만5000여 건에 이른다. 건국대 이장희(경영학) 교수는 “통오징어 튀김은 파격적인 비주얼이 SNS의 속성과 맞아떨어져 빠르게 전파된 사례”라며 “이제 길거리 음식도 비주얼이든, 스토리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콘텐트가 있어야 성공하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 김미선 창업 칼럼니스트
 [박스기사] 최신웅 S&L 영업이사 - “저비용 유통이 상생 포인트”
사진:오상민 기자
식자재 전문업체인 S&L은 올 초부터 ‘꽃오짱’이라는 브랜드로 튀김용 통오징어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경기도 고양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면서 주로 분식점·호프집 등에 반(半)제품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 최신웅(45) 영업이사는 “가맹점 사업이 아니라 기존 상점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제품 특징은.


“올해 초 서울 홍익대 앞에서 통오징어 튀김을 다루는 매장을 운영했다. 3개월 넘게 제품 개발에 공을 쏟았다. 오징어에 밑간(염지)을 해 부드럽고 깊은 식감을 냈다. 여기에다 자체 개발한 파우더와 양념으로 맛을 더했다. 직접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성공을 확신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과 중국·동남아에서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았다.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은 생산 공장에서 직접 개발, 생산하는 등 품질 관리도 강점이다.”



어떤 유통구조인가.


“대부분의 오징어 먹거리 브랜드가 개별 점포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면 가맹비나 인테리어 등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꽃오짱’은 분식점·노점·호프집 같은 기존 상가에 반(半)제품을 도매가격으로 공급한다. 무엇보다 취급 점포와 상생(相生)하겠다는 전략이다.”



영업 목표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인천이나 강원도 동해 해수욕장 등 유명 관광지를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꾸준히 취급점이 늘고 있다. 연말까지 500곳 개설은 무난할 듯하다. 내년에 1000곳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고객 반응은 어떤가.


“판매점주들이 만족하고 있다. 고정 투자비가 거의 없고, 박리다매를 노릴 수 있어서다. 통오징어 튀김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다.”



외식업은 유독 트렌드에 민감한 사업인데.


“아무리 인기를 끈다고 해도 길어야 1~2년 주목 받다가 사라지기 십상이다. 단명(短命)하지 않으려면 맛과 비주얼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투자 역시 최대한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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